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시리아 난민과 네팔 이재민이 손수 쓴 숫자와 글씨로 달력이 만들어진다. 달력 제작 프로젝트 '하루를 쓰다' 이야기다.

'하루를 쓰다'는 이번이 두 번째다. 2014년, 노숙인을 돕기 위한 프로젝트로 처음 시작됐다. 당시 노숙인·외국인 노동자·어린이·중환자·농부 등 다양한 계층 사람들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프로젝트를 기획한 최성문 작가는 달력 약 1만 1,000부를 팔아 수익금 1,580만 원을 남겼다. 수익금 전액은 노숙인 지원 단체 '바하밥집'에 넘겼다. 바하밥집은 이 자금으로 만두 가게를 차려, 노숙인 자활을 돕고 있다. 현재 노숙인 두 명이 이 가게에서 일하고 있다.

2017년 달력을 제작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아시아인이 주인공이다. 아시아 서쪽 끝 터키부터 동쪽 끝 일본까지 여러 나라 사람들이 참여했다. 작년 7월부터 최성문 작가는 터키, 네팔, 중국, 일본 등을 돌아다녔다. 문화도 다르고 언어도 통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글자를 받았다.

최성문 작가가 아시아인을 이번 프로젝트 주제로 삼은 건 재작년 외국인 노동자를 만난 뒤부터다. 글자를 받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가 많다는 안산을 찾았다. 생각보다 외국인이 많아 깜짝 놀랐다. 한국 속 외국 같았다. 이들을 조명하고 싶었다. 다음에는 이들을 주인공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리라 맘먹었다.

▲ 작년, 최성문 작가는 네팔 지진 현창을 찾았다. 한국에서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만든 '대안 생리대' 640장을 들고 가, 이재민들에게 나누어 줬다. 네팔에서 만난 아이들이 숫자와 이름을 적고 있다. (사진 제공 최성문 작가)

1월부터 12월까지 아시아 여러 나라 글자들이 달력을 채운다. 숫자 아래 참가자 이름 또는 하고 싶은 말을 그 나라 언어로 적었다. 1월은 한국 사람과 결혼한 외국인, 2월은 혼혈인, 3월은 터키인, 4월은 네팔인, 5월은 일본인이 주인공이다.

한국전쟁이 일어난 6월에는 새터민이 쓴 글을 채웠다. 7월은 중국인, 8월은 몽골인, 9월은 한국에 사는 난민, 10월은 SNS 친구들, 11월은 노숙인, 12월은 다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참여했다.

달력 제작과 판매가 이뤄지는 연말에 다양한 행사도 마련했다. 아시아 사람들이 쓴 글자를 액자에 담아 전시회를 개최한다. 작년에는 여러 CCM 가수들 주축으로 공연이 열렸다. 이번에는 아시아인들을 초대해 그들의 노래와 춤을 보고 듣는 공연을 구상 중이다.

최성문 작가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지난 1년이 마치 영화 같다고 했다. 시리아 난민, 네팔 이재민, 외국인 노동자, 다문화 가정 주부와 자녀 등 여러 사람이 등장하는 영화다. 최 작가는 다음 달 마지막 장소인 몽골로 떠난다. 어떤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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