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발생 위험하다, 핵발전소 폐쇄하라"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역대 최대 규모 지진이 발생했다. 9월 12일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에서 시작된 지진은 5.8도로 전국 곳곳에서 느낄 수 있을 정도 규모였다. 후진(여진)이 있을까 두려운 경상권 주민들은 밤새 잠을 설쳤다.

한국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특히 원자력발전소가 밀집돼 있는 부산·울진은 지진이 발생할 경우 예상 피해가 더 큰 지역이다. 9월 13일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은 서울 광화문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핵발전소 폐쇄, 신규 핵발전소 건설 중단과 궁극적으로 탈핵을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 9월 13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빌딩 앞에서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한국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며 노후한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사진 제공 환경운동연합)

정의당·노동당·녹색당 등 정당 관계자들과 시민단체 대표들이 모였다.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정부를 비판했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가 주는 교훈이 분명한데 아직도 정부가 현실을 외면하고 "원자력발전소는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차일드세이브 최경숙 대표는 이번 지진으로 엄마와 아이들이 가장 큰 공포에 떨었다고 전했다. 6년 전 일본 후쿠시마 사태 이후 아이들이 갑상선암에 걸리거나 어린 나이에 암에 걸린다는 공포감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최 대표는 이번 지진에서 목격한 것은 세월호 사건 이후 하나도 변하지 않은 정부와 사람들의 인식이라고 했다. 건물이 흔들릴 정도로 심각한 지진이었지만 학교에서는 야간 자율학습을 강행했다. 경주 한 학교는 담벼락에 금이 가고 시멘트가 떨어져도 여전히 아이들을 등교시켰다. 그는 저출산 정책 이야기하기 전에 아이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녹색당 이유진 공동위원장은 북한 핵무기와 남한 핵발전소를 같이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탈핵'이 답이라며 지금이라도 야당 대표들이 모여 대책을 강구해 달라고 부탁했다. 핵 발전소가 있는 한 한국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은데 정부는 계속 "안전하다", "6.5도 강진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로 진실을 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

국내 최대 규모 지진 발생, 핵발전소가 위험하다
- 노후 핵발전소 폐쇄하고, 신규 건설 중단하라

어제 저녁 7시 44분과 8시 32분 경주에서 리히터 규모 5.1, 5.8가량의 지진이 연달아 발생했습니다. 밤새 여진이 179회까지 이어졌고, 기상청은 여진이 수일에서 수십 일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국민안전처가 현재까지 지진으로 인해 8명이 부상을 입었고, 재산 피해 신고도 253건으로 집계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여러 피해들로, 지진의 공포로 밤새 노심초사한 경주와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먼저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번 지진은 국내 지진 관측 이래 가장 강력한 규모라는 점에서 불안감이 더욱 큰 상황입니다. 문제는 이 지역이 월성 핵발전소에서 불과 27km 떨어진 곳이고, 고리 핵발전소, 울진 핵발전소 등 핵발전소 밀집 지역이라는 점입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진 규모가 정지 기준을 초과해 월성 핵발전소 4기를 수동 정지시키고 긴급 점검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수력원자력은 핵발전소는 안전하다고 발표하고 있지만 걱정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동안 국내 핵발전소가 밀집된 지역이 활성 단층이 집중되어 지진 발생의 위험이 크고, 과소평가된 지진 발생 위험 평가와 활성 단층 조사 미비, 내진 설계 취약 등으로 핵발전소가 위험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실제 국내 대부분의 핵발전소가 0.2g(리히터 규모 6.5)에 설계되어 있어 어제보다 더 강한 지진이 온다면 대처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핵발전소가 밀집해 있는 부산, 울산, 경주, 울진 등 한반도 역사 지진 기록에서 큰 규모의 지진이 계속해서 발생했던 지역입니다.

전문가들은 한반도에서도 규모 7.45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이 지역은 양산단층대, 울산단층대 등을 비롯한 크고 작은 활성 단층이 집중되어 있어 지진 발생 위험이 가장 높은 곳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언제까지 한국은 지진의 안전지대고, 내진 설계가 충분하다며 안일한 대처만을 하고 있을 것입니까.

후쿠시마 사고도 규모 7.9의 내진 설계를 했지만, 예상치 못했던 9.0의 대지진에 참사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이제라도 위험신호를 제대로 받아들여 안전 대책을 마련하고, 핵발전소 중심의 전력 정책을 벗어나야 합니다.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닙니다. 최소 규모 7~7.5이상의 지진을 견딜 수 있는 대비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지진에 취약한 노후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더 이상 신규 건설을 늘리지 않아야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 가동 중인 핵발전소를 순차적으로 중단하고 지진 대비 평가 및 안전 점검을 공개적으로 실시하라!
● 핵발전소 밀집 지역의 활성 단층 종합 조사 및 지진 재해 분석을 실시하라!
● 안전성 미비에도 수명 연장 가동 중인 경주 월성1호기를 폐쇄하라!
● 지진 발생 위험 지역에 10개를 밀집해서 짓는 신고리 5, 6호기 건설을 전면 백지화하라!

2016년 9월 13일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

가톨릭환경연대, 경주핵안전연대,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기독교환경운동연대, 나눔문화, 노동당, 노동자연대, 녹색교통운동, 녹색당, 녹색연합, 대안교육연대, 동아시아탈원전자연에너지네트워크, 두레생협연합회,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사능시대우리가그린내일, 보건의료단체연합, 불교환경연대, 사회민주주의센터, 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진보연대, 삼각산재미난학교,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새날희망연대, 생명살림연구소, 생명평화마중물, 생태지평, 성미산학교, 수도권생태유아공동체,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시민평화포럼, 아이쿱소비자활동연합회, 서울아이쿱생협,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에너지나눔과평화, 에너지전환, 에너지정의행동, 에코붓다, 에코생협, 여성민우회, 여성환경연대, 영광핵발전소안전성확보공동행동, 영덕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원회, 영덕핵발전소반대포항시민연대, 예수회사회사도직위원회, 원불교환경연대, 의료생협연합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학생행진, 정의당, 정치소비자연대, 차일드세이브, 참교육학부모회, 참여연대, 천도교한울연대, 천주교창조보전연대, 청년초록네트워크, 초록교육연대, 탈핵경남시민행동, 탈핵부산시민연대,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탈핵천주교연대, 태양의학교,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하자작업장학교,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YMCA전국연맹, 한국YWCA연합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살림연합회, 합천평화의집, 핵없는사회를위한충북행동, 핵없는세상, 핵없는세상광주전남행동, 핵없는세상을위한의사회, 핵으로부터안전하게살고싶은울진사람들, 행복중심생협연합회, 환경과공해연구회,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 핵없는세상대전공동행동, 유성핵안전시민대책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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