"1차적으로 정체성이 다른 학우들의 교화이며, 2차적으로는 그 학우로 인해 타 학우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총신대학교(총신대·김영우 총장)에서 일부 학생 SNS를 검사한다는 의혹이 다시 불거졌다. 외부 사람에게는 낯선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총신대의 'SNS 검열' 문제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미 많이 퍼져 있는 내용이다.

의혹은 이렇다. 학교가 나서서 총신대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학생이 SNS에 올린 글을 읽고, 그 글에 누가 좋아요를 누르는지 확인한다는 것이다. 실제 '총신대 대나무 숲'에는 학교 감시로 압박을 느꼈다고 주장하는 글이 보인다.

9월 초 신학과 정기 총회에서 한 학생이 SNS 감시 문제를 학교에 정식 안건으로 올리면서 논란은 재점화됐다. 당시 이 건을 포함해 6가지 안건이 있었다. 산 기도 굴 이용 건의, 도서관 이용 시간 연장 등 학교생활과 관련된 이야기가 주였다. 9월 20일 신학과 학생회는 각 안건에 대한 학교 답변을 전체 대화창에 올렸다.

▲ 학교 측은 SNS 검열 건에 대해 직접 하는 게 아니라 제보를 받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학생들은 그것이 사찰이고 검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누가 했는지 모르는 답변?

SNS 안건에 대한 학교 답변은 A4 기준 10줄 정도 분량이다. 학교는 정체성이 다른 학우를 교화하고 타 학우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답변했다. 직접 감시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제보로만 이루어진다고 했다.

문제는 답변 주체가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다른 5개 안건은 교목실, 학생회, 도서관 등 답을 제시한 기관이 확실하다. 반면 SNS 건은 각각의 정체성을 지키는 기관이라고만 설명했다. 직간접적으로 검열을 경험했다고 주장하는 학생들은 답을 제시한 기관으로 '교목실'을 지목했다. 교목실은 학내 경건 생활, 예배, 교회 생활 평가서 등을 담당하는 곳이다.

교목실 입장을 듣기 위해 윤종훈 교목실장에게 전화했다. 윤 실장은 SNS 검열을 부인했다. 이는 추측일 뿐이라고 강변했다. 오히려 교수나 외부 목사, 신문사가 전화로 알려 준다고 했다. 이를 토대로 자신이 보고 잘못된 글일 경우에 해당 학과 교수에게 지도하라고 말한 게 전부라는 주장이다. 윤 실장은 사찰이나 감시란 표현은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

"교수는 학생들을 잘 지도할 책임이 있다. 선생이 있는 이유는 아이들에게 지식을 전달하기 위함이 아니라 인격과 삶을 가르치기 위해서다. 아이들이 왜곡된 것을 올렸을 때 내버려 두는 게 나쁜 선생이다. 올바른 선생은 아이들이 성경에 근거하지 못한, 잘못된 것을 말했을 때 성경에 근거해서 가르쳐야 한다. 뭐가 문제인지 규명하고 아이를 만나서 교화시키는 게 선생이 할 일이다."

교목실이 안건에 직접 대답한 것이냐는 물음에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답변 주체가 없는 것은 학생들이 여러 교무위원들에게 물어봐서 그럴 것이라고 했다. 자신은 해당 내용이 안건으로 올라온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학교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학생들 생각은 다르다. 익명을 요청한 한 학생은 제보를 받고 살펴보든, 직접 들어와 확인하든 결국 검열이고 사찰 아니냐고 반박했다. 또 동성애는 기독교에서 아직까지 논쟁이 있는 사안인데, 학교가 교화를 내세우며 의견 개진조차 하지 못하게 하는 건 대학으로서의 정체성과는 거리가 먼 일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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