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교육부가 '한계 대학'(A·B·C·D·E 중 D·E등급에 해당하는 대학)으로 선정한 66개 대학의 후속 이행 점검 결과를 9월 5일 발표했다. 그 결과 27개 대학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퇴출 위기에 내몰리게 됐는데, 이중에는 기독 대학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 △학생 평가 △학생 학습 역량 지원 △진로 및 심리 상담 지원 △취·창업 지원 △특성화 계획의 수립·추진·성과 △교육 과정 및 강의 개선 등 11개 항목을 기준으로 298개 대학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교육부는 총점에 따라 대학을 A·B·C·D·E 5개 등급으로 분류했다. D·E등급을 '한계 대학'으로 규정하고, 선정된 학교에 컨설팅 과제를 제시했다. 과제를 제대로 이행한 대학 25곳은 제재를 완전히 풀어 줬다.

▲ 교육부는 9월 5일 '한계 대학' 후속 컨설팅 결과를 발표했다. 27개 대학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퇴출 위기에 내몰리게 됐다. (교육부 홈페이지 갈무리)

E등급을 받았던 서울기독대학교(이강평 총장)는 제재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서울기독대는 원래 D등급이었으나, 2012년 정원 감축 행정처분 전력에 따라 추가로 감점을 받았고, 최하위 단계로 떨어졌다.

대학 평가 발표 이후 학교는 한동안 갈등을 겪었다. 학생·교수·직원은 이강평 총장에게 책임을 물으며 사퇴를 촉구했다. 이 총장은 자신이 학교에 없을 때 일어난 문제로 감점을 받았다며 학교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은 다음 물러나겠다고 했다.

2010~2012년까지 3년 연속 '정부 재정 지원 제한 대학'으로 선정된 루터대학교(김영옥 총장)도 E등급을 벗어나지 못했다. 루터대는 지난해 8월 최하 등급을 받자, 총장을 교체하며 쇄신을 도모했다. 목회자 또는 신학자가 해 오던 총장 자리에 국제법을 전공한 김영옥 씨를 앉혔다. 이사회가 구조 개혁을 위해서는 내부가 아닌 외부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은 것이다.

김 총장은 지난해 11월 취임 기자회견에서 신학과 위주의 학과 운영, 부실한 평가 보고서로 인해 E등급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학교 발전을 위해 "몸으로 실천하고, 열심히 뛰어다니겠다"고 했지만, 결국 E등급 문턱을 넘지 못했다.

E등급을 받은 학교가 받는 불이익은 크다. 당장 내년 정부가 진행하는 재정 지원 사업에서 배제된다. 국가 장학금 지원 제한을 비롯해 신·편입생 학자금 대출 100% 제한이 뒤따른다.

아슬아슬하게 최하 등급을 피한 기독 대학도 있다. 한영신학대학교(이억범 총장)와 KC대학교(전 그리스도대학교·김희봉 총장대행)는 D등급을 받았다. 이에 따라 정부 재정 지원 사업 전면 제한, 국가 장학금 II 유형 제한, 신·편입생 학자금 대출 50%가 제한된다. 나사렛대학교(임승안 총장)는 국가 장학금과 학자금 대출 등 학생에 대한 재정 지원은 허용됐다. 하지만 2017년 정부 재정 사업에는 참여하지 못한다.

E등급 받은 학교 관계자들은 한숨만

▲ E등급 판정을 받은 루터대학교와 서울기독대학교는 제재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당장 편입생과 신입생을 모집해야 할 대학 입장에서는 난처한 상황이다. '부실 대학'으로 알려지면 학생 모집이 어려워지기 때문. 서울기독대와 루터대 관계자들은 대학 구조 개혁 평가 자체가 편파적이라고 주장했다. 수만 명이 다니는 학교와 1,000명도 안 되는 학교를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것이다.

서울기독대 관계자는 "학령인구도 감소하는 상황에서 중소 규모 학교들은 죽기 살기로 버티고 있다. 정부 지원과 국가 장학금을 끊은 것은, 죽으라는 말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루터대 관계자도 "안 그래도 부족한 정원을 스스로 감축하며 평가를 받았는데도 혜택은 없었다. 우리가 비리 사학도 아니고, 앞으로 이런 식으로 가면 결국 수도권에 있는 큰 대학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구조 평가를 단행한 교육부는 대학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대학 평가과 관계자는 "지역 대학과 소규모 대학을 평가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첫 평가였고 미흡한 점이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2주기 평가 때는 이런 지적들을 적극 고려할 방침이다. 대학 구조 개혁 평가는 기본적으로 퇴출이 목적이 아니라 대학과 사회 발전을 위한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장신대·감신대 등 일부 신학대학교는 지난 대학 구조 평가 대상에서 제외됐다. 교육부는 종교인과 예체능인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대학들은 평가하지 않았다.

바로잡습니다.

장신대와 감신대는 '100% 종교인 양성 대학'으로 인원 감축 대상 학교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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