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8월 2일 <뉴스앤조이>가 라이즈업무브먼트(라이즈업·이종한 대표대행)를 이끌던 이동현 목사의 문제점을 보도했다. 파장은 일파만파로 퍼졌다. 이동현 목사 개인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컸다. 모든 초점이 그의 이름에 맞춰졌고 일반 언론은 이 목사 형사 처벌 여부에 주로 관심을 보였다.

라이즈업은 1999년 경기도 분당 지역 청소년 연합을 목표로 시작된 단체다. 비틴즈에서 라이즈업코리아로, 또 라이즈업무브먼트로 단체 이름을 바꾸면서 사역은 성장했다. 대안 학교, 학원, 컨퍼런스 등이 주된 사역이었다. 작은 단체였던 라이즈업이 대규모 집회를 열고, 청소년 멘토링이 입소문을 타면서 대형 교회들과 관계도 돈독해졌다.

<뉴스앤조이>는 라이즈업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한국 교계에서 누가 어떤 방법으로 이동현 목사를 도왔고, 라이즈업을 후원했는지 소개한다.

다양한 방법으로 라이즈업 후원한 대형 교회들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는 대표적인 라이즈업 후원자다. 오 목사는 라이즈업무브먼트 이사장이다. 라이즈업 이사회는 단체 운영을 보고받거나 재정 집행에 관여하는 기구는 아니었다. 라이즈업을 후원하는 대형 교회 목사들이 이사직을 맡았다.

이동현 목사는 과거 단체 리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설교하는 자리에서 사랑의교회와의 돈독한 관계를 자랑하기도 했다. 자신들이 그 어떤 단체보다 열심히 사역하기 때문에 오정현 목사가 라이즈업을 기특하게 여겨 후원해 준다는 내용이었다.

▲ 오정현 목사는 라이즈업의 든든한 후원자다. 2007년부터 매년 1억 원가량을 라이즈업에 후원했다. 오 목사는 라이즈업 이사장직과 관련해 아직 거취를 결정하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사랑의교회는 2007년부터 매해 약 1억 원을 라이즈업에 지원했다. 사랑의교회 회계 자료를 보면 한 번에 2,000만 원 또는 3,000만 원씩 연간 1억 원을 라이즈업에 지원했다. 지원 항목은 '한국교회 회복 운동'이었다. 이동현 목사 동생 이동호 선교사에게는 이와 별개로 매월 200만 원씩 후원했다.

오정현 목사는 아직 라이즈업 이사장직과 관련, 특별한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다른 교회들이 발 빠르게 선을 긋는 것과 반대로 신중한 입장이다. 사랑의교회 관계자는 <뉴스앤조이>와 통화에서 "라이즈업이 청소년 단체 중 가장 역동적으로 활동해 애정을 갖고 후원했다. 오정현 목사는 휴가 중 이동현 목사 사건을 보고 받았는데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 이사장이지만 내부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 수 있는 자리는 아니었다. 그동안 라이즈업과 동역하던 여러 목사들과 함께 단체 향방을 비롯, 향후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륜교회 김은호 목사는 라이즈업이 성장할 때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올해 8월 7일 서울광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라이즈업 코리아 2016 대회' 대회장도 김은호 목사였다.

김은호 목사는 오륜교회 중고등부에 아예 라이즈업 교육 시스템을 전면 도입했다. 2012년 2월 6일 <크리스천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중고등부 교회학교 교육을 라이즈업에 일임한다고 밝혔다. 올해도 라이즈업이 만든 '라이즈업플래닝스쿨(RPS)' 시스템을 중고등부에서 사용했다.

라이즈업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를 보였던 김은호 목사는 정작 이동현 목사 사건이 터지자 재빠르게 손을 뗐다. 8월 2일 첫 보도 직후에는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라이즈업 코리아 대회를 강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파장이 커지자 대회를 포기하고 라이즈업과 선을 그었다. 8월 7일 오륜교회는 주보에 광고를 실었다.

"2011년부터 오륜교회는 국내 최대의 청소년 선교 단체인 라이즈업무브먼트를 물심양면으로 후원해 왔습니다. 최근 발생한 이동현 목사의 부도덕한 사건에 대해 오륜교회는 가슴 깊이 이 사건을 아파하면서, 라이즈업과의 모든 교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에 지금까지 후원해 오신 모든 성도님들께서는 후원을 중단해 주시고, 사역과 학교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분들도 모두 참여를 중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거룩한빛광성교회 정성진 목사도 2007년부터 라이즈업 관련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라이즈업코리아 대회 조직위원장, 라이즈업 부이사장으로 활동했다.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 인천순복음교회 최성규 원로목사,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 등도 이동현 목사와 라이즈업을 후원했다.

라이즈업의 또 다른 아군들

교계 언론 <크리스천투데이>는 라이즈업 활동을 대대적으로 홍보해 왔다. 2016년 작성한 라이즈업 기사만 16개다. 대부분 라이즈업 집회와 활동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6월에는 퀴어 문화 축제가 열렸던 서울광장에서 라이즈업 서울지부 청소년들이 기도하는 모습을 담아 '퀴어들이 떠나간 자리, 청소년들이 기도로 채우다'라는 제목으로 소개했다. <뉴스앤조이> 보도 후, 이동현 목사가 모든 사실을 인정하고 사퇴를 발표한 곳도 <크리스천투데이>다.

▲ 오륜교회 김은호 목사도 라이즈업과 긴밀한 협력 관계였다. 교회학교 청소년 교육을 라이즈업에 일임했다. <뉴스앤조이>가 이동현 목사 사건을 보도한 뒤, 오륜교회는 라이즈업과 일체 관계를 끊겠다고 선언했다. (<크리스천투데이> 기사 갈무리)

이동현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교단 소속 '전도목사'다. 예장고신 헌법 제5장 34조는 '전도목사'를 '상회 허락을 받아 교회가 없는 지역에 파송되어 전도하는 목사'라고 설명하고 있다.

전도목사는 교회를 맡지 않지만 이동현 목사는 보도 당시 새로운꿈분당교회, 새로운꿈김포교회 담임을 맡고 있었다. 이동현 목사는 고신 교단 소속이지만 그가 담임하는 교회들은 한국독립교회및선교단체연합회(한독선연) 소속이다.

한독선연 역시 보도 후 문제가 불거지자 이동현 목사와 선 긋기에 나서고 있다. 한독선연 관계자는 "우리 단체 소속 교회를 담임하는 목사가 물의를 일으켰는데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다. 교회 대표자 변경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라이즈업은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청소년 선교 단체 중 하나였다. 그 안에서 많은 청소년과 청년이 하나님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으로 헌신해 왔다. 하지만 실상은 한 사람이 모든 권력을 독점하고 사역을 강요하는 구조였다.

교계는 이동현 목사가 아니면 안 된다는 논리로 그가 하는 일을 감시·견제하지 않고 그저 돈으로 후원했다. 잘되는 사역에 숟가락을 올리고 이름을 내걸었다. 그러다 문제가 생기니 나 몰라라 도망쳤다.

이동현 목사를 돌이킬 기회는 정말 없었을까

이동현 목사는 분당샘물교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당시 분당샘물교회는 박은조 목사가 담임이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강도사였던 그에게 '라이즈업 코리아 대회' 전신인 '내일을 여는 축제'를 맡긴 사람도 박은조 목사다. 이동현 목사는 이를 발판 삼아 청소년 사역에 발을 들여놨다.

박은조 목사가 담임하던 분당샘물교회는 매해 한 주를 '라이즈업 주일'로 지켰다. 이동현 목사가 설교했고, 예배를 마친 후 교인들은 후원 약정서를 작성했다. 분당샘물교회 교인들은 라이즈업의 든든한 후원자였다. 올해도 3월 13일을 라이즈업 주일로 지켰다. 이동현 목사는 '우리가 아파하는 세상'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 박은조 목사(은혜샘물교회)는 이동현 목사를 청소년 사역으로 이끌었다. <뉴스앤조이>는 취재 과정 중에 박 목사가 과거 최소 두 차례, 여자 문제로 이동현 목사를 면담한 사실을 확인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박은조 목사는 이동현 목사의 재정·여성 문제와 관련해 최소 두 차례 내용을 보고 받았다. 2004년, 다수 목사가 박 목사에게 이동현 목사가 여학생들과 스킨십이 지나치다는 내용을 말했다. 박은조 목사는 이후 이동현 목사를 따로 불러 주의를 줬다고 밝혔다.

시간이 흘러 2011년 12월, 박은조 목사는 이동현 목사가 유럽 여행 중에 여학생 방에서 묵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박 목사는 당시 라이즈업을 떠났기 때문에 더 이상 이동현 목사에게 조언하거나, 영향을 줄 수 있는 입장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라이즈업 후원자 중 한 명이 분당샘물교회 교인이었고, 2004년에도 여자 문제로 한 차례 주의를 준 적이 있어 이동현 목사, 그의 부인, 유럽 여행 당사자 네 명, 후원자가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모임에 참여한 사람들이 회상하는 모임 분위기는 서로 온도 차가 있다. 의견을 충분히 나눌 수 있었다는 주장, 이동현 목사가 강압적으로 학생들을 윽박질렀다는 주장이 엇갈린다. 양측 주장의 공통점을 모아 추측하면, 이동현 목사는 남학생들이 코를 골아 여학생 방에서 어쩔 수 없이 하루 잤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고, 결국 이 목사는 다시 한 번 사역을 이어 갈 수 있는 면죄부를 얻었다.

교계에 수많은 '어른'이 있다. 라이즈업에 한 번이라도 발을 담갔던 '어른' 중 단 한 사람이라도 이동현 목사의 문제점을 외면하지 않고 바로잡으려 했다면 어땠을까. 적어도 지금처럼 많은 청소년·청년이 상처받는 일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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