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오랫동안 진지한 주제는 아니었다. 소설이나 영화 속에 등장하는 소재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몇 십 년 전부터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외계 생명체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외계지적생명체탐사(SETI·Search for Extra Terrestrial Intelligence) 프로젝트다.

가볍게 상상력을 발동해 보자. 우주에는 수억 개 은하가 있다.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별이 있다. 그중에 지구와 비슷한 행성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만약 SETI 프로젝트가 인간과 같은 외계 생명체를 발견한다면 예수의 구속 사역은 이들에게도 해당되는 걸까.

과학 발달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면, 과학과 신앙이 충돌하는 경우가 있다. 믿음을 앞세우며 이를 뭉개야 할지, 순순히 과학을 인정하고 한 발 후퇴해야 할지 헛갈린다.

▲ 과학과 신앙이 서로 충돌할 때가 있다. 송인규 교수는 교회가 더 이상 이 문제를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한국교회탐구센터(송인규 소장)는 작년부터 '과학과 신앙'을 주제로 스터디 모임을 했고 강연을 열었다. 올해부터 '스펙트럼: 과학과 신앙(스펙트럼)' 총서를 발간한다. 지난주, 창간호 <뇌과학과 기독교 신앙>(한국교회탐구센터, IVP)이 출간됐다.

스펙트럼 창간 기념으로 한국교회탐구센터 사무실에서 송인규 소장을 만났다. 송 소장과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 스펙트럼 발간을 축하드립니다. 한국교회탐구센터가 어떤 곳인지 소개해 주시겠어요.

한국교회 당면 문제를 조명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기관입니다. 2011년부터 매년 '한국교회 포럼'을 열어 교회 안 이슈를 살펴봤습니다. 직분자, 교회 안 여성, 젊은이들의 성, 직업, QT, 제자 훈련 등을 다뤘습니다. 내년에는 종교개혁을 기념해 평신도 정체성을 주제로 포럼을 열 계획입니다.

특히, 그동안 한국교회가 잘 다루지 않았던 세 주제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직업 △성 △과학과 신앙입니다. 지금은 과학과 신앙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6주 동안 '과학과 신앙 스터디'를 진행했고, '창세기를 통해 본 과학과 신앙의 쟁점'이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열었습니다. 이번 스펙트럼 발간도 같은 맥락입니다.

- 특별히 '과학과 신앙'을 주제로 삼은 이유가 있나요.

사실 직업, 성에 비해 과학과 신앙이라는 주제는 사람들이 크게 관심을 갖는 주제가 아닙니다. 하지만 중요한 문제임은 틀림없습니다. 2011년 미국 기독교 리서치 기관 바나그룹이 젊은 교인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를 조사했습니다. 주요 이유 중 하나가 교회가 과학을 적대시하기 때문이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기독교 변증 운동인 베리타스 포럼에서도 과학과 신앙을 단골 주제로 삼습니다.

과학은 이제 우리 삶에 깊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이 주제를 진지하게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신학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활동하는 단체가 몇 있지만, 특정 분야에 치우쳐 있습니다. 기독교인으로서 과학과 신앙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지 생각하지 않는 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펙트럼은 과학과 신앙이 교차하는 분야를 다양한 관점으로 살펴보려 합니다. 예를 들어, 창조론을 놓고 여러 입장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국내에 번역된 창조론 관련 신앙 서적 80% 이상이 창조과학회 입장을 반영합니다. 스펙트럼은 특정 입장만 강조하지 않습니다. '스펙트럼'이라는 말 그대로, 특정 주제를 둘러싼 여러 입장을 객관적으로 소개합니다. 이런 작업이 한국교회가 성숙한 신앙을 갖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봅니다.

▲ 한국교회탐구센터는 한국교회가 당면한 주제를 조명해 왔다. 교회 안 여성, 직업, 젊은이의 성 등을 주제로 다양한 포럼 및 강연 활동을 벌여 왔다. 위 사진은 그동안 발간한 자료집을 모아 놓은 것. ⓒ뉴스앤조이 박요셉

- 이번 창간호 특집 주제가 '뇌과학'입니다. 주로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나요.

뇌과학이 발전하면서 기독교 신앙을 배척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자유의지 문제입니다. 오늘날 과학자 중에는 자유의지가 없다고 주장하거나, 뇌 활동이 먼저 이뤄지기 때문에 자유의지가 유효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번 창간호에서는 이런 주장으로부터 자유의지를 변호합니다. 뇌과학은 실증적 현상을 근거로 기독교 신앙을 직·간접적으로 공격하고 자유의지를 무위화하려 합니다. 우리는 이에 직·간접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독교인 전문가 세 명의 글을 소개했습니다. 이 가운데 신경과학자 피터 클라크는 자유의지의 무용성을 주장하는 이론의 허점을 날카로이 지적합니다.

다음 호 주제는 우주와 외계인입니다. 생물학적 진화론, 창조과학도 차차 다룰 계획입니다. 저를 비롯한 스펙트럼 편집위원들이 저자를 섭외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자신의 분야에서는 전문성을 갖춘 기독교인 과학자들이 꽤 있지만, 그것을 기독교 신앙과 통합해 낼 수 있는 이는 매우 적기 때문입니다.

- 사실, 이런 질문도 해 봅니다. 과학과 신앙이 공존할 수 없을까요.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과학과 신앙이 서로 모순을 일으킨다고 봅니다. 하지만 17세기까지만 하더라도 과학과 신앙은 그렇게 상극적인 것으로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신학자들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두 가지 책을 주었다고 말해 왔습니다. 성경과 자연입니다. 당시 사람들은 신학자는 성경을 통해, 과학자는 자연을 통해 하나님을 알아 간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자연을 창조하셨기 때문에 그 속에 담긴 하나님의 성품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죠.

이런 생각은 17세기 중엽에 들어서면서 달라집니다. 계몽주의 영향으로 기독교가 세속화된 것입니다. 하나님을 도입하지 않고 모든 자연 세계를 인과관계로 설명하기 시작합니다. 과학이 신앙과 결별하고 만 거죠.

- 점점 더 신앙에 도전하는 과학 이론이 많아질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과학과 신앙이 대립하는 것으로 이야기되는 사안을 그냥 내버려 두면 기독교 신앙이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 겁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우리 신앙이 분리될 수도 있습니다. 교회에서는 뜨겁게 기도하지만 일상에서는 올바른 세계관으로 살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성경의 하나님을 믿는다면 결코 그럴 수가 없습니다. 하나님은 모든 것을 창조하시고 지금도 모든 세계를 다스리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기독교 신앙을 가졌다면 우리도 주변 모든 문제를 무시하면 안 됩니다.

지금은 새로운 변증의 시대입니다. 많은 젊은 기독교인들이 교회에 싫증을 느끼고 떠납니다. 직업이나 성 같이 자신들이 직접 겪고 있는 삶의 문제에 교회가 침묵하기 때문입니다. 예배나 기도 같은 전통만 강조하며 신앙을 이어 가기 힘든 시대입니다. 과학과 신앙 문제도 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로 갈등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겁니다. 지금부터 치열하게 고민하며 대응해야 합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