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0일, 첫 번째 기사가 나간 후 제보자들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9월 13일 오후, 그동안 연락 없던 A 대표 쪽에서 "선교 투어비로 납부했던 재정 XX만 원을 계좌로 다시 돌려드립니다. (9/12 이체 완료) OO 씨가 납부한 금액과 우리 쪽에서 확인한 금액이 맞지 않아 지난번 변호사를 통해 정확한 금액 확인 후 지급하려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기에 지급이 늦어졌습니다. 납부액에 대해 이의가 있다면 확인 후 연락 바랍니다"라는 문자를 보내왔다고 했습니다. 총 세 명에게 각각 576만 원, 100만 원, 181만 원을 지급했다고 합니다.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A 대표가 운영하는 B사는 지금까지 총 세 종류 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그러나 공연을 올리기 위해 노력한 단원들 마음은 점점 더 썩어 들어갔다. 적게는 2년, 길게는 8년 동안 B사에 있었던 단원들은 탈퇴 후 다시 공연계에 발을 들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증언했다.

<뉴스앤조이>는 B사에서 탈퇴한 세 명을 직접 만났다. 두 명과 전화 통화를 했고, 네 명에게는 당시 상황을 기술한 문서를 받았다. 당시 단체 활동을 유추할 수 있는 자료도 다량 확보했다.

탈퇴자들은 한결같이 그때 일은 기억하기도 싫고 억울하다고 회상했다. 생각하면 가슴이 쿵쾅거리고 손이 벌벌 떨린다는 사람도 있었다. 지금은 그때를 떠올리면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안에 있을 때는 왜 몰랐을까.

오디션 때 질문이 '남친과 진도 어디까지 나갔냐'

제보자들은 A 대표가 오디션을 볼 때 속내를 미리 파악해 이를 나중에 이용한다고 주장했다. 단원들 대부분은 인터넷에서 오디션 공고를 보고 찾아왔다. 그런데 사람마다 오디션을 본 횟수가 다르다. 어떤 사람은 세 차례, 또 다른 사람은 다섯 차례까지 오디션을 본 경우도 있었다.

F는 가수 꿈을 좇아 B사 문을 두드렸다. A 대표가 유명한 음악 매니지먼트 회사에서 프로듀서로 활동했다고 해서 믿음이 갔다. 오디션 자리에서 기독교 이야기부터 꺼내는 A 대표를 보며 안도감을 느꼈다. 오디션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됐다. 기독교 이야기로 시작한 오디션은 횟수가 계속될수록 상담 분위기로 진행됐다.

"나도 기독교인이니까 기독교적 비전을 제시했기에 마음이 끌렸다. 그 다음 오디션에는 나에게 가정환경, 생각하는 것, 속마음을 물었다. 그런데 질문 중 이상한 것도 있었다. '남자친구 있느냐', '(남자 친구와) 진도는 어디까지 나갔느냐', '여기에 오는 사람 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버리고 왔는데 너는 뭘 버리고 올 수 있느냐'."

F는 A 대표가 남자친구와 헤어지라는 이야기를 우회적으로 표현한다고 받아들였다. 결국 5년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B사에 들어갔다.

B도 오디션을 다섯 번 봤다. F와 비슷한 방법으로 오디션이 진행됐다. A 대표는 처음에는 기독교 이야기로 시작한 뒤, 가정환경 같은 속 이야기까지 털어놓게 했다. 의지할 수 있는 사람, 뭐든지 의논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신을 대하라고 조언했다.

오디션 때 털어놓은 이야기는 후에 빌미가 됐다. A 대표는 단원들이 말을 잘 듣지 않거나 일 처리가 늦어지면 오디션 때 들은 사적인 이야기를 전체 단원에게 공개했다. B는 A 대표에게 복잡한 가정사를 비롯, 살아온 과정을 털어놓았다. A 대표는 B가 잘못하면 "가정에 음란한 영이 흘러서 그렇다. 그 영을 끊어야 한다"는 말로 B를 정죄했다.

▲ A 대표는 카카오톡을 통해 단원들의 행동을 통제했다. 업무 지시, 보고 모든 것이 다 카톡으로 이뤄졌다. 이 카톡은 대화 내용을 재구성한 것이다. 

허락 없이는 함께 밥도 먹을 수 없었다

오디션에 합격해 단원이 되면 누구나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있다. '문자 보고'다. 나중에 카카오톡이 등장하면서 문자 보고는 '카톡 보고'로 바뀌었다. 보고 내용은 다들 엇비슷하다. 아침에 일어나 무슨 말씀을 묵상했는지,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낼 것인지 등을 적어서 보낸다. 묵상 내용이 마음에 안 들면 A 대표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C는 B사에 있을 때를 회상하며 "북한과 같다"고 표현했다.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고 보고하는 곳. 신입 단원이 들어오면 대화가 허락된 리더를 제외하고는 동료들과 함부로 대화하지 못했다. 만약 이를 어기고 A 대표 허락 없이 함께 밥을 먹거나 대화하다 적발되면 체벌이 가해졌다. 서로 연락처도 공유하지 못했다. 어떤 경우든 대표 허락 없이 단원들이 모이는 것은 금기 사항이었다.

A 대표가 극장에 없을 때도 서로가 서로의 행동을 감시했다. 특히 이성 단원끼리 호감을 갖는 것은 절대 허락되지 않았다. 20대 청춘 남녀가 함께 지내며 눈이라도 조금 마주칠라면 '음란의 영이 씌여 있다'고 매도했다. 자신이 자리를 비울 때면 리더들에게 서로 호감을 가지고 있는 남녀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상세히 보고하게 했다.

단원들은 대표 허락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병원에 가는 것, 학교에 다니는 것, 군대 가는 것까지 모두 허락을 받아야 했다. 요구 사항이 있는 단원이 A 대표에게 의사를 물어보면 그는 "기도하고 대답해 주겠다"고 말하며 답을 미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입단한 남자 단원들은 입대를 계속 미뤄야 했다. A와 D는 단체를 나온 후에야 군대에 갈 수 있었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B는 대학교 시간표까지 A 대표에게 제출했다. 학교 마치고 바로 극장으로 오지 않으면 폭언을 들었다. 단원들은 A 대표 손바닥 위에 있었다.

▲ 아파도 마음대로 아플 수 없는 곳. B사. C는 병원에 입원했지만 그를 믿어 주는 사람은 없었다. 

'뽀뽀해 보라'는 요구가 시험?

여성 제보자들은 A 대표에게 성추행 의혹을 제기했다. G는 평소 워십 댄스에 관심있던 터라 '문화 선교'를 한다는 말에 끌려 B사에 들어갔다. A 대표는 하나님과 관계를 제대로 맺기 위해서는 주변을 정리해야 한다고 강권했다. 전화번호도 바꾸라고 종용했다.

인간관계를 정리한 G는 다른 단원들처럼 A 대표에게 일일 보고를 시작했다. 영성 훈련이라 생각하고 말씀 묵상한 것, 은혜 받은 말씀, 기도하면서 든 생각, 어떤 일을 했는지 등을 자세히 써서 보고했다.

어느 날 헤어진 남자친구와 다시 만나는 꿈을 꾼 이야기를 보고서에 썼다. 이내 자신을 보러 오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G는 A 대표가 신앙적으로 따를 만한, 성숙한 신앙의 소유자라고 생각했다.

공연장 안에는 조그만 방이 있었다. A 대표는 그곳에서 자기 손을 주무르라고 시켰다. 집에 데려다 주겠다며 함께 나간 뒤 한강으로 데려갔다. G는 당시 날이 추워 땅에는 눈과 얼음이 쌓여 있었다고 회상했다. A 대표는 바닥이 미끄러우니 팔짱을 끼라고 했고, 잠깐 걷는 동안 G에게 '남자로서 내가 어디가 좋으냐' 물었다.

하루는 A 대표가 G를 차에 태워 극장 인근 한적한 곳으로 갔다. 집에 데려다주겠다는 말과 달리 잠쉬 뒷자석에 앉아 쉬어 가자고 제안했다. 거부할 수 없었던 G는 함께 뒷자석에 앉았고, A 대표는 갑자기 G에게 입을 맞췄다. G는 너무 놀라 밀어낼 수는 없었지만 아무 반응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고 주장했다.

F는 A 대표가 자신을 차에 태우고 한적한 곳에 간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단둘이 차에 타고 경기도 일산 지역에 가서 팔짱을 껴 보라고 하거나 볼에 뽀뽀하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F는 자신이 계속 싫다고 하자 A 대표가 '시험에 통과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단원은 A 대표가 여성 단원들에게 안마를 자주 요구했다고 증언했다. 남성 단원도 많은데 굳이 여성 단원들에게 안마를 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단체에 있을 때는 너무 당연시하는 분위기라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었지만, 단체를 떠나고 보니 정상적이지 않았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제보자들 증언을 종합해 보면 B사에서는 비상식적인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기독교인이 운영하고 기독교적 가치를 내세우던 곳. 다음 기사에서는 A 대표가 단원들에게 어떤 내용으로 설교하고, 신앙을 빌미로 단원들을 어떻게 옭아맸는지 살펴본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