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이 8월 22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특별법 개정안 본회의 상정 촉구 시위 및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세월호 참사는 2년여 만에 또다시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진상 규명을 해야 할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정부 지원 없이 활동하고 있고, 이석태 위원장을 비롯해 조사관들까지 릴레이 단식에 나섰다. 선체 인양은 계속 미뤄지고, 특검은 감감무소식이다. 기억 교실까지 뺐다.

예은 아빠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8월 17일부터 사생결단 심정으로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준형 아빠 장훈 진상규명분과장도 함께 단식하고 있다. 생사를 걸고 촉구하는 건 특별법 개정이다. 현재 20대 임시국회가 진행 중이지만, 야3당이 약속한 특별법 개정은 상정될 계획조차 불투명하다.

8월 22일,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이 국회의사당 앞에 모였다. 이날 서울 기온은 37도로 2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회 앞은 그늘도 없었다. 오후 1시 불볕 아래 이들은 1시간 30분간 피켓 시위를 했다. 좀 쉬었다 하시라는 말에 경빈 엄마는 "할 수 있는 게 이거밖에 없어서… 이런 건 하나도 안 힘들어요"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시위 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20대 임시국회 중인 국회의원들, 특히 야당 의원들에게 세월호 특별법 개정을 본회의에 상정하라고 촉구했다. 유가족과 시민들은 한목소리로 기자회견문을 읽었다. "야당의 수권 능력은 새누리당을 따라하는 정치가 아니라, 부패한 새누리당과 박근혜 권력에 맞서 국민을 보호하는 것에 있음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깨닫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정세균 국회의장은 여야가 합의한 특검을 즉각 직권 상정하라 △세월호특별법 개정을 약속한 국회의원들은 국민과의 약속을 즉각 이행하라 △특조위 조사 기간을 보장하고 선체 조사에 대한 전권을 부여하라고 요구했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후, 총선 전 세월호 관련 4대 정책 및 12개 실천 과제를 약속한 국회의원 144명 이름을 또박또박 호명했다. 유가족과 시민들은 "세월호는 정치적 거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지속적인 방치와 핑계는 20대 국회 또한 세월호 참사 공범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 유가족과 시민들은 37도를 웃도는 뙤약볕 아래서 1시간 반 동안 피켓 시위를 벌였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

20대 국회 임시국회 본회의에 고한다!

세월호특별법 개정, 특조위 조사 기간 보장, 선체 조사 전권 부여, 특별검사 즉각 발동하라!

우리는 야당들에게 묻는다.

당신들이 당선되기까지, 지난 총선에서 여소야대의 결과를 만들어 낸 국민들의 노고를 잊었는가? 몇 날 며칠 밤을 지새우며 투표함을 지키고, 개표 과정까지 두 눈 부릅뜨며 지켜 낸 선거가 당신들을 위해서라고 생각하는가?

국민이 만들어 준 '여소야대' 국회이면서도, 국회선진화법을 들어 세월호특별법 개정안 의결을 뒤로 미루고, 여야가 합의한 특검조차 상정하지 않았으며,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 기간에 대한 안건조차 상정하지 않고 있다. 이런 정국을 보자고 주권자인 국민이 당신들을 일꾼으로 뽑은 것이 아님을 정녕 모른단 말인가?

특별법 개정을 통한 특조위 기간 보장, 특조위의 선체 조사 보장, 특검 실시 등은 이미 야당이 약속한 바이다. 그러나, 20대 국회는 개원 석 달이 다 되어 가도록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향해 단 한 걸으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

20대 국회가 세월호에 관해 지난 12일에 발표한 합의문은 진상 규명의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닌지 의심케 한다.

특별조사위원회에 대한 정부의 방해와 압박으로 인해 특조위는 정부 인력이 철수하고 재정 지원이 중단되는 등 정상적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석태 특조위원장의 단식을 시작으로 조사위원들의 릴레이 단식이 진행되던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새누리당과 인양된 후 세월호의 선체 조사를 어느 기관이 할지 별도 논의하겠다는 합의서에 도장을 찍었다.

여야 3당 원내대표와 정세균 국회의장이 발표한 합의문은 2016년 추가 경정 예산안 처리와 관련한 합의문의 일부로 포함된 것이다. 그런데, 합의문 어디에도 세월호 진상 규명 특별법, 이 법에 따른 특조위의 진상 규명 조사 활동, 특조위가 요청한 특별검사 임명에 과한 어떤 합의나 협의 계획이 없다. 특조위 조사 활동 보장 및 세월호 특검을 제외한 채 진상 규명을 위한 선체 조사를 하겠다는 정치권의 합의는 국민 기만에 불과하다.

정치의 목적이 무엇인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 아닌가?

생명을 앞에 놓고 정치적 거래하지 말라!
세월호는 정치적 거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지속적인 방치와 핑계는 20대 국회 또한 세월호 참사의 공범을 자초하는 것이다.

이 폭염 속에 오늘로 6일째 사생결단 단식 중인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예은이 아빠 유경근 님과 진상규명분과장 준형이 아빠 장훈 님은 사생결단하며 단식을 하게 된 책임의 절반 이상이 무능하고 유약한 야당에 있다고 밝혔다. 우리 국민들은 여소야대 정국의 이런 행태에 분노하고 있으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에 대한 실망감이 커져만 가고 있다.

야권의 수권 능력은 새누리당을 따라하는 정치가 아니라, 부패한 새누리당과 박근혜 권력에 맞서 국민을 보호하는 것에 있음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깨닫기를 바란다.

일꾼인 당신들에게 주인인 국민이 명한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여야가 합의한 특검 발동을 즉각 직권 상정하라!
세월호 특별법 개정을 약속한 국회의원들은 국민과의 약속을 즉각 이행하라!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 기간을 보장하고 선체 조사에 대한 전권을 부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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