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목사 없는 평신도 중심 교회, 세대 통합 예배를 드리는 교회, 예배당을 벗어나 예배하는 교회, 지역사회와 공생·공존하는 교회, 직분이 없는 교회…. 지난해 10월 '작은 교회 박람회'에서 만난 교회들은 저마다 색깔이 있었다. '이런 교회들이 있어?' 하고 놀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생명평화마당은 이런 교회들을 '작은 교회'라 부른다. 탈성장·탈성직·탈성별을 추구하고, 지역사회 곳곳에서 빛과 소금 역할을 감당하는 교회. 올해도 작은 교회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4회째를 맞는 '2016 작은 교회 박람회'가 10월 3일 감신대에서 열린다.

▲ 2016 작은 교회 박람회가 10월 3일 감신대에서 열린다. 이번 박람회 주제는 '작은 교회가 세상의 희망'이다. 참석하면 세상에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있는 다양한 교회를 만날 수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생명과평화를일구는2016작은교회박람회준비위원회'는 9월 20일 서울 서대문 한국기독교사회문화연구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람회 취지와 일정 등을 소개했다.

올해 박람회 주제는 '작은 교회가 세상의 희망'이다. 생명평화마당이 늘 강조하듯 '작은 교회'는 교인 숫자에 국한된 개념이 아니다. 작은 교회는 다양하되 유기적이고, 가난하되 모두를 품고, 세상을 위해 세상에 저항하는 공동체를 말한다.

박람회 준비위원장 박득훈 목사는 작음은 곧 생명이자 사랑이라고 강변했다.

"교회와 세상에서 일어나는 온갖 문제의 근원이 어디 있을까. 크고 강한 것에 대한 절대적인 숭배가 중심에 있다. 필연적으로 생명을 짓밟게 돼 있다. 하나님나라는 그 반대 방향으로 간다. 이 땅에 오신 하나님은 작은 자들을 제자로 삼고, 놀라운 사랑과 생명의 역사를 일궜다. 큰 것을 숭배하는 지배 세력과 맞서 싸우다 처형되고 부활했다. 이 '작음'이야말로 역설적으로 세상에서 가장 큰 것임을 증언하는 사건이다. 생명에 대한 절절한 깊은 사랑이 담겨 있다. 작은 교회 운동은 그 증언에 대한 신실한 응답의 시도다."

이번 박람회는 교회 소개에 그치지 않는다. 4개 분과로 모여서 공동 작업(워크숍)을 한다. △마을 생태 분과 △사회적 영성 분과 △녹색 교회 분과 △여성 스토리텔링 분과로 나눠, 각 주제에 대해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세상도 교회도 커지려고만 하는 이때, 생명평화마당 이정배 공동대표는 왜 작은 교회 운동이 필요하고, 대안인지 설명했다.

"종교개혁 500년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민주주의 후퇴, 불평등 심화, 남북 갈등 고조, 공동체 의식 붕괴, 부패를 넘어 무능해진 교회 실상을 접하며 사람들은 국가와 교회가 무엇인지 묻고 있다. 예수가 제국 신학과 성전 신학에 맞섰듯, 오늘 우리도 작은 교회 운동을 통해 부패한 정치와 경제 그리고 종교에 맞서 희망을 말해야 한다. 하나님나라 선포가 체제 밖 사유였듯이 우리들 역시 체제에 안주하려는 생각과 단절해야만 옳다."

▲ 지난해 열린 작은 교회 박람회 부스 모습. 당일 1,000여 명이 박람회장을 다녀갔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올해 박람회에는 80개 교회와 20개 단체가 참가할 예정이다. 좋은샘교회(브라스밴드)의 여는 예배를 시작으로 △부스 활동 △거리 공연 △신학생들과의 대화(감신대·한신대·국제신대) △워크숍 △다짐 예배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다짐 예배 시간에는 작은 교회와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함께하는 가을 콘서트 '기억과 동행'이 진행된다. 유가족들 증언을 포함, 416 합창단 공연이 있을 예정이다.

운동은 이론과 맞물려야 역동성이 있다. 생명평화마당은 매년 작은 교회 박람회에 앞서 '한국적 교회론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천편일률 교회 모습에서 벗어나 대안을 제시하는 자리다. 9월 27일 오후 7시, 감신대 웨슬리채플 1세미나실에서 열린다.

박득훈 목사, 김영철 목사, 이은선 교수가 각각 △가난한 교회, 저항하는 교회 △성직의 민주화: 작지만 탁월한 지도력을 위하여 △한국적 교회, 성(聖)·성(性)·성(誠)의 여성 교회라는 제목으로 발제한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 작은 교회 박람회는 탈성장, 탈성직, 탈성별을 추구하는 교회들이 참여한다. 올해에는 80개 교회, 20개 단체가 참가할 예정이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한때는 누구 못지않게 열심히 교회에 나갔다고 회상하는 이들은 이따금 말한다. "교회는 많은데 갈 곳은 없다"고. 그런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아직 경험하지 못한 작은 교회들이 한자리에 모이니 한번 와 보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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