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150여 명 남짓한 경남 진주의 한 교회가 담임목사 설교 표절 문제로 시끄럽다. 진주 성동장로교회 한 교인이 김정훈 담임목사 설교 1년 치를 분석해 표절 의심 사례로 인터넷에 올리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이 홈페이지에는 2016년 1월 첫 주부터 8월 마지막 주까지 35주 중 22주 설교에 대한 표절 분석 자료가 올라와 있다. 설교 원자료 출처는 대부분 인터넷목회정보클럽으로 추정된다. 김 목사는 할렐루야교회 김상복 목사, 남서울중앙교회 피종진 목사, 주안장로교회 주승중 목사 설교 등을 참고했다.

이 페이지는 김 목사의 설교 표절 유형을 두 가지로 분류했다. 먼저 한 설교를 통째로 참고하는 경우다. 2016년 6월 26일 설교 '기쁨과 웃음을 회복하는 복된 성도들' 같은 경우 '서정호 목사 온라인 설교 자료실' 게시판에 올라온 '믿음으로 웃고 사는 자'와 내용이 거의 유사했다.

두 번째는 여러 개 설교를 하나의 설교로 만드는, 이른바 '짜깁기' 형태다. 2016년 8월 28일 '화평을 도모하는 자'는 세 편의 설교를 하나로 합친 경우다. 인터넷목회정보클럽의 '가장 아름다운 입', '날마다 좋은 날이 되려면'과 피종진 목사의 '화평을 도모하는 길'이 재료로 쓰였다.

▲ 성동장로교회 한 교인은 설교 원 출처로 보이는 자료를 바탕으로, 김정훈 목사 설교 음성 파일과 비교한 자료를 공개했다. 빨간 점은 김 목사가 부연한 부분이다. 김 목사 설교 고유 분량은 대략 20초 내외다. 1분을 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이 자료를 분석한 교인은 1차 자료를 중심에 두고 담임목사가 한 실제 설교와 비교했다. 예를 들어 서정호 목사 설교 자료실에 있는 원래 설교문을 이미지로 올린 후, 담임목사가 삭제한 부분이 있으면 원래 텍스트에 X자를 표시하고, 부연 설명한 부분이 있으면 빨간 점을 찍는 방식으로 표절 여부를 분석했다. <뉴스앤조이>가 앞서 사례로 든 두 개의 설교를 분석한 결과, 표절로 의심되는 비율은 각각 75%, 69%에 달했다.

"여러 자료 참고해 설교 준비한 것"

김정훈 목사는 표절 의혹을 강하게 반발했다. 김 목사는 13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한 교인이 일방적인 감정을 가지고 자신을 표절로 몰고 있다며 억울하다고 말했다. 그의 해명을 들어 보자.

"(일반적으로) 설교라는 것들은 (준비할 때) 논문 형식으로 여기서 참조하고 저기서 참조하잖아요. 짜집기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제가 논문 형식으로 설교를 준비했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그쪽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표절했다는 부분을 일방적으로 쭉 나열했으니, (모르는 사람이 보면) 영락없이 카피죠. 공개된 자료에 보면 설교 자료가 A4용지 1장 반 분량이지만, 실제 제가 준비할 때는 여러 자료 준비합니다. 모든 자료가 A4 용지 30~40장이 나와요."

김 목사는 의혹을 제기한 교인이 의도적으로 자료를 편집했다고 말했다. 원출처로 제기된 자료를 참고한 건 맞지만 논문 쓰기 방식으로 참고했다고 했다. 교인들에게도 주석 등 모든 부분을 공개하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부연 설명' 부분은 자신의 고유한 생각을 집어넣은 것인데, 단순히 빨간 점 하나 찍어 놨을 뿐, 아무런 기록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 목사는 "설교 음성을 들어 보면 부연 설명에 대해 나와 있다"고 말했다. 원텍스트에 부연 설명을 달았기에 인용 설교라는 것이다.

김 목사는 이런 해명에 교인들도 다 수긍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뉴스앤조이>가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원출처와 김 목사 설교는 60~75% 일치한다. 6월 26일 설교에서는, 전체 설교 29분 51초 중 김 목사가 말하는 '부연 설명'에 해당하는 고유 발언은 7분 31초로 전체의 25%에 지나지 않는다. 부연 설명 길이도 대체로 10~30초 정도에 머물렀다. 24분 52초 분량인 8월 28일 설교에서는 김 목사 고유 발언이 6분 24초였다.

표절 문제 제기에 교회는 "문제없다"

김정훈 목사는 기자에게 수차례 "섣불리 기사를 쓰는 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다. 한쪽 입장만 듣고 쓰면 명예훼손에 해당하니 당회 공식 입장을 들어보시라"고 말했다.

김 목사 조언에 따라 당회 공식 입장을 들었다. '문제없음'이었다. 김 아무개 선임장로는 "다 잘 해결된 일"이라고 했다. 그는 13일 <뉴스앤조이>와 통화에서 "내부적으로는 문제될 게 없다. 지난주 제직회에서 이 얘기를 다뤘는데, 아무 문제없다는 식으로 합의했다. 괜찮다고 다 끝난 문제"라고 했다.

문제를 제기한 교인들은 교회 입장과 달리 끝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들은 담임목사 설교 표절이 고질적인 문제라고 보고 있다. 한 교인은 2010년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지만 그때도 유야무야 넘어갔다고 주장했다. 이 사이트에는 2010년 김 목사 설교 표절 의심 사례도 올라와 있다.

교인들은 "표절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문제 제기한 사람들을 내쫓으려는 움직임도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설교 표절이 더 많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전 설교 파일을 찾을 수 없어 분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김 아무개 장로는 문제 제기한 사람을 내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지금까지 교회 다니면서 사랑과 용서, 감사 배우지 않았느냐. 상대에게 허물이 있다고 해서 권징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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