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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종교 행위는 또 하나의 땅밟기

세레머니로 신심 드러내는 것은 위험한 발상…삶 자체를 보여 주는 게 더 중요

백찬홍   기사승인 2016.09.09  16:4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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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9월 8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연 시민 토론회 '스포츠 선수의 종교 행위, 어디까지 가능한가?'(기사 바로 가기)에서 백찬홍 운영위원(씨알재단)이 발표한 '과도한 종교 행위는 또 하나의 땅밟기' 발제문입니다. - 편집자 주

송기춘 교수의 글 논지가 본 토론자 관점과 대체적으로 일치하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고자 한다.

스포츠 선수의 종교 행위는 주로 개신교인들이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개신교 관계자들은 선수들의 종교 행위에 대해 "공직자도 아닐 뿐 아니라 선수들이 승리감에 세리머니를 하는 것은 전적으로 본인의 의사에 달린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물론 개신교인들 주장대로 선수들은 극심한 훈련과 결과에 대한 심한 압박감, 수많은 관중의 환호와 야유 속에 경기를 해야 한다. 그들 입장에서 분명한 목표 의식과 마음의 안정을 주는 종교에 의지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었을 때 믿음의 대상에게 감사를 표시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데 있다. 기도 세레머니의 원조격인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 이영무 씨는 자신의 책 <하나님의 국가대표>(두란노)에서 기도 세레머니를 선교 목적으로 활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중동 국가와의 원정 경기에서 종교 행위를 자제해 달라는 정부의 요청에도 "지금이 아니면 중동  국가에 누가 복음을 전하겠습니까. 중동 국가 선교를 위해서 나를 기도하는 선수가 되게 해 주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했다. 참고로 이 책은 기도 세리머니로 유명한 이영표, 박주영 선수, 허정무 전 감독이 추천했다.

게다가 이영무 씨는 할렐루야축구단 감독 재직하던 팔레스타인 원정 경기를 앞두고 한 언론 인터뷰에서 "순교자의 정신을 가지고 다니면, 살면 전도! 죽으면 천국! 아니냐?"고 했고, 국내 팀과의 경기를 앞두고는 "성도님들께서 짧게라도 저희 팀을 위해 기도해 주시면 아말렉 전투의 승리와 같은 위대한 하나님의 승리를 체험하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행위는 자신의 신심을 드러내는 것이겠지만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만약 팔레스타인에서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했다면 개인 문제를 넘어 2007년 샘물교회 사건처럼 국가적 문제가 될 수 있었다.

계다가 아말렉 전투는 고대 이스라엘 민족이 주변 민족을 멸절했던 사건을 말하는데 구약성서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아말렉이 이스라엘에게 한 짓, 곧 이스라엘이 이집트에서 올라오는 길을 막았던 그 일 때문에 나는 그들을 벌하겠다. 그러니 너는 이제 가서 사정없이 아말렉을 치고, 그들에게 딸린 것을 완전히 없애 버려라. 남자와 여자, 아이와 젖먹이, 소떼와 양떼, 낙타와 나귀를 다 죽여야 한다." (사무엘상 15:2)

이 구절을 놓고 리처드 도킨스 같은 이는 기독교인들이 믿는 신의 복수심, 증오, 인종 청소, 여성 혐오, 유아 살해, 가학성이 드러나는 구절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물론 이영무 감독이 도킨스 주장처럼 매우 불순한 생각을 가지고 발언한 것은 아니겠지만 상대팀을 멸절 대상인 아말렉으로 비유한 것은 과하다고 볼 수 있다.

이영무 감독 외에도 유사 사례는 셀 수도 없이 많다. 그렇다면 개신교 스포츠인들이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종교적 발언이나 행동을 거침없이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타 종교에 대한 이해나 보편적인 시민 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로 보수적인 교회에서 나고 자란 경험 때문에 그 영향이 크다. 유럽의 경우 오랜 종교전쟁을 통해 타 종교나 문학에 대한 일종의 똘레랑스(관용)이 형성됐다. 한국은 개신교가 동양 문화나 종교에 대한 우월적인 인식을 가졌던 선교사들에 의해 전해지면서 다수의 신자들이 타 종교나 전통문화에 대한 배려나 이해도가 낮은 편이다.

부흥사로 유명한 장 아무개 목사 등이 "불교가 들어간 나라는 다 못 산다"고 발언하고, 개신교 장로이자 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던 문창극 씨가 "조선 민족이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받게 된 것은 이씨조선 시대부터 게을렀기 때문"이라며 "이를 고치기 위해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하나님이 받게 한 것"이라고 발언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는 과도한 종교 행위에 대한 타 종교나 타인의 비판과 공격을 자신들에 대한 몰이해나 박해로 받아들이면서 오히려 그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초기 기독교인들이 가졌던 일종의 순교자 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한국 개신교 수준이 거기에 머물러 있다는 의미다.

셋째는 개신교 공동체에서 종교 행위를 부추기고 옹호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 모 선수가 금메달을 따자 개신교 신자인 모 해설위원이 공중파에서 "주님의 뜻입니다, 주님께서 (금메달을) 허락하셨어요"라고 발언한 뒤 비판이 거세지자 사퇴했지만 오히려 거의 모든 개신교 언론들은 그를 영웅시하고 많은 교회들이 초청해 간증 행사를 벌였다.

개신교 스포츠인들의 과도한 종교 행위는 일종의 땅밟기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조용히 성호를 긋거나 십자가 목걸이 정도에 입맞춤하는 정도는 용인될 수 있지만 국가대표 선수가 과도한 세리머니를 하거나 인터뷰 중 '하나님' 운운하는 것은 선교 또는 포교 행위를 하는 것이다.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대안으로는 국가대표 경우라면 대한체육회 차원에서 강력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방송에서도 사전 교육을 통해 기도 세리머니 장면은 비추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과도한 종교 행위를 부추기는 한국 개신교의 각성과 선수 개인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스포츠 세계에는 기도 세리머니 같은 행동을 하지 않고도 모범적인 종교인으로 칭송받는 선수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있다. 류현진 선수의 동료이기도 한 그는 20대 중반에 최고의 투수들에게 주는 사이영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명실공히 미국을 대표하는 투수다.

커쇼는 아구장 밖에서도 명성이 높다. 2008년 데뷔한 그는 시즌이 끝나자 고향인 텍사스에 아프리카 아이들을 돕기 위한 자선 야구 교실을 열었다. 2010년 결혼 직후 아프리카 고아 문제에 깊은 관심이 있었던 아내 엘렌의 뜻에 따라 신혼여행지로 호화 휴양지 대신 잠비아를 택했다. 잠비아 방문 후에는 '커쇼의 도전'이라는 후원 프로그램을 만들어 탈삼진 1개당 600달러(후원사 포함, 한화 약 70만 원)를 기부했다.

그의 선행이 계속되자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커쇼에게 로베르토 클레멘테 상을 시상했다. 로베르토 클레멘테 상은 1972년 12월 말 지진 구호물자를 싣고 니카라과로 향하다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피츠버그 외야수 로베르토 클레멘테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상은 메이저리그 선수들에게는 사이 영 상이나 MVP에 준하는 영광으로 여겨진다.

로베르토 클레멘테 상은 보통 봉사 활동이 검증된 30대 중반 이상 선수에게 돌아간다. 커쇼는 불과 24살의 나이에 상을 받았다. 커쇼는 "다른 상보다 내게는 더 의미가 큰 상"이라는 소감을 남겼다.

흥미로운 것은 커쇼가 독실한 기독교인이면서도 종교색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한 후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많은 사람들이 나를 지켜본다. 그들에게 신앙을 대놓고 전할 수는 없다. 그저 기독교인이 어떻게 사는가를 그들에게 보여 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일부러 기도 세레머니를 할 것 없이 삶 자체를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는 어떤 구두제작자가 구두에 십자가를 새기고 "이것은 십자가의 메시지를 통해 신에게 영광 돌리는 구두"라고 하자 "그렇게 하지 말고 좋은 구두를 만들어라! 좋은 구두를 만들면 신에게 영광이 된다!"고 했다. 신앙을 가진 모든 스포츠 선수들은 루터의 말을 가슴에 새길 필요가 있다.

백찬홍 / 씨알재단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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