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독교 윤리학자 스탠리 하우어워스 <한나의 아이>(IVP) 출간 기념 강좌는 뜨거웠다. 8월 22일 백주년기념교회 사회봉사관에서 열린 강좌에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김기석 목사(청파교회), 김진혁 교수(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가 강연자로 나섰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인생 문제 대부분은 답이 없다. 성경을 펴며 여기 답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공허하게 울릴 뿐이다. 고통의 무게에 눌려 의미를 찾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답은커녕 이 길이 맞나 의심이 솟구친다.

8월 22일 백주년기념교회 사회봉사관에서 기독교 윤리학자 스탠리 하우어워스 <한나의 아이>(IVP) 출간 기념 강좌가 열렸다. 김기석 목사(청파교회)와 김진혁 교수(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가 강연자로 나섰다.

<한나의 아이>는 스탠리 하우어워스의 회고록이다. 인생 여정이 밝지만은 않다. 하지만 자신이 겪은 고통을 함부로 풀이하지 않는다.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것은 답 없이 사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고, "신앙은 답을 모른 채 계속 나아가는 법을 배우는 일"이라 고백한다(375쪽). 

하우어워스의 고백을, 김기석 목사와 김진혁 교수가 각각 '에덴의 동쪽에서 살아가기', '이야기꾼으로서 신학자: 스탠리 하우어워스 알아 가기'라는 제목으로 부연했다.

불안한 인간, 부조리한 세상…예수가 우리 푯대

▲ 김기석 목사는 "예수의 삶은, 양들이 생명을 얻고 또 더 넘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김기석 목사는 장 폴 사르트르 표현을 빌어 "인간은 내던져진 존재"라고 말했다. 어느 누구도 스스로 선택해서 태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은 자기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기도 한다. "내던져진 존재지만 동시에 자기 삶을 기획하는 존재"인 것이다. 김 목사는 이러한 수동성과 자발성 사이에서 인간은 존재론적 불안을 겪는다고 말한다.

인간을 둘러싼 세상 역시 불안하다. 재난·사고·전쟁·폭력이 우리들을 위협한다. 성경에는 하루 아침에 재산·가족·건강을 잃은 인물이 등장한다. 욥이다. 욥의 친구들은 욥에게 죄를 자백하라고 다그친다. 욥은 자기에게 왜 고난이 찾아왔는지 모른다. 결백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욥에게, 하나님 뜻 운운하는 친구들 말이 어떻게 들렸을까.

2년 전, 세월호 참사를 놓고 함부로 설교한 몇몇 목사들이 비난을 샀다. 김 목사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신앙의 언어로 거침없이 설명하는 이들은, 부조리한 현실 앞에서 멀미하는 인간 실존의 흔들림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이들이 뱉어 낸 "종교적 언어가 (비기독교인들에게) 다리로 작동할지 벽으로 작동할지" 반문했다.

욥은 마지막 장에서 이렇게 고백한다. "깨닫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말을 하였습니다. 제가 알기에는 너무나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김 목사는 욥이 "세상에는 자기 이해를 뛰어넘는 일이 많다는 사실과 인간은 그런 부조리를 품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답을 모른 채 계속 나아가는 신앙은 결국 예수가 걸었던 길을 따르는 삶으로 귀결된다. 김 목사는 윤리학자 알래스데이 메킨타이어의 말을 인용한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나는 어떤 이야기 혹은 어떤 이야기들의 일부로 존재하는가'라는, 보다 앞선 질문이 해명될 때에 비로소 대답될 수 있다." 그리스도인의 경우, 예수 그리스도의 이야기를 좇을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는 말이다.

김기석 목사는 요한복음 구절을 인용해 "예수의 삶은 양들이 생명을 얻고 또 더 넘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사람들이 겪은 고통을 해석 대상으로 삼지 않고 그들을 도울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찾는 삶이다. 고통 당하는 이들 곁에 머물며 이들이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삶이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라는 푯대를 향해 걷기 시작할 때, 비록 흔들릴 수는 있어도 길 잃을 염려는 없다"고 말했다.

기독교인의 역할, 그리스도 이야기를 회복하는 것

▲ 김진혁 교수는 요즘 사람들이 이야기를 상실했다고 진단했다. 내 이야기를 발견하는 과정에서 자기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김진혁 교수는 신학을 크게 둘로 구분한다. 하나가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기 위한 신학이라면 다른 하나는 자기를 정당화하는 신학이다. 김 교수는 오늘날 신학은 계몽주의 영향으로 후자에 치우쳐 있다고 말한다. 신학이 자기를 변증하려는 강박에 빠졌다는 것이다.

스탠리 하우어워스는 "신학의 과제는 예수를 현대적 범주들로 번역하는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세상이 그분을 향하도록 변혁하는 것이다"고 말한다(<하나님의 나그네 된 백성> / 스탠리 하우어워스·윌리엄 윌리몬 지음 / 복있는사람 펴냄 / 31쪽). 세상을 복음의 관점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때 '이야기'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 이야기는 저마다 다르다. 개개인 삶을 보여 주지만 동시에 보편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한나의 아이>가 스탠리 하우어워스의 개인 회고록이지만 많은 독자들이 이 책에서 자기 삶을 돌아보며 신학적 통찰을 얻는 것과 같다.

김 교수는 요즘 사람들이 이야기를 상실했다고 진단한다. 내 이야기를 발견하는 과정에서 자기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회고록을 다 쓴 스탠리 하우어워스가 무엇을 배웠냐는 질문에 "내가 배운 것은 아주 간단하다. 내가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말이다(506쪽).

누구에게나 자랑할만한 일은 부풀리고 부끄러운 일은 잊으려는 경향이 있다. 자기기만이다. 김 교수는 이야기를 찾는 과정 중에 자기기만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자기기만과 싸우기 위해선 참 이야기가 필요하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야기, 복음이다. 김 교수는 복음을 받아들이는 것은 자기됨의 한계 즉 자신을 끊임없이 속이려는 자기기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1980년 이후, 하우어워스는 단순히 이야기를 아는 것으로는 불충분하다고 말한다. 공동체를 강조하기 시작한다. 교회는 세계가 하나님 구원 사역 속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전한다. 그러기 위해 교회 안에 성서에 충실한 이야기가 회복되어야 한다는 요지다.

김 교수는 그리스도인의 사명은 세계를 변혁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를 먼저 바로 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를 바로 세운다는 의미는 하나님 이야기가 올바르게 선포되는 교회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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