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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비와이 기사인데, 그의 말은 없다

교계 언론들의 '연예인 보도'…어뷰징으로 재미만 보면 다인가?

구권효 기자   기사승인 2016.09.06  13: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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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인에 관한 기사는 인기가 많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연예인 기사가 넘쳐 나는 시대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0개 중 8~9할은 연예인 이름이다. "걸그룹 멤버 A가 배우 B와 연인이었다"는 기사가 뜨면, A가 어떤 그룹 소속인지, 히트곡은 뭔지, 언제 어디서 어떤 말을 했는지, 그의 SNS에 올라간 일거수일투족이 뉴스가 되어 쏟아진다.

의미 없는 기사지만 클릭 수는 많이 나온다. 이슈를 따라가는 게 언론사의 숙명이고 클릭 수는 돈줄과 직결되므로 어쩔 수 없는 일일까. 하지만 의미 없는 기사의 홍수 속에 독자들은 정말 중요한 정보를 놓친다.

"권력을 공고히 하길 소망하는 당대의 독재자는, 뉴스 통제 같은 눈에 빤히 보이는 사악한 짓을 저지를 필요가 없다. 그 또는 그녀는 언론으로 하여금 닥치는 대로 단신을 흘려보내게만 하면 된다. 뉴스의 가짓수는 엄청나되 사건의 배경이 되는 맥락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고, 뉴스 속 의제를 지속적으로 바꾸며, 살인자들과 영화배우들의 화려한 행각에 대한 기사를 끊임없이 갱신하여 사방에 뿌림으로써, 바로 조금 전 긴급해 보였던 사안들이 현실과 계속 관계를 맺은 채 진행 중이라는 인식을 대중이 갖지 않도록 조처하기만 하면 된다." - 알랭 드 보통, <뉴스의 시대>(문학동네)

문제는 이런 기사가 최근 기독교 신문에도 부쩍 늘었다는 점이다. 교계 신문이 무슨 연예인 기사를 쓸까 싶지만, 요즘 들어 크리스천 스타 기사로 재미를 보는(?) 언론사가 늘고 있다. <국민일보>, <크리스천투데이>, <베리타스> 등은 지금도 심심찮게 연예인 기사를 내보낸다.

물론 차인표나 션처럼 어떤 연예인이 기독교인 정체성을 가지고 선행을 했다면 기사로 알릴 수 있다. 그 선행이 시혜적 접근이냐 구조적 접근이냐에 대해서도 논할 게 많겠지만, 지금 교계 신문의 수준은 거기까지 갈 필요도 없다. 유명 기독교인 연예인이면 스타일만 바뀌어도 기사가 된다. "[포착] '잘생김 묻어나요' 교회 오빠 강균성, 멋짐 폭발"(<국민일보> 9월 2일). 현실은 이 수준이다.

"이성경, '첫 사랑은 교회 친구였다' 솔직한 고백"(<베리타스> 3월 24일)이라는 제목으로 크리스천 배우 이성경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말도 기사가 된다. 그러니 굳이 그를 직접 만나거나 통화해 인터뷰하는 수고를 들일 필요 없다. 기자들은 스타들의 SNS 계정과 예능 프로그램, 이전 기사들을 뒤진다. 연예인 기사니 조회 수는 어느 정도 나올 것이다. 노력 대비 효과가 좋다.

"성유리, 아련한 멜로 감성 vs 독기 가득 '극과 극 눈빛 연기'(<국민일보> 8월 31일)"라는 기사는 <국민일보> '미션' 탭의 '기독문화'로 분류돼 있지만, 기독 문화와 연관된 내용은 하나도 없다. "블랙핑크 데뷔 '붐바야', '휘파람', 가수 션 '둘 다 다른 느낌이지만 좋아'"(<크리스천투데이> 8월 8일)"라는 기사는 션이 신인 걸그룹 '블랙핑크'에 대해 SNS에서 언급한 걸 기사화했다.

   
▲ <뉴스앤조이>는 비와이의 공연을 직접 취재하고 그를 만났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이런 현상은 래퍼 '비와이(BewhY)' 보도에서 극을 달렸다. '쇼미더머니5'가 시작한 5월부터 비와이가 세간의 이슈가 되자 교계 언론들은 기사를 쏟아 내기 시작했다. 비와이는 기독교인이고 자기 신앙을 직설적으로 말하는, 거기다 실력까지 갖춘 래퍼니 기사화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뉴스앤조이>는 쇼미더머니5가 시작하기 전 3월, 비와이를 직접 만나 인터뷰 기사를 썼다.

문제는 내용이다. 비와이가 쇼미더머니에서 승승장구할수록 교계 언론 기사는 늘어났다. <국민일보>는 미션라이프 1면에 비와이를 내보냈고, <크리스천투데이>는 카드 뉴스를 만들었다. 그런데 자세히 읽어 보면 교계 언론사 중 비와이를 직접 만나거나 인터뷰를 해서 기사를 쓴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비와이에게 직접 들은, 그러니까 그 언론사만 가지고 있는 비와이에 대한 새로운 정보는 없다.

<국민일보>는 "[인터뷰] 착한 래퍼 비와이 '예수님 가르침대로 사는 게 행복…그런 삶이 자연히 노래에 배어나'(7월 19일)"라는 기사를 냈다. 얼핏 보면 비와이를 단독 인터뷰라도 한 줄 알겠다. 그러나 이건 그날 있었던 쇼미더머니 우승자 공식 인터뷰를 기사화한 것이었다. (3일 후 <중앙일보>는 비와이 단독 인터뷰 "착한 래퍼? 오 마이 갓"이라는 기사를 냈다. 비와이는 "나는 착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슈가 되고 있으니 뭐라도 써야겠는데 쓸 게 없다. 쓸 게 없으니 쓸 걸 만든다. 점점 막장으로 간다. 급기야 이런 게 동시에 기사가 된다.

"비와이에 빠진 그녀들…정려원-배다해 '이렇게 은혜롭기 있기 없기'"(<크리스천투데이> 7월 12일)
"배우 정려원, '쇼미더머니' 비와이에 '은혜롭기 있기 없기'"(<베리타스> 7월 12일)

   
▲ 실제 상황이다. (크리스천투데이·베리타스 갈무리)

어떤 가수가, 배우가 교회에 다니는 걸 언론사들이 달려들어 기사화하는 이유가 뭘까. 딱히 선행을 한 것도 아닌데 단지 교회를 다닌다고 알리는 건 무슨 의미일까. 크리스천 스타들의 SNS를 주시하며 그 입에서 한마디 떨어질 때마다 기사로 만드는 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유명인이 크리스천이라 자랑스러운 걸까? 아니다. 아마 별 의미는 없을 것이다. 그저 클릭 수 재미만 보면 다일 뿐.

이런 '기독교 언론'들의 행태를 보면 '사명', '문서 선교' 같은 건 순진한 소리다. 독자들이 조금 더 생길지 모르지만, 그래서 광고 몇 개 더 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들은 자신이 하는 일의 폐해를 알까. 닥치는 대로 찍어 내는 연예인 기사의 문제는 정작 중요한 것을 인식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이 시대 그리스도인들이 놓치지 말고 인지해야 할 이슈를, 이 시대 기독교 언론사를 통해 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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