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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지는 뇌의 작동 따른 환상은 아닌가

[서평] 한국교회탐구센터 <뇌과학과 기독교 신앙>(IVP)

강동석 기자   기사승인 2016.09.16  14:5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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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바야흐로 과학의 시대다. 17세기 이후 계몽의 시대를 넘어오면서 과학과 신앙은 상상하지 못했던 충돌을 경험하고 있다. '과학과 신앙을 어떻게 조화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오랜 숙제가 됐다.

마침 과학과 신앙 주요 이슈를 풀어내는 무크지 '스펙트럼: 과학과 신앙' 1호가 출간됐다. <뇌과학과 기독교 신앙>(IVP)이다. 한국교회 당면 문제를 연구하는 한국교회탐구센터에서 엮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뇌과학을 1호 주제로 담았다. 책은 △특별 좌담 △특별 기고 △특집 △성경 속 과학의 수수께끼 △북 리뷰로 구성했다. '왜 지금 과학과 신앙을 이야기해야 하나'를 주제로 노종문 목사와 송인규 소장, 박희주·우종학 교수의 좌담을 담았고, 과학과 신앙의 역사에 대한 글 두 편을 실었다. 특집란에는 '그리스도인에게 신경과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에세이와 논문을 실었다. 창세기 2:7 아담의 창조 해석 문제도 다뤘고, 북 리뷰에서는 관련 서적 5권에 대한 서평을 담았다.

창간호라 그런지, 아니면 무크지라는 특성 때문인지, 정작 이번 호 주제인 뇌과학에 대한 이야기는 그렇게 본격적이지 않다. 기독교 신앙에 대한, 뇌과학 연구의 이론적 도전을 다루는 데서 그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북 리뷰까지 포함해도 전체 절반 정도 분량이다. 나머지는 과학과 신앙 논의에 대한 이해의 기초를 짚는 내용이다. 특별 기고 '책과 인물로 풀어 본 과학과 신앙의 역사'는 관련 담론의 지형도를 이해하는 데 인사이트를 준다.

그중 IVP 정지영 간사가 기고한 '책으로 풀어 본 과학과 신앙의 역사'가 인상적이다. 1970년대부터 진행된 한국 사회의 '과학과 신앙' 논의를 되짚는다. 창조과학이 한국에 들어오기 시작한 초창기부터 2010년 이후에 이르기까지, 번역서를 비롯한 거의 모든 관련 도서를 망라한다.

△1970년대: 반진화론으로서의 기독교적 과학 △1980년대: 미국 창조과학의 상황화 △1990년대: 과학과 신앙의 본격적 대화를 위한 준비 △2000년대: 진지해진 과학과 신앙의 대화 △2010년대 이후: 과학과 신앙의 공명. 각 소제목은 그간 과학과 신앙 논의가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잘 보여 준다.

뇌과학의 도전 앞에 놓인 기독교 신앙

뇌과학(신경과학)은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특집란에 실린, 리브 킴 박사가 쓴 '의식은 신비로운 불꽃인가 - 심신 문제를 둘러싼 낙관론과 회의론에 관하여' 도입부에서 인용한 아래 문장이 이를 잘 보여 준다. 극단적 주장이긴 하지만 뇌과학이 어떤 부분에서 기독교 신앙과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지 전망을 제시한다.

"물리주의는 인생의 즐거움을 앗아가 버린다. 만일 물리주의가 옳다면, 한 잔 와인의 즐거움, 첫 키스의 황홀함, 홀인원의 짜릿함과 같은 것들은 뇌의 작용 이외에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 바바라 몬테로, <물리주의>에서

신앙 체험도 같은 원리로 말할 수 있다. "인간의 뇌에는 종교 체험을 가능케 하는 회로와 중추가 있으며, 이의 작동으로 인해 신비와 초월의 체험이 이루어진다"(75쪽)는 말이 가능하다. 육체와 영혼을 이원론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시대는 진작에 지나갔으며, 뇌과학 등으로 당면되는 과제 앞에 기독교 신앙을 어떻게 조화할 것인지 명확하게 대답해야 한다.

허균 교수(아주대 의대 신경과) 기고에 따르면, 21세기 뇌과학은 "현대 생물학과 인지과학을 결합해 막연히 신비스럽게 여겨지던 뇌의 구조와 작동 원리를 명쾌하게 규명하는 데 성공"(81쪽)했다. 아직 개척해야 할 영역이 많기에 과학 발전에 따라 규명 정도는 달라지겠지만, 그의 지적처럼 "인간의 영혼, 자아, 자유의지, 윤리와 가치 등의 개념이 모두 실체가 아닌 환상적 부산물"이라는 이해로까지 발전될 수 있는 만큼, 이는 기독교 신앙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 <뇌과학과 기독교 신앙> / 한국교회탐구센터 엮음 / IVP 펴냄 / 178쪽 / 1만 원 ⓒ뉴스앤조이 강동석

<뇌과학과 기독교 신앙>은 아직까지 이런 우려를 불식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특집란에 실린 번역 글, 피터 클라크 교수(기초신경과학)가 쓴 '의식적 의지의 효능에 대한 신경과학과 심리학의 공격'이 그러하다. 번역자 노종문 목사 지적처럼, "내 책임인가, 뇌 책임인가?" 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자유의지의 효능을 뒤흔드는 것처럼 보이는 '리벳 실험' 결과에 대한 반론이다.

피터 클라크는 '의식적 의지'(자유의지)에 대한 인간의 직관이 단지 환상인 게 아닌가 문제를 제기하는 '리벳 실험'의 허점을 지적하면서 관련 논의를 끌어온다. 성경적 인간관을 비롯해 다방면에 걸친 이야기를 40쪽 분량으로 압축한다. 인간의 인식이 투명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아직 의식적 의지를 뒤흔드는 단계까지는 이르지 않았다는 말이 되겠다.

4편의 북 리뷰는 전체적으로 분량이 적어 아쉽다. <뇌, 하나님 설계의 비밀>(CUP), <마음 뇌 영혼 신>(IVP), <1.4킬로그램의 우주, 뇌>(사이언스북스), <현대 과학과 기독교의 논쟁>(살림), <과학과 성경의 대화>(IVP)를 다루는데 1권당 2~3쪽 정도 할애한다. 선택된 서적들도 기초 교양적인 부분을 다루는 책이다. 서평도 대체적으로 각각의 책이 앞으로의 논의를 대비하거나 전망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출발점' 역할을 한다는 사실에 집중한다.

이 책에서 다룬 '뇌과학과 기독교 신앙' 이슈가,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 도입부에 해당하는 논의에서 끝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뇌과학과 기독교 신앙'이라는 첨단 논의를 끌어오는 데는 성공했으나, '과학과 신앙'이라는 전체 테마에 묶여 있다. 특집 주제 그대로 '그리스도인에게 신경과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만 살짝 던졌다고 본다. 뇌과학이 아직 개척해야 할 분야이기도 하거니와 개신교권에서의 관련 논의도 아직 시작점에 있기 때문일까.

하지만 더 깊은 독서와 학습을 위한 발판으로는 성공적이라고 본다. '과학과 신앙의 대화'를 위한 '스펙트럼'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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