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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청문회, 경찰·새누리당의 강고한 연대

여야 간 입장 차 극심…강신명 전 경찰청장 "사법 처리 결과에 반드시 책임지겠다"

구권효 기자   기사승인 2016.09.13  12: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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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서 백도라지 씨가 진술하는 모습. ⓒ뉴스앤조이 구권효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백남기 농민 청문회가 9월 12일 오전 10시에 시작해 밤 11시가 다 되어 끝났다. 304일 만에 열린 청문회인지라 하루로는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기 힘들었다. 내용 면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청문회에는 여야 안전행정위원회 위원들과 증인 및 참고인, 백남기대책위원회 시민, 기자들이 참석했다. 저녁 식사 후 추가 질의 시간에는 새누리당 의원이 대거 빠져나갔다. 길바닥저널리스트 박훈규 기자는 새누리당 강석호 의원이 저녁 식사 시간에 폭탄주를 마시는 영상을 공개했다. 추가 질의 사안이 없으면 불참해도 되지만 도덕성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에서 오간 논의들을 정리한다.

'불법 시위 vs. 과잉 진압' 프레임

새누리당은 청문회 처음부터 '경찰의 과잉 진압은 시위대의 불법·폭력 시위 때문'이라는 프레임을 밀어붙였다. 야당 의원들이 경찰의 직사 살수 사진·영상을 보여 주면, 여당 의원들은 시위대의 과격한 모습을 보여 주는 식이었다.

여당은 경찰과 한 몸이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경찰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주장했다. 홍철호 의원(새누리당)은 "마치 새누리당은 경찰의 행동을 합리화하려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에 아쉬움이 있다"면서도 경찰의 대답이 필요 없을 정도의 질문을 했다. "살상을 할 수 있는 불법 시위 용품이 동원되니까 이격하려 차벽을 친 거죠?" 이런 식이었다.

참고인들 성향도 여야가 극명하게 갈렸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신문한 참고인은 전의경부모모임 대표, 전역 의경 등 시위대의 불법·폭력 시위를 증언하는 사람들이었다. 새누리당과 경찰 측 증인들은 당시 민중총궐기로 경찰 113명이 부상을 입었다는 점과 시위대 또한 경찰 부상자들에게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 새누리당 의원들은 '불법 시위대'에 대응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경찰의 입장을 거의 그대로 대변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증인으로 출석한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백남기 농민에게 사과하라는 야당 의원들의 요구를 끝까지 거부했다. 그는 "명확한 사실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사람이 죽거나 다쳤다는 결과만 보고 무조건 사과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신명 전 청장은 답변 도중, 마치 백남기 농민이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등 불법 행위를 했다는 식으로 말했다. 표창원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이를 추궁하고 사과를 요구하자, 강 전 청장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심심한 사과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표 의원은 참고인으로 참석한 백남기 농민의 딸 백도라지 씨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라고 했으나, 강 전 청장은 "이벤트 같아서 그냥 앉아서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백남기 농민이 쇠파이프를 휘두르거나 벽돌을 던지거나 하는 등의 불법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차벽에 연결한 밧줄을 끌어당기고 있었다"며 밧줄을 끌어당기는 것도 불법 행위라고 했다.

   
▲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야당 의원들의 사과 요구에 끝내 응하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기자

'청문 감사 진술 조서' 제출로 옥신각신

청문회는 경찰의 '청문 감사 진술 조서' 미제출 문제로 오후 한때 정회되기도 했다. 이 조서는 작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상황이 정리된 직후, 경찰 내부에서 관계자들을 조사한 문서다. 백남기 농민을 쓰러뜨린 살수차 충남9호를 운용한 한석진·최윤석 경장도 당시 5~6시간 조사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더불어민주당 박남춘·백재현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이 조서가 사건 직후 조사한 것이기 때문에 가장 정확할 수 있다고 했다. 또 현재 증인들이 진술하는 내용의 진실성을 검증하려면 이 조서가 필요하다고 했다.

당장 경찰의 내부 살수차 사용 보고서에도 사실과 다른 의혹이 있었다. 충남9호는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지시를 받은 4기동단장의 살수 명령을 받아 경고 살수 1회, 곡사 살수 3회, 직사 살수 2회 등 총 5회" 살수했다고 보고되어 있다. 그러나 CCTV로 확인하면 직사만 7번이었다. 또 청문회 현장에서 신윤균 영등포경찰서장(당시 4기동단장)은 충남9호에 직접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야당 의원들은 청문 감사 진술 조서를 요구했으나 경찰은 이 조서를 위원회에 제출하지 않았다. 현재 민형사 소송이 들어가 있는데, 이 조서가 공개되면 재판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이유였다. 새누리당도 이 논리 그대로 거들었다.

   
▲ 이승철 경비국장이 청문회 도중 보내는 메시지가 국민TV 카메라에 포착됐다. (국민TV 갈무리)

국민TV는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승철 경찰청 경비국장이 청문회 도중 메신저로 "청문 보고서 제출로 형사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증인이 다수 있다. 간사께 전달 바람"이라는 문자를 보낸 것을 포착했다. 국민TV는 이 간사가 안전행정위 새누리당 간사 윤재옥 의원이라고 추측했다.

정회 후 속회에서도 야당 의원들의 요구가 빗발쳤다. 이미 검찰에 제출된 문서인데 무슨 재판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지만, 경찰 측 증인들은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새누리당은 "이렇게 되면 청문회가 진행되지 않는다"며 경찰에 힘을 실었다. 결국 이 조서는 청문회에서 논의되지 못했다.

조준 사격 수준인데 시야 확보 어려웠다?

경찰에게 백남기 농민 사건은 "불법·폭력 시위에 적법하게 대처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안타까운 사고"였다. 강신명 전 청장도 이렇게 말했고, 물포 각도를 조절한 최윤석 경장도 마지막 진술에서 "업무적으로는 적법하게 대처했으나 결과적으로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것에 안타깝고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 왼쪽부터 증인으로 출석한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강신명 전 경찰청장,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승철 경찰청 경비국장. ⓒ뉴스앤조이 구권효

경찰 측 증인들은 사진과 영상이 있는데도 사실을 부인하거나 확인을 유보했다. "왜 백남기 농민의 머리에 직사 살수했느냐"는 질문에, 최윤석·한석진 경장은 "직사로 하지 않았다. 밤이고 비까지 와서 시야 확보가 어려웠다. 시위대가 있을 만한 지점에 살수했다. 안전을 위해 상하좌우로 왔다 갔다 하면서 쐈다"고 답했다.

박주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백남기 농민이 직사 살수를 맞고 쓰러지는 영상과 이후로도 수초간 그에게 물포가 발사되는 장면, 다른 사람이 그를 구하러 오는데도 계속해서 쏟아지는 물포의 모습을 제시했다. 박 의원은 "이게 상하 좌우로 쏜 건가. 조준 사격 아닌가"라고 물었다. 최윤석 경장은 "상하 좌우로 움직이다가 시위대가 모여 있는 것처럼 보여서 잠시 멈춘 것뿐"이라고 답했다.

   
▲ 백남기 농민을 쓰러뜨린 물포를 살수하라고 지시한 신윤균 당시 4기동단장(맨 왼쪽). 그는 영등포경찰서장으로 승진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각도를 조절한 최윤석 경장이 실전에서 물포를 쏜 것은 백남기 농민 때가 처음이라는 것도 확인됐다. 진선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살수차 운용 지침대로 직사 살수할 때 가슴 아래 부분에 쏘는 연습은 했느냐"고 물었다. 최 경장은 그렇게 연습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한석진 경장은 "물포를 가슴 아래로 맞추기는 상당히 어렵다"고 답했다.

'차벽' 논란도 있었다. 강신명 전 경찰청장과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시위대가 집회 전부터 청와대로 가자는 뜻을 내비쳐 차벽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했다. 특히 구은수 전 서울지청장은 "나중에 말이 나올까 봐 시위대가 불법을 저지르기 전에는 절대 차벽을 치지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박주민 의원 등이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하지 않았을 때에도 차벽이 이미 설치돼 있는 사진을 제시하자 "준비한 것을 두고 차벽을 쳤다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백도라지 "아버지는 불법 시위하지 않았다"

청문회가 마칠 때쯤 백재현 의원이 백도라지 씨에게 발언 기회를 줬다. 백도라지 씨는 "그날 아버지가 서울에 도착하셨을 때는 오후 4시 정도였다. 이미 차벽이 설치된 후였다. 농민 대회는 서울역에서 하고 광화문까지 가는 일정이었다. 차벽이 방어용이었다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까 여러 경찰관들이 나와서 '부상을 입었다',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시위대 1,200명 이상 검찰에서 사법 처리를 했다. 시위에 참여했던 사람 중 가장 큰 부상을 입은 사람이 우리 아버지일 텐데, 이에 대해서는 사법 처리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그 답답함을 호소하기 위해 청문회까지 요청한 것이다. 그런데 계속 폭력 시위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황당했다"고 말했다.

   
   
▲ 백남기 농민의 장녀 백도라지 씨(사진 위 왼쪽)와 아내 박순례 씨. 박 씨는 백남기 농민이 쓰러지는 영상이 나오자 눈물을 훔쳤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4일 후, 가족들은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을 비롯해 7명을 고발했다. 그러나 1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강 전 청장과 구은수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 등은 경찰 조사조차 받지 않았다. 강신명 전 청장은 "이제 곧 수사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법 처리 결과에 대해서는 반드시 그에 응당한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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