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쁠 때나 슬플 때나 영원히 당신과 함께하겠습니다."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8월 27일 대학 동기가 결혼했다. 미국에서 유학 중이던 그는 목사 안수를 받기 위해 몇 달 전 귀국했다가, 운명처럼 반쪽을 만났다. 전통 혼례 방식으로 진행된 결혼식은 1시간 넘게 이어졌다. 동기 얼굴에 한번 핀 웃음꽃은 질 줄 몰랐다. 달달한 결혼식을 지켜보면서 내심 부러웠다. 동시에 마음 한구석에서 '나는 언제 (장가) 가지', '(장가) 갈 수 있긴 할까' 걱정도 들었다.

나이 서른을 넘기니, 내·외부(?)에서 오는 결혼에 대한 '압박감'이 거세다. 내부(마음)에서 이는 파동은 잠재우기 쉬운 편인데, 외부에서 오는 견제는 피하기 쉽지 않다. 곧 추석인데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애인 있냐?", "제일 큰 효도는 장가다", "얼른 가서 애 넷만 낳아"라는 집안 어른들 이야기 들을 생각하니, 머리카락이 빠지는 느낌이다.

짚신도 짝이 있다는 말을 되새기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을 때 동료 기자가 책 한 권을 내밀었다. <결혼을 기다리는 사람들>(홍성사). 그만큼 절실했을까. 한 호흡에 책을 읽었다.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렇다.

'나도 내가 이렇게 늦게 결혼할 줄 몰랐어. 그런데 돌이켜 보니 하나님 뜻이더라.'

▲ 대학 동기가 결혼했다. 미국에서 유학 중이던 그는 목사 안수를 받기 위해 몇 달 전 귀국했다가, 운명처럼 반쪽을 만났다. 달달한 결혼식을 지켜보면서 내심 부러웠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저자 류산하 씨는 시인이자 기독교 작가다. 몽골 문학과 신학을 공부했다. 출판 편집인과 몽골 문서 사역 선교사(사랑의교회 및 HOPE 파송) 등을 역임했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자기 이야기를 진솔하게 고백한다.

"처음 결혼 기도를 시작한 20대 때만 해도 그 기도를 10년 넘게 지속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1~2년이면 해결될 일쯤으로 생각했기에 당연히 미온적이었다. 그러나 몇 년 후 나는 결혼 문제가 하나님이 내 인생에 허락하신 특별한 고난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만 서른 아홉, 우여곡절 끝에 결혼했다. 일찍 결혼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으나, 마흔 고비에 하게 되리라고도 생각지 못했다. 기다리라고 하신 주님의 때는 그렇게 늦게 도착했다." (181쪽)

결혼 적령기가 된 사람들은 소개팅, 맞선 등을 통해 배우자를 찾느라 분주하다. 바지런히 사람을 만나지만 소득이 없을 경우 주위에서는 "눈을 낮춰라", "현실을 직시하라"고 지적한다. 신앙인들은 이 과정에서 종종 자기 검열도 한다. '하나님은 왜 내 기도에 응답하지 않을까?', '이 기다림에도 끝이 있는 걸까?' 저자는 이 시기를 잘 견뎌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결혼을 기다리는 시간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요, 미지에 대한 불안이며, 기약 없는 고통일 수 있다. 그러나 또한 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선물이요, 절망 중에도 깨어 있게 만드는 희망이며, 열려 있는 가능성이다. 또한 주님이 친히 예비하신 '좋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살아 있는 기회다." (39쪽)

저자는 결혼을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단계를 밟으라고 말한다. 특히 어느 현상을 놓고, 마치 주님이 예비한 것처럼 오해하거나 자기 생각에 맞춰 계산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가령 마음에 드는 사람이 생겼다고 해서 하나님이 그 사람을 낙점한 것으로 판단, 잘되게 해 달라고 종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 사람이 꼭 배우자가 되어야 한다는 집착은 하나님을 의존하지 못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믿고, 기다리고, 배우자를 위해 기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변한다. 아울러 결혼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결혼을 기다리는 과정은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끝까지 의지하며 가는 길이다. 우리의 결혼이 전적으로 주님의 손에 달려 있다는 믿음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그분의 처분에 맡겨야 한다." (54쪽)

"결혼 기도는 보다 총체적으로 드려져야 한다. 나는 누구이며 어떤 결혼 생활을 원하는가, 꿈과 비전은 무엇인가, 어떤 모습의 가정을 지향하는가 등의 문제를 고려하여 상당 기간을 두고 지속적, 총체적으로 드려져야 하는 것이다." (127쪽)

▲ 신앙인에게 있어서 결혼은 특히 중요한 문제다. 아직 눈앞에 나타나지 않은 배우자를 위해 기도하지만, 응답은 좀처럼 오지 않는다. 미혼자들의 조급하고, 초조한 마음을 달래 주는 책이 나왔다. 일독을 권한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저자는 하나님과 교감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교감은 기도로 이뤄진다. 인본주의 사고에 함몰되지 않고 오롯이 하나님 뜻에 부합된 삶을 그려 나갈 것을 권면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기도'가 제일 중요하다.

"주님의 응답은 언제나 우리의 기도보다 크다. 그러므로 주님의 신실하심을 의심하지 말고 기도 응답을 보다 더디게, 그리고 끝까지 기다려야 한다…진정 결혼하기를 원한다면 하나님의 말씀에 영혼의 닻을 내리고 기도하라. 결혼에 대한 주님의 뜻을 묻고, 원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아뢰며 지속적으로 끈질기게 끝까지 기도하라." (132쪽)

결혼으로 시작해 결혼으로 끝날 줄 알았던 이야기는 '독신'으로 마무리 된다. 저자는 신앙인들 가운데 많은 독신자가 있지만, 교회가 제대로 보듬어 주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아직 짝을 만나지 못한 것일 뿐, 독신 자체가 흉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독신 상태는 빨리 넘겨야 할 책의 한 페이지가 아니라 하나님의 고귀한 부르심이다. 독신자는 기혼 상태에서 할 수 없는 수많은 일들을 소명으로 받은 자일 수 있다. 고도의 집중력과 발 빠른 기동력을 요구하는 일, 사심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영혼만이 할 수 있는 일 등이 그것이다." (166쪽)

"결혼을 함으로써 더 행복해질 수도 있고 더 불행해질 수도 있다. 그리고 독신으로 살면서 더 행복해질 수도 있고 더 불행해질 수도 있다. 결혼의 유무가 행복의 조건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168쪽)

저자는 교회 규모가 크든 작든 독신자들이 신앙 훈련을 받고 공동체 보호를 경험할 수 있는 그룹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30대 이후 미혼자들이 교회에서 자취를 감출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저자는 결혼 문제를 개인사로 가두지 않는다. 구속사적 맥락 안에서 이해한다. 하나님이 우리 생사를 주관하듯 결혼 문제에도 철저하게 관여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결혼 문제는 구속사적 맥락 안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하나님은 철저히 그분의 주권으로 우리의 결혼 문제를 다루신다. 주님이 결혼으로 인한 고난을 우리에게 허락하시는 이유는 어쩌면 이 사실을 깨닫고 우리의 시선을 확장하기 위함인지도 모른다."(136쪽)

사회구조 문제도 언급했으면...

이 책의 장점은 결혼 문제로 밤잠 못 이루는 신앙인들에게 위로를 안겨 준다는 점이다. 일찍이 결혼을 위해 기도하며 준비했던 저자가 늦은 나이에 결혼한 사실 자체 하나 만으로 누군가에게 위로를 줄 수도 있다. 무엇보다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배우자를 찾아야 한다는 저자 주장에 반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결혼을 하지 못하는 것은 신앙 외에도 다양한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 5월 <중앙일보>가 20~40대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행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혼 장애물로 경제적 부담(75%)을 첫손에 꼽았다. 3포·5포·7포 세대라는 말이 괜히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혼 문제를 신앙 안에서 해결하려는 것은 한계가 있어 보인다. 왜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지, 나아가 독신까지 고려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 문제에 교회가 무슨 도움(단체 소개팅 말고)을 줄 수 있는지, 제안·연구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것이야말로 '결혼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한 진정한 기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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