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 일이 4·16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실이 밝혀져서 억울한 250명의 학생, 11명의 선생님에게 새로운 위로와 국가적 책임을 다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8월 20일 단원고 기억 교실 이전을 시작하는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쪽에서 듣고 있던 유가족들은 한숨을 쉬었다. 가족들 마음에 대못을 박아 놓고 새로운 위로와 국가적 책임이라니… 전명선 위원장과 이재정 교육감이 악수할 때는 야유가 쏟아졌다.

동혁 아빠 김영래 씨는 기자회견이 끝남과 동시에 아들 물품이 담긴 상자를 들고 단원고 교정을 떠났다. "지들 마음대로 공간도 마련해 놓지 않고, 우리 아들 창고 같은 데 보낼 수 없죠. 집에다 갖다 놓으려고요." 동혁 아빠 행동은 돌발적이었지만 아무도 그를 말릴 수 없었다. 실제 경기도교육청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임시 공간 운영에 대한 아무런 계획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김영래 씨는 동혁이 물품을 집에다 가져다 놓았다. 상자를 들고 나올 때 심정은 어땠을까. 8월 22일 국회 앞에서 진행된 특별법 개정 시위 및 기자회견에서 그를 만났다. 다음은 김영래 씨와의 일문일답.

▲ 동혁 아빠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는데도 아무 계획도 준비해 놓지 않은 교육청에 분노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 그때 왜 상자를 가지고 나왔나.

안산교육지청 별관이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내용이 이전식 전날 오후 3시에 팩스로 도착했다. 거기 가 보면 창문도 없고 세트장처럼 칸막이를 쳐 놨다. 창고 같은 데 두겠다는 거 아니냐. 우리 아이들 배 안에서 가만있으라고 해서 이렇게 됐는데, 기억 교실도 마찬가지 아닌가. "우리가 하라는 대로 해라, 안 하려면 말고" 이런 식이다. 너무 화가 났다.

제대로 준비를 했다면 가져다 놓을 용의가 있다. 그런데 지금처럼 창고 같은 곳에다, 어떻게 거기다 갖다 놓으라는 거냐. 아이의 마지막 유품인데…. 부모로서 내 아이를 또 방치해 놓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세월호 안에 방치해 놓은 것도 모자라서. 아이의 마지막 물품까지 방치해 놓고 싶지 않았다. 우리 동혁이 배 안에 갇혀 놓게 한 것도 너무 미안한데… 나는 싫다.

- 임시 이전 상태에서도 복원은 해 놓는 건가.

임시적으로 책상 복원한다더라. 그런데 믿을 수 없다. 늘 말로만 해 왔지 행동으로 보여 준 건 없다. 그것도 그때 돼 봐야 아는 거다. 우리는 늘 속았다.

경기도교육청은 이전식 전날 오후 3시가 되어서야 팩스로 "아무 계획 없다"고 보내왔다. 예산이 없어서 못 하겠다고. 내가 봤을 땐 못 한 게 아니다, 안 한 거지. 안산교육지청 별관으로 옮긴다고 '사회적 합의' 기자회견한 지 3개월도 넘었다. 그동안 뭘 한 건가. 지금까지 뭐하고 있다가 지금 와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부랴부랴 일 처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더 화가 났던 게, 이재정 교육감이 이전식 날 기자회견에서 "이 일로 새로운 위로와 국가적 책임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한 점이다. 교실을 빼는 것 자체도 아이를 두 번 보내는 느낌이었다. 너무 화가 났다. 그런데 그 자리에 와서 도대체 뭐하자는 건가.

- 기억관 설립 계획은 구체적인 건가.

말로는 학교 옆 공원 부지에 짓겠다고 하는데, 나는 못 믿겠다. 어떻게 믿나, 여태껏 속아만 왔는데… 하다못해 부지 선정해서 삽이라도 떴으면 모르겠다. 이런 상태에서는 2년이 아니라 3년이 걸릴지 4년, 5년이 걸릴지 어떻게 아나. 그동안 입으로는 다 한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그때가 와서 제대로 된 건 하나도 없다.

▲ 8월 22일 국회 앞에서 피켓 시위 중인 김영래 씨. ⓒ뉴스앤조이 구권효

- 오늘은 특별법 개정을 촉구하러 국회에 왔다.

지금 상황에서 부모들이 할 수 있는 게 없다.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본인이 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으로 '사생결단식'을 하고 있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유 위원장이 무기한 단식을 선택했을까. 너무 답답하다. 할 수 있는 게 단식, 도보, 피케팅, 서명, 이런 거밖에 없다.

최소한 야당 국회의원이라도 세월호 가족들 마음을 알아주고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 줘야 하지 않나. 국민이 여소야대 정국을 만들어 줬다. 야당 원내대표도 특별법 개정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원내대표 합의한 걸 보면 그것도 말뿐이었다. 행동으로 보여 주는 게 아무것도 없다.

기억 교실, 선체 인양, 특검, 특조위 조사 기간, 뭐 하나 얻은 게 없다. 2년여 동안 우리 바람대로 된 건 하나도 없다. 하지만 유경근 위원장 말처럼, 100번 지더라도 한 번만 이길 수 있다면, 딱 한 가지, 진실 규명에서만 이길 수 있다면 좋겠다. 우리는 아이들 억울함을 풀어 주는 것 외에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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