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7시, 20대 청년들이 속속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드라마치료연구소로 모여들었다.

"둘씩 짝을 지으세요. 한 손은 등 뒤에 손바닥이 보이도록 붙이고 한 손은 주먹을 쥐고 검지만 폅니다. 상대방의 등 뒤에 있는 손바닥을 먼저 찌르는 사람이 이기는 겁니다. 자 준비됐으면, 찌르세요!"

진행자의 경쾌한 외침과 함께 현대드라마치료연구소의 공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쿵쿵대는 발소리와 깔깔대는 웃음소리로 기분 좋은 소란이 일어났다.

웜업을 진행하는 김광진(26세) 청년은 "삼포세대라 불릴 만큼 각박한 한국사회에서 청년들이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며 사느라 평소 경직되어 있다"며 "웜업(warm-up)은 놀이를 하면서 유연해지고 자유로워지는 것을 경험하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청년들은 언제 어색했느냐는 것마냥 꼬마 아이들처럼 순식간에 친밀해졌다. "어우 더워!" 온갖 수를 다 쓰고도 결국 게임은 무승부로 끝났다. 이들은 환한 얼굴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 내며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도 연신 부채질했다. 매주 일요일 현대드라마치료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청년모임 풍경이다. 모임은 8월부터 시작됐다.

▲ 웜업을 진행하고 있는 청년들. ⓒ현대드라마치료연구소

"당신은 당신의 이상향에 얼마나 가까이 있나요?"

평범한 의자 하나가 방 한가운데 놓였다. 모두의 관심이 의자로 쏠린다. 이때 질문이 던져진다.

"당신은 당신의 이상향에 얼마나 가까이 혹은 멀리, 어떤 모습으로 있나요?"

모두를 둘러싼 공기 밀도가 순식간에 달라졌다. 질문을 곱씹으며 청년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방 한구석 끝까지 가 쭈그려 앉은 이. 등을 보이며 벽 가까이 선 이. 의자에서 조금 떨어진 위치에 비스듬한 각도로 앉은 이. 모두 의자에서 거리를 둘 때 당당하게 의자에 앉은 이. 제각각이다. 진행자가 한 명 한 명에게 다가가 다시 묻는다.

"당신은 왜 여기 이런 모습으로 있나요?"

의자를 보고, 다시 스스로를 보며 말을 이어 갔다.

"내가 바라는 모습에서 너무 먼 것 같아요. 어떻게 저기까지 가야 하는지 방법을 모르겠어요."

"저는 한 발은 앞으로 내딛고 한 발은 뒤로 딛고 서 봤어요. 이상향에 열심히 달려가는 도중에 원치 않게 멈춰 섰거든요."

"전에는 바라는 상이 뚜렷했고 그걸 이루기 위해 노력하느라 너무 힘이 들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이상향이랄 게 없어요. 그런 것 없이 내 모습 그대로 사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려서 의자에 앉았어요."

저마다의 이유를 이야기하는 얼굴에 복잡한 표정이 스쳐 갔다. 듣는 이들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거나 미소를 짓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무엇을 떠올렸는지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진행자 인도에 따라 흩어졌던 이들은 다시 삼삼오오 모여 앉았다. 시간은 어느덧 밤 9시를 향해 달리고, 공간은 소감을 나누는 낮고 높은 목소리들로 채워졌다.

▲ 질문을 곱씹으며 흩어졌던 청년들이 모여 앉았다. ⓒ현대드라마치료연구소

현대드라마치료연구소 정하영 간사(28세)는 "청년모임은 다가올 다음 아카데미를 준비하는 동시에 자신을 발견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함께 성장해 가는 일종의 공동체"라고 말했다. 청년모임은 현대드라마치료연구소에서 주최하는 제2기 기독 청년 치유 성장 아카데미를 준비하는 스탭들 모임이다. 매주 일요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드라마치료연구소에서 진행된다.

스탭 대부분이 1기 아카데미에 참여한 이들이다. 이들은 아카데미에서 배운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기반으로 도움이 필요한 더 많은 이들을 돕고자 자발적으로 모였다.

모임은 짧은 회의와 1시간 정도의 액션 메소드 활동으로 채워진다. 몸을 움직이며 놀이를 하는 등 다양한 액션 메소드 활동으로 청년 스탭들은 자신도 몰랐던 스스로를 발견하고 표현하는 법을 배우며 타인에게 공감하는 능력을 길러 나간다. 삼성제일교회에서 열리는 제2기 기독 청년 치유 성장 아카데미는 9월 25일 개강을 앞두고 있다.

청년모임은 관심 있는 이들 누구라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오픈되어 진행하고 있다. 청년모임에 참여하려면 현대드라마치료연구소 페이스북 페이지 혹은 카카오톡 아이디 'kimw712'로 연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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