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채영남 총회장) 특별사면 이후 교단 바닥 민심이 들끓고 있다. 당초 교단 인사들을 사면하려고 만든 특별사면위원회(특별사면위)가 이단을 사면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다.

9월 26일 시작하는 101회 총회에서 특별사면 선포를 원천 무효로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드높다. 이와 함께 논란이 일어날 줄 뻔히 알면서도 이단을 사면한 내막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 예장통합은 101회 총회 2주를 앞두고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채영남 총회장은 "이단을 한 번만 용서해 주자"고 말했지만, 정작 교단 내부 분위기는 싸늘하기만 하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이번 논란을 이해하기 위해서, 특별사면이 어떤 맥락에서 시작됐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9월 100회 총회 당시, 예장통합 임원회는 특별사면위를 구성해 달라고 청원했고, 총대들은 이를 받아들였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용서와 화해의 정신을 실현하기 위하여 그동안 반목과 갈등으로 인해 책벌받은 자들 가운데서 회개하고 용서와 자비를 구하는 자들을 한시적으로 특별사면할 수 있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나와 있다.

사면 대상은 1912년 9월 1일~2015년 9월 17일 사이에 책벌받은 자로 한정했다. 당회, 노회, 총회에서 징계받은 이들을 절차를 밟아 풀어 준다는 취지다. 사면 대상에 이단·사이비도 들어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총회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에 의뢰하고 그 결과에 따라 처리"하기로 했다. 이대위라는 안전장치가 있기에 총대들은 반대 의견 없이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단 해제 앞장섰던 인사가 특별위원장으로

잡음은 8월 말 시작됐다. 특별사면위원장 김규 목사가 돌연 사퇴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김 목사는 "이단 해제는 신중해야 한다는 소신을 지키기 위해 사면위원장직을 사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목사 사퇴 이후 특별사면위 서기를 맡고 있던 이정환 목사가 위원장으로 승격했다. 이 목사는 작년 총회에서 이명범 목사(레마선교회)를 이단에서 해제해야 한다고 적극 주장한 인물이다.

위원장 교체 이후 특별사면위 움직임은 일사불란했다. 9월 9일, 김기동 목사(성락교회), 변승우 목사(사랑하는교회), 고 박윤식 목사(평강제일교회), 이명범 목사(레마선교회)를 특별사면 대상으로 최종 확정했다. 이어 12일 채영남 총회장 주재로 특별사면 선포식을 진행했다.

조용하던 교단은 술렁였다. 이단 해제 결정에 이어 선포식까지 할 줄 몰랐다는 여론이다. 예정대로라면 채영남 총회장은 선포식이 아닌 '담화문'을 발송할 계획이었다. 여론이 부글부글 끓어오르자, 3일 만에 계획을 변경했다.

특별사면위는 12일 선포식에서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정환 목사는 "사면은 사면하면 끝이다"며 사실상 재론이 불가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단 해제 최종적인 결정은 '특사위'가 하는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이 목사는 이와 관련해 법률 자문까지 구했다며 자신만만한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나 교단 관계자들은 이 목사 생각과 다르다. 특별사면위는 전권위원회가 아니며, 그 결의 역시 오는 101회 총회에서 인준받아야 한다는 게 다수 의견이다. 무엇보다 이단 해제는 이대위 결정을 따라야 함에도,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앞서 이대위는 특별사면위에 변승우·김풍일 목사, 인터콥에 대해 특별사면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김기동·박윤식 목사는 이단 해제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확실히 전달했다. 그러나 특별사면위는 전혀 다른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이대위원장 최성광 목사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최 목사는 "우리가 이단이라고 했던 김기동·박윤식을 (특별사면위가) 이단이 아니라고 발표했다. 마음이 굉장히 불편하다. 이대위 연구 보고에 따라서 사면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이렇게 반대되는 결정을 할 거면 애당초 이대위에 물어볼 필요도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특별사면, 101회 총회 결의 후 선포해야"

최 목사는 특별사면 문제는 101회 총회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대들에게 가부를 묻고, 선포를 하든지 말든지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목사는 특별사면 확정에 앞서 채영남 총회장을 두 번이나 독대해 설득했다고 했다.

"혹시나 해서 헌법위원회에 물었는데, 101회 총회에서 총대들 허락을 받고 (사면을) 공포하는 게 맞다고 하더라. 총회장을 두 번이나 만나 '이 문제는 안 된다. 이단은 못 풀어 준다. 총회 전 공포하면 안 된다. 그러면 큰일 난다'고 호소했는데 아무 말도 안 듣더라. 총회에서 분명히 논란이 될 텐데, 왜 이렇게 하는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된다."

이런 의문을 최 목사만 품는 게 아니다. 정병준 교수(서울장신대학교)는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예장통합 특별사면 선포식-이후의 불쾌감'이란 글을 올렸다. 정 교수는 사면이 이뤄지기 전까지 연구와 토론이 밀실에서 이뤄졌고, 지금까지 이단 문제를 이렇게 연구한 위원회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특별사면 선포가 있기 까지 연구 과정과 토론은 밀실에서 이뤄졌다. 어떤 신학자들이 참여했는지 비밀에 쌓여 있고, 정작 통합 교단의 목회자들과 평신도들에게 전혀 공개적인 정보를 내어놓지도 않았다. (중략) 결정을 총회에 맡기라는 여론이 형성되자 특별사면위는 총회를 2주 앞두고, 서둘러 임원회를 통해 사면을 선포하는 신속함을 보였다. 이것은 총대들의 여론이 반대로 가는 것을 직감하고 배수진을 친 결정으로 보인다."

▲ 예장통합 100회 총회 주제는 '주님 우리로 화해하게 하소서'이다. 표어 주제에 맞춰 특별사면위원회 만들고, 사면을 진행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 이대위원장 최삼경 목사는 특별사면위 결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최 목사는 "이단 연구를 하면서 피 흘리게 수고한 연구가들에 대한 배신이고, 배은이요, 악한 짓이다. 저들은 속죄를 하고 난리 났지만, 교단은 지금 거의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말했다.

로비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했다. 최 목사는 "그동안 이단들이 교단에 집요하게 로비를 해 왔다"고 주장했다. 로비 탓에 특별사면위가 이대위와 전혀 다른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로비 문제와 관련해 이정환 목사는 금품 수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특별사면 선포식 이후 기자회견에서 "특별사면위원들은 금품 수수에 있어서 자유로운가"라는 질문에 이 목사는 "그렇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통합 측 특별사면 관련해 어느 누구에게도 금품을 받거나, 향응을 제공받지 않았다. 과거 다른 단체 사례가 있어서, 우려에 의한 질문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이 질문은 교단의 명예를 손상하는 질문이다. 단호히 말한다. 그런 사실 없다."

용서할 거면 다 용서하든가…

가장 미심쩍은 부분은, 특별사면위가 사면에서 제외된 이들에 대해 말을 아낀다는 점이다. 다락방 류광수 목사를 포함 6개 단체가 사면을 못 받은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 목사는 짧게 답했다.

"왜 (그들을) 사면하지 않았냐고 하면 이야기가 장황해지고, 서로 얼굴 붉히는 이야기도 나올 것이다. 개인 프라이버시도 있으니 말씀 안 하는 게 좋겠다."

이 질문과 관련해 채영남 총회장이 비교적 길게 설명했지만,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오히려 자신이 하는 일이 하나님의 '명령'이라는 다소 위험한 발언도 나왔다.

"다 죽어 가는 사람을 하나님이 살려서, 그것도 장자 교단 수장이 되게 하셨다. 뭐하러 하게 했겠는가. 1년간 총회장 대접받고 살게 하기 위해서? 그건 아니라고 본다. 저는 그러면 안 될 사람이다. 하나님이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눈물로 기도했다. 그랬더니 한국교회의 갈등 상황을 보여 줬다. 이것 때문에 다 망하고 있더라. 전부 나눠져서 물고 뜯고 피차 망해 가고 있다. 이러한 때 중요한 게 무엇인가. 서로 화합하고 하나가 되는 것 아닌가. 우리가 나눠져 있으니까 이단들도, 정부도, 세상 사람들도, 손가락질한다. 얼마나 기막힌 일인가. (중략)

하나님이 저에게 비전을 주시고 씨앗을 심었다고 확신한다. 그래서 이 일을 시작했다. 이번이 마지막인데 하나님 입장에서, 말씀에 입각해서, 모두 이런 기회를 통해서 한번쯤은 시온의 대로를 열어서 묶인 자들이 하나님 앞에 돌아오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다. 오직 이유는 돈도, 명예도, 업적도 아닌 하나님이다. 그분의 명령이다."

이단 해제 문제로 전 총회장들 긴급 소집

▲ 총회를 불과 2주 앞두고 이단 해제를 단행한 것에 대해 의문점이 남는다. 특별사면위원장 이정환 목사(사진 가운데)는 금품 수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채영남 총회장의 확신은 자기 자신에게만 적용되는 듯하다. 이단 해제로 교단이 발칵 뒤집힌 가운데, 20일 전 총회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 문제를 다루기로 했다.

직전 총회장 정영택 목사는 19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이단 해제는 한국교회와 함께 가야 한다. 우리가 해제해도 다른 교단이 안 하면 의미 없다. 이번 이단 해제는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본다. 신학적 검증을 철저히 한 다음 사면 절차를 밟고, 총회 결의를 거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별사면 원천 무효 주장과 함께 사면을 추진한 교단 임원들의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예장통합 서울남노회는 17일 '이단 특별사면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성명을 통해 "특별사면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단 해제는 반드시 총회 결의로 결정해야 하며, 이번 사면은 총회장의 월권행위라고 지적했다.

서울남노회는 "101회 총회 개회 이전에 총회 임원회가 특별사면 철회를 선언할 것과 이번 특별사면을 주도한 총회장, 특별사면위원장, 총회 사무총장이 공개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특별사면' 논란은 101회 총회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예장통합은 과연 어떤 선택을 내릴까.

▲ 특별사면 선포식 이후 채영남 총회장이 기도하고 있는 모습.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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