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독교 신문들의 연예인 보도. 이게 끝판왕인 듯.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지난주 교계 신문 연예인 보도의 문제점을 짚었는데, 이건 일부러 뺐다. 따로 한 꼭지로 다룰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에 연재 중인 '남궁설민의 스타미션' 코너다.

<국민일보>에서 기독교 관련 기사를 다루는 미션라이프에는 '스타인헤븐', '교회 누나의 천국 이야기' 등 기독교인 연예인 뉴스 시리즈가 많다. "OO가 교회 다닌다더라" 식의 의미 없는 기사도 수두룩하지만 '남궁설민의 스타미션'은 군계일학이다.

남궁설민 씨에 대한 설명은 뒤로 미루고 그가 쓰는 칼럼 내용부터 보자. 스타미션은 연예인과 성경 속 인물을 매치하는 특이한 포맷의 칼럼이다. 올해 7월 1일부터 9월 2일까지 6개 글에서 송중기, 전지현, 박신혜, 전도연, 유지태, 수지를 다뤘다.

아래는 그의 글을 발췌한 것이다. 깊은 빡침을 유발할 수 있으니 주변에 비싼 물건은 일단 치워 두자.

"전지현은 당당하면서 섹시한 매력의 소유자다. 그녀는 자기표현이 확실하고 능력 있는 커리어 우먼의 이미지와 럭셔리한 성적 매력이 공존하는 여배우다. 당연히 내숭이나 수줍음 같은 전통적 여성성과는 거리가 멀 수밖에. 그래서 남성들에게는 넘치는 여자, 감당키 힘든 여자의 느낌을 줄 수도 있다. (중략) 게다가 팔등신의 늘씬한 몸매는 야자수처럼 미끈하게 뻗어서 어떤 옷을 입어도 패셔니스타가 된다.

성경에서 전지현처럼 당당하면서 섹시한 여자는 창세기에 나오는 다말이다. (중략) 그래서 섹시한 창녀로 변장해 시아버지를 유혹해 관계를 가져 자식을 얻는 상상치 못할 일을 감행했다." (7/8, 배우 전지현, 용기 있는 '현대판 다말')

"(박신혜의) 청순한 얼굴에서 가장 육감적인 부분은 입술이다. 따뜻한 온기를 지닌 풍부한 입술은 풋풋함 때문에 자칫 소녀스러울 수 있는 그녀를 여성스럽게 보이게 한다. 이런 아름다운 그녀인데 성격까지 좋다. 소탈하고 청순하고 밝고 씩씩한 여자, 더구나 친절한 성격까지 갖췄다. (중략)

리브가는 예수님의 조상이 되는 최고의 결혼을 하게 됐다. 아마 박신혜도 가장 인기 있는 신붓감으로 꼽힐 것이다. 예뻐도 깍쟁이 같다거나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텐데 그녀는 예쁘지만 소탈하고, 청순하지만 똑똑한 이미지를 가졌기에 거부감을 주는 요소가 없다. 리브가도 이런 매력으로 택함을 받아 최고의 결혼을 했다." (7/22, 배우 박신혜, 청순한 얼굴…창세기 '리브가' 연상)

"예민한 눈빛과 얇은 입술에서 느껴지는 이성적인 분위기는 소녀처럼 동그란 이마가 가진 순수함과 상반돼 묘한 성숙함을 자아낸다. 때문에 그녀(전도연)는 어린 처녀의 역할도, 농염한 여인의 역할도 모두 해내는 배우가 될 수 있다. 성경의 '굿 와이프'라면 단연 아비가일이다." (8/5, 배우 전도연, 지적 매력과 차분함 속에 감춰진 정열)

성 역할을 강조하는 여성 혐오적 표현이 난무하고, 어떤 표현은 성희롱 수준이다. 게다가 얼굴 생김새로 성격을 유추하고, 그걸 성경 인물과 연관 짓는 논리, 수긍하기 매우 힘들다.

▲ <국민일보>에 연재되고 있는 '남궁설민의 스타미션'.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갈무리)

끝이 아니다. 연예인 수지에 대한 칼럼은 단연 압권이다.

"가녀리고 파리한 청춘이 아니라 잘 익은 사과처럼 발그레한 뺨을 떠올리게 하는 건강한 청춘의 심볼이 수지다. (중략) 그녀는 예쁘긴 하지만 평범한 여대생들이 그렇듯 뛰어난 미모라기보다는 초여름의 풋사과처럼 싱그러운 매력이 돋보인다. 이런 그녀가 삶에 찌든 아줌마가 된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다. 언제까지나 처녀로 머물러 있을 것 같은 이미지다.

수지처럼 영원히 처녀의 이미지로 머문 여자가 있다. 바로 입다의 딸이다. (중략) 입다의 딸은 처녀로 남은 인물이다. 영원한 처녀라는 단어는 사람을 설레게 만든다. 순결하고 청순한 처녀만큼 아름다운 존재는 없으니까 말이다." (9/2, 배우 수지, 발그레한 뺨…건강한 청춘의 심볼)

정신이 혼미해지는 이 글을 쓴 남궁설민 씨(68)는 의사이자 'Back10치유센터' 대표원장이다. 대한민국 1세대 성형외과 의사로 이름을 날렸다. 1993년 <남궁설민의 스타의 얼굴>이라는 책을 냈고, 200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는 <스포츠조선>에 '남궁설민의 스타미학'이라는 제목으로 칼럼 250여 개를 썼다. 그때 글도 저런 식이었는데 성경 인물과는 연결 짓지 않았다.

<국민일보>와 <크리스천투데이>에는 남궁설민 씨의 신앙 간증이 담겨 있는 인터뷰 기사가 몇 개 있다. 그는 일련의 계기로 기독교 신앙을 가지게 됐다. 2000년대 들어와 성형수술을 멀리하고, 2011년 '유아이암치유연구센터'라는 곳을 열어 암과 함께 영혼 치유에 전념하고 있다고 기사는 소개했다.

성형외과 의사 출신이고 그런 종류의 글을 많이 썼다고는 하지만, 여성 외모를 평가하며 "처녀로 머물러 있을 것 같은 이미지", "순결하고 청순한 처녀만큼 아름다운 존재는 없다" 등 성희롱적 표현을 쓰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안타깝게도 기독교 신앙이 여성에 대한 비뚤어진 인식까지 바꾸지는 못한 것 같다.

진짜 문제는 이런 글을 '스타미션'이라는 이름으로 신앙 칼럼 섹션에 분류해 놓은 <국민일보>다. 남궁설민 씨는 삶의 관성으로 그랬다고 쳐도 <국민일보>는 언론 아닌가. 이런 칼럼이 기독교인의 신앙에 도움이 될까. 오히려 여성을 대상화하고 여성에 대한 편견을 더 굳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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