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가 팟캐스트를 시작했습니다. 팟빵에서 두 개의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습니다. 이용필 기자가 진행하는 '이용필의 뒷담화'와 <뉴스앤조이>에 '해체의 교회'를 연재하고 있는 주원규 목사가 진행하는 '문학의 신'입니다. 주원규 목사는 제14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한 소설가입니다. <뉴스앤조이>는 팟캐스트 진행자 주 목사와의 인터뷰를 두 차례 나눠 싣습니다. (첫 번째 인터뷰 바로 가기) - 편집자 주

"난 듣기로 했다. 그냥 아이들의 말과 생각을 듣고, 알고 싶었다. 어떤 펀견도 갖고 싶지 않았다. 무책임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어떤 대책이나 방향도 제시해 주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은 대부분 답을 알고 있다. 아이들은 단지 말하고 싶은 것뿐이다. 누군가 자기 말을 들어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어떻게 아느냐고? 내가 그랬으니까. 어른의 말을 듣는 것보다 내 말을 들려주고 싶었으니까. 내가 누군가에게 토해 내듯 끄집어내는 나의 이야기 속에 진짜 답이 숨어 있다고 믿으니까."

[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소설가인 주원규 목사가 쓴 <길 위에 선 아이들과의 인터뷰 -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다른) 프롤로그에 적혀 있는 말이다. 주원규 목사는 2015년, 가출 청소년과의 인터뷰집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를 펴냈다. 청소년 쉼터 직업 체험 프로그램에 참석한 아이들과 몇 차례 다시 만나면서 대화한 내용을 엮었다.

'너무 어린 엄마, 율미 이야기', '가족을 지키는 소녀, 보미 이야기', '전자 발찌를 찬 아빠와 현태 이야기', '가족 대신 대안 학교를 선택한 정은이 이야기', '지옥 같은 학교를 견디는 성주 이야기'. 각각의 인터뷰에 붙은 제목만 봐도 내용의 대강을 짐작할 수 있다.

주원규 목사가 가출 청소년에게 관심 갖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는 <열외인종 잔혹사>(한겨레출판사)로 등단한 이후로 '열외', '비주류'와 관련한 주제로 꾸준히 글을 써 왔다.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에는 자기 자신과 인터뷰하는 내용도 실려 있다. '살아남아서 슬펐어 – 살기 위해 친구가 필요했던 원규 이야기'라는 소제목에서 보듯이 그도 만만찮은 청소년기를 보냈다.

중학교 시절, '주류'에 편입되기 위해 같은 교회를 다니던 학교 '짱'의 '빵셔틀'을 자처했고 불량 서클에 가입했다. 아버지 담배를 훔쳐 피고, 학교 뒷산에서 패싸움도 하고, 수업 시간에 훼방을 놓기도 했다. 그를 제외한 서클 친구들이 사건에 휘말려 소년원에 들어가면서 혼자 남게 된 이후에는 학교에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채 홀로 지냈다. 같은 학교 또래들은 그를 외면했고, 학교는 자퇴를 종용했다. 20대 삶도 쉽지 않았다.

8월 25일, 한 카페에서 주원규 목사와 인터뷰한 기자는 청소년 문제에 대한 그의 견해를 들었다. 주류에서 벗어난, 학교 밖 청소년과 비슷한 입장에 있었던 만큼 현실적인 고민이 묻어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동현 목사 문제로 드러난 한국교회 청소년 사역의 허점을 말할 때는 거침이 없었다.

▲ 소설가인 주원규 목사는 장편소설, 자서전, 평론집, 인터뷰집, 동화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글을 써 왔다. (사진 제공 주원규)

- 인터뷰집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를 작년 초에 출간했다. 작가 직업 체험 프로그램으로 가출 청소년과 만났다고. 책을 펴낸 과정을 듣고 싶다.

작가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난 이후, 2012년부터 많이 만났다. 가출 청소년이 모이는 청소년 쉼터에서 '작가 직업 체험 프로그램'을 했으면 좋겠다고 요청이 들어와 시작했다. 관공서 주최 모임이었는데, 한 번 하고 헤어지기가 아쉬웠다. 가출팸[가출과 가족(Family)의 합성어]이나 가출 모임, 가출해서 활동하는 청소년들과 지속적으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따로 연락해 같이 밥도 먹고, 얘기도 하고 그랬다.

책을 펴내면서, 망설임이 많았다. 그 친구들을 그냥 한 대상으로 삼는 게 아닐까 해서다. 하지만 청소년이 갖고 있는 진짜 고민을 다루고 싶었고, 제도권 바깥에서 볼 수밖에 없는 청소년의 아우성을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고 봤다. 현실 진단이 필요하다 생각해 책으로 엮게 되었다.

- 만나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애들이 무섭다.(웃음) 사실 젠더에 대한 폭력을 많이 느꼈다. 미혼모가 된 가출한 여자애 이야기를 들으면서 남자애들이 비겁하고 가부장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1990년대 이후 출생한 애들이 어쩌면 저렇게 가부장적일까 싶었다. 폭력의 대물림도 많이 봤다.

한편으로 배울 점이 많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냥 친구 같다는 느낌이다. 나는 제도권 밖에 있는 청소년과 만났는데, 놀랍게도 무식하다는 느낌은 못 받았다. 세상을 보는 눈, 자기에 대한 생각이 많이 깨어 있더라. 윤리 의식이 강하다. 인터뷰집에 임신한 10대 청소년 여자애가 나오는데, 나나 쉼터 상담사는 아주 조심스럽게 미혼모 삶의 어려움을 얘기하면서 "한번 생각해 보라"고 했는데, 생명에 대해 단호하더라. 정말 많이 배웠다.

유대 관계도 강한 편이다. 만나면서 원조 교제한다고 오해도 많이 받았고, 신고도 하더라. 오해 풀기가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어 조율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했다. 그래도 만남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 인터뷰한 청소년 중에 아직까지 연락하고 있는, 기억에 남는 아이가 있나.

어린 동생을 키우는 여자아이가 있다. 랩 가사 잘 쓰고, 글쓰기를 좋아한다. 지금 23살이 됐는데, SBS 방송 작가 커리큘럼을 다 이수하고 예능·오락 프로그램 구성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너무 대견하다. 되게 기발하고, 아이디어가 톡톡 튀어 PD들에게 이쁨을 받고 있다고.(웃음) 도발적이고 거침없이 말하는 친구인데, 방송국에서는 나쁘게 보지 않더라. 아이디어 뱅크로 활동하고 있다.

- 현장에서 가출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런 부분은 좋다', '이런 부분은 달라졌으면 좋겠다' 느끼는 점이 있다면.

대학, NGO 단체, 사회 협동조합에서 계속해서 제도권 밖, 혹은 현장에서 공부를 못 마친 분들에게 평생교육, 인문학 읽기 프로그램 등을 다양하게 진행하는 모습은 좋은 것 같다. <뉴스앤조이>도 다양한 생태계를 위해 고민하고 관련 기사를 보도하는데,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고 본다. 특히 서울시가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제도적,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많이 하는 편이다. 생태계 변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을 이야기한다면, '열외'에 대한 인식을 좀 더 버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아직까지 제도권 안으로 학교 밖 청소년을 편입시켜야 한다고 하는 강박, 의무감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생각으로 커리큘럼을 꾸려 가다 보니까, 쉽게 말해 '꼰대 기질'이 나오게 되는 것 같다.

'열외'라는 개념이 아니라, 대안 교육이 될 수도 있고, 새로운 교육 방향이나 교육 생태계의 다양성이 될 수도 있다. 그런 눈높이에서 이해하고 접근하는 게 좋지 않을까. 계도적 차원은 어떤 부분에서도 좋지 않다. 교도소에서 쓰는, 갱생해서 사회로 복귀한다는 식의 표현을 버리고, 다양한 생태계가 교육 커리큘럼에 반영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예전에 비해서는 계도하려는 관점도 많이 좋아졌다. 2011년에 쉼터에서 프로그램을 했을 때는 완전히 갱생이었다. 지금은 다시 학교로 부르는 것이 아니라 검정고시를 독려하고 그런다. 많이 좋아지고 있다. 그렇다고 한계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청소년 상담하는 분들, 교육 담당자가 주류로 편입시켜야 한다는 강박을 갖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조금 더 탈색되면 좋겠다.

나도 사실은 문학을 너무 좋아했고, 글쓰기도 좋아했는데 중·고등학생 때 한 번 열 밖으로 나가 버리니까 '문제아'로 낙인찍혔다. 소년원 갔다 온 것은 아닌데 조사받고 나오니까 계속 자퇴를 권고했다. 뭔가를 펼칠 기회가 없었다. 교육적으로 다양성을 말살하는 게 있지 않나. 돌이켜 봐야 되는 게 아닌가 생각했고, 그 일환에서 학교 밖 아이들을 많이 만났다.

▲ 웃으면서 이야기하고 있는 주원규 목사. ⓒ뉴스앤조이 강동석

-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에 어렸을 적 자신과의 인터뷰가 실었다. 책장을 넘기다 보니 중간에 끼어 있는 형식으로 인터뷰가 실렸더라. 의도한 건가.

그냥 묻어가려고 했다.(웃음) 첫 번째는, 수평적인 소통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했다. 청소년 관련 책을 내는 작가를 보면, 일반적으로 인생 성공담을 들려주길 원한다. "나는 청소년 때 불우했지만 멘토를 잘 만나서, 환경을 잘 극복해서 이렇게 성공했다"는 식으로. 나 같은 경우,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나 자서전 <황홀하거나 불량하거나>에 실린 내용대로 '현재진행형'이다. 지금도 성공한 것 같지는 않고, 앞으로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긍정하고 싶다"는 점을 더 말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 수평적 소통이 필요하다고 봤다.

또 하나는, 희망 고문을 배제하고 싶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책이 <아프니까 청춘이다> 같은 책이다. 책을 쓴 작가가 그런 생각은 안 했을 텐데, 출판사 상술이라고 생각한다. 아픈데 왜 청춘인가. 희망 고문을 하는 사람들이다.

교회에서도 성공한 목회자의 인생 역정과 경로를 성경 안에 잘 끌어들여서 "요셉은 이렇게 성공했고, 다윗은 이랬다"라고 한다. 그런 것을 탈색시키고 싶었다. 힘을 빼고, 힘내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는 지장이 없다. 신앙적으로 말하면, 그렇게 해도 신앙에 지장이 없다고 말하고 싶었다.

-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를 보면, 여운을 남기는 식으로 마무리를 지었더라. "연락이 닿지 않는다"라든지, "아주 조금씩 아프지 않고 제법 괜찮아지고 있다"라든지. 소회를 밝히면서 여운을 준다.

출판사와 처음 협의할 때 후일담처럼 잘된 얘기를 쓰면 좋겠다고 했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 구조가, 흔히 말하는 사회 주류 입장에서는 잘되는 걸 허락하질 않는다. 이런 현실을 솔직히 보여 주고 싶었고, 같이 고민하고 싶은 마음에서 현재진행형으로 표현했다. 그렇게 사람들 기준에서 '잘되냐', '안되냐'라고 평가받는 자체에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봤다. 실제로 이들이 잘 지내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내가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듯이.

- 청소년 시절이 녹록지 않았다고 알고 있다. 인터뷰를 준비하면 할수록 목사님 인생이 궁금해지더라. 인생 얘기 좀 들려 달라. 중·고등학교 시절 어땠나.

중·고등학교 때가 많이 힘들었기도 하고, 추억에 남기도 하면서 교차한다. 그때 학교 환경이 안 좋았다. 변두리 학교였는데, 막 신도시가 개발될 때 학교라 거친 친구들이 많았다. 남자들은 이해하겠지만, 거기서 왕따 돼 버리면 정말 맞아 죽는다. 남학생 세계는 무섭기 때문에 어떻게 서열에 편입되어야 했다. 정말 부끄러운 과거지만, 소위 일진이라고 하는 그 친구들에게 '빵셔틀'이라고 '조공'을 열심히 해서 그들 그룹 안에 들어갔다. 권력의 단맛과 쓴맛을 본 기억이 있다.(웃음)

부끄럽지만 생존을 위해 어쩔 수가 없었다. 정말 무서웠다. 그러다 보니 더 강해 보여야 해서 탈선이라고 말할 수 있는 안 좋은 행위가 계속됐다. 내가 원죄 의식이 있는 게, 그렇게 사귀었던 일진 친구들이 나만 빼놓고 고등학교 때 소년원에 끌려가게 됐다. 딱 그날만 불참했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패싸움이 벌어졌고, 한 친구는 다리가 불수가 됐다. 폭력에 노출되면 계속 수위가 세지는 것 같다. 지금도 그렇지만, 조직폭력배가 직접 싸우지 않고 고등학교 애들을 스카우트해서 대신 싸우게 했다. 그 결과, 어울렸던 불량 서클 친구들이 모두 뿔뿔이 흩어지게 됐다.

그때가 '범죄와의 전쟁' 시기라 형량이 어마어마했다. 고등학생에게 어떻게 저런 형량을 매길까 싶었다. 나만 학교에 남게 되어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맛봤다. 그때 죄책감이 너무 컸다. 나만 살아남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주위 시선도 좋지 않아 우울하게 지냈다. 학교에서 어울려서 놀 것 다 놀고, 교실 뒷자리에서 권력의 단맛을 다 봐 놓고 친구들은 다 끌려가고 나만 멀쩡히 학교를 다니는 상황이었다. 따가운 시선을 견디기 힘들었다.

그때 주류에서 완전히 이탈된 느낌을 받았고, '열외'에 대한 키워드가 개입이 되지 않았나 싶다. 일진이라고 말하는 서클에서도 완전히 분리가 돼 버려서 '갈 곳 없는 미아'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 5월 19일, <땅의 예수, 하늘의 예수>(대장간) 북 콘서트에서. (사진 제공 주원규)

- 그 이후 삶은 어땠나.

우울했다. 대학교 가서도 어울리지 못했고, 책만 읽게 됐다. 매일 자살을 꿈꿨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까지 그런 삶을 살다가 한 달 동안의 핀란드 여행에서 종교적 체험을 하면서 방황을 멈추게 됐다. 공대에서 신학으로 전환하게 되면서 기반도 닦았다. 전기공으로는 직장 생활을 제대로 못 했다. 한 달 다니다 그만두고, 또 이직을 했다. 전기공의 안 좋은 점이 이직이 많다는 거다. 보름 다니다가 옮기고 그런다. 25군데는 옮겨 다닌 것 같다.

- 병역 특례도 굉장히 빡빡하게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군대에 적응할 수 있을까 두려워 선택한 방법이 병역 특례였다. 죽는 줄 알았다.(웃음) 아침 8시 출근해서 저녁 10시에 퇴근했다. 왜 퇴근을 10시에 시켰는지 모르겠다. 하루 종일 공장에서 똑같은 단순 작업을 했다. '금영 프레스'라는 작업인데, 금영 기판을 누르고 납품이 되면 그것을 박스에 옮겼다. 하루에 7,000개씩 제품을 생산했다. 365일을 하니까 미치겠더라.

그들은 '우리에게 충성을 다하지 않고 열심히 하지 않으면, 너 언제든지 군대 보낼 수 있다'라는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었다. 너무 비겁하고 비열한 게 그 역할을 노조에게 맡겼다는 사실이다. 자본가의 부조리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계속 계급 차별을 조장하고, 내부 적들을 생산시켰다. 전체주의 산물이다. 발표하는 작품에도 많이 반영되는 것 같다.

- 핀란드 여행 이후에는 어땠나.

핀란드 이후에도 삶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매달 생계 걱정해야 되고. 집 걱정, 차 걱정. 똑같았다. 정신의 세계성은 좀 달라진 것 같다. 이전에는 파편처럼 혼란스러웠다면, 혼란스러움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많이 생긴 것 같다. 정서적으로 많이 안정됐다.

- 지금 시점에서 돌아볼 때 본인 삶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한숨) 나는 절대 20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웃음) 정서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종교적 강박도 많았다. 아까 언급한 고등학교 때 사건, 죄의식 같은 부분이 항상 큰 트라우마로 남았던 것 같다. 교회 안에서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중·고등학교 때 내 생활은 너무나 소돔과 고모라 같은 생활이었다.(웃음) 그것을 회개해야 한다고 하는데, 회개해도 생활은 변하는 것 같지 않았고, 종교적 강박이 심각했던 시기였다. 그때를 미화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보는 용기가 생긴다는 생각이 든다. 20대 정서로만 살았다면 삶을 지속하지 못했을 거다.

- 화제를 바꿔서, 최근 교회에서 청소년 사역을 하는 이동현 목사 사건이 터졌다. 그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상당히 비판적으로 본다. 청소년 사역이라고 했을 때 비판적으로 말하고 싶은 게 있다. 아까 말했듯 사회적 교육 프로그램에서 탈색할 부분이 계도, 갱생, 교화 대상으로 본다는 점이다. 교회 청소년 사역은 더 심한 것 같다. 구원받아야 하고, 예수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강제 개종해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한다. '미개하고 미성숙한 아이'라는 인식으로 접근한다. 청소년 사역 자체가 이미 프로파간다에 얽매여 있다는 생각이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청소년 사역을 하면서 자꾸 세상에 물들지 말라고 하는데, 세상에 물들어야지 왜 물들지 말라고 얘기하나. 자기 성찰을 하려면 세상이 어떤 곳인지 알아야 한다. 세상에 때 묻지 않은 그리스도인을 키운다는 접근 자체가 이동현 목사 같은 사태를 내재시킨다. 사람이 갖고 있는 욕구는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할 수밖에 없는 방향으로 간다. 자기 안에 있는 욕망의 카르텔에 묶일 수밖에 없다. 청소년에게 그런 가치관을 심는 것은 위험하다. 구조적으로 터질 수밖에 없다.

교회가 청소년 사역을 할 때는 조금 무종교적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예수님, 교회 얘기 자체를 아예 배제하는 게 좋지 않을까. 놀라운 점은 청소년들이 그런 부분을 안다는 사실이다. 성경 공부를 안 해도 정말 예수님 사랑일 수 있겠구나 생각한다. 충분히 느낄 거라 본다. 친구로 대하는 느낌으로 사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처음에 청소년 프로그램을 할 때 착오가 있었다. '저 친구들을 변화시켜야겠다', '제도권 위로 끌어올려야겠다'는 생각이 없잖아 있어서 가르치는 입장에서 봤는데 딱 티가 나더라. 선생님이 제일 조심해야 하는 게 '꼰대 기질'이다. 아이들이 먼저 종교나 예수님에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이야기하지 않아야 한다. 교회 청소년 사역은 말을 계속 들어주고, 밥 먹을 때 같이 밥 먹는 정도만 가도 변화는 분명히 있다. 스스로 길을 찾아 나갈 수 있도록 충분히 들어주는 게 제일 좋다고 본다. 아이들은 알아서 길을 찾아간다. 내가 그거는 확신한다.

▲ 인터뷰 도중. 생각에 잠긴 주원규 목사. ⓒ뉴스앤조이 강동석

- 교회 구조에 대해서도 따져 볼 수 있겠다. 이동현 목사 같은 경우, 팟캐스트 첫 방송에서 목사님이 지적한 것처럼 1인 독과점 체제였다. 재정도 몇 사람 말고는 모르는 상황이었다.

참 기가 막힌 일이다. 청소년 무의식에는 아이돌리즘이 있어서 1인 독과점이 어필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외부 엔터테인먼트 사업 구조를 봐도 그렇다. 1인 독과점 체제를 만들더라. 아이돌 그룹 멤버 중에도 특정 아이돌을 부각해 거기에 카리스마를 집중시킨다.

조금 더 확장해 말하면 전병욱 목사 같은 경우도 청년들에게 1인 카리스마를 보여 줘서 종교적 열정을 불어넣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었다. 청소년 사역할 때 우리가 인식할 부분이, 그런 구조가 경화될 때 완전히 빈껍데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개인이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완전히 말살할 수 있다. 구조적 뿌리에서 오늘날 교회 현실로 드러나는 청소년 사역 문제점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사실 청소년은 카리스마를 원한다. 나는 가르치는 분이나 같이하는 사람이 카리스마 기운을 일부러 빼서 청소년이 스스로 서도록 기여해야 한다고 본다. 청소년이 원한다고 계속 청소년들 욕망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가면 안 된다.

- 제도권 청소년에게는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

제도권이 가질 수 있는 여러 순기능들을 독려해 주고, 교회는 지칠 수 있는 부분을 계속 풀어 주는 역할을 해 줬으면 좋겠다. 교리적 성경 공부는 오히려 주일학교, 초등학생 때 하는 게 훨씬 좋다. 무의식 중에 형성이 되게끔 성경 인물 이야기를 충분히 하면 된다. 중·고등학생 때는 자아를 형성하는 시기니까, 교회는 성경 말고 인문학 책이나,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소개해 주는 허브가 되면 좋겠다. 청소년과 대화를 해 보면 교회를 좋아하는데, 안 좋은 선입견이 있는 게 문제다. 그것만 과감하게 버리면, 흔히 말하는 부흥도 가능하지 않을까.(웃음) 그런 생각도 갖고 있다.

- 지금도 이전과 같이 청소년 관련 일을 하고 있는가?

아직도 청소년 쉼터에서 작가 직업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조금 더 활성화하고 싶어 성공회대학교 NGO대학원에서 청소년 자기 찾아 가기 글쓰기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같이 시작하려고 하고 있다. 조금 아쉬운 것은 교회 모임에서는 아직 길 위의 청소년에 대한 관심이 돕는 관점으로만 있다는 사실이다. 교회 안에서 직업 체험 프로그램 같은 게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 작가 직업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주원규 목사. (사진 제공 주원규)

- 기획하거나 준비하고 있는 활동을 얘기해 달라.

독자와 좀 더 소통하고 싶다. 글쓰기 모임을 활성화하고 싶은 생각도 든다. 본격적인 글쓰기라기보다는 우리 삶을 나누고,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생명력이 묻어나는 글쓰기 말이다. <뉴스앤조이> 신학마당 에르고니아 모임이 9월부터 개강한다. 에르고니아를 그런 쪽으로 발전시키고 싶다.

- 집필하고 있거나 계획 중인 책은 있나.

종교적 저술로, 십자군 이야기를 프로테스탄트 관점에서 쓰고 싶다. 시오노 나나미는 경제인 관점에서 썼다. 이슬람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쓰는 경우도 있다. 그 이전에는 기사들 영웅담으로 나왔다.

나는 프로테스탄트가 종교개혁 시기에만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연 우리가 신을 찾는 게 맞는 것인지', '이런 일들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지'는 계속돼 오는 질문이다. 성찰하려는 관점에서 종교색을 조금 빼서 평설 느낌으로 쓰고 싶다. <열외인종 잔혹사>(한겨레출판사)를 재구성해 천민자본주의화된 시장 상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장편소설도 준비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뉴스앤조이>와 인연이 깊다. <뉴스앤조이> 신학마당 에르고니아를 2013년에 시작했다. <뉴스앤조이>라는 언론이 잘 버틴다는 생각이 든다.(웃음) 내 인생 모토도 '잘 버티자'다. '꾸역꾸역'이라는 표현도 되게 좋아하는데. 아무튼 <뉴스앤조이>도 나도 이 생태계에서 잘 버텨서 주류에 편입되지 않았다고 실망하거나 도태되지 않고 하루하루 멋대로 잘 살아갔으면 좋겠다. 독자분들도 꾸역꾸역 잘, 멋대로 잘 버텨 나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감히 드리고 싶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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