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드만스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미국 한 출판사가 표절로 드러난 성서 주석을 절판시켰다. 미국 신학 전문 출판사 어드만스(Eerdmans)는 8월 15일 저명한 신약학자 피터 오브라이언(Peter O'Brien) 교수가 쓴 <히브리서> 주석(Pillar New Testament Commentary 시리즈)에서 표절로 볼 만한 문제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어드만스는 자사 편집자와 외부 전문가 검증한 결과, 오브라이언 교수가 쓴 저작이 일반적인 출처 표기 방식(commonly accepted standard)에 어긋난다고 판단했으며 더 이상 이 책을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출판사는 <히브리서>뿐 아니라 오브라이언 교수가 쓴 <빌립보서>, <에베소서>에서도 문제점을 발견했다.

대응은 신속했다. 즉각 문제 도서 세 권을 판매 중단하고, 이 도서를 구매한 이들에게 보상 절차를 진행하겠다며 관련 문의는 이메일로 하면 된다고 안내했다. 이 문제를 다루는 소통 창구를 개설해 출판사 관계자와 언론 등 대화를 원하는 이들의 문의도 받겠다고 공지했다.

저자인 피터 오브라이언 교수도 곧바로 표절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전적으로'(without reservation) 사과한다는 표현을 써 독자들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오브라이언 교수는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저술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며 표절을 인정했다.

출판사 대표 애니타 어드만스(Anita Eerdmans)도 독자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는 자사 주석이 최고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표절 문제에 강력한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 문제가 드러난 후, 영국IVP 등 오브라이언 교수 책을 낸 다른 출판사들도 자체 조사에 들어가거나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드만스 출판사 사례는 신학 서적 표절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국내에 시사점을 던진다. 문제가 제기되자 출판사는 자체 조사뿐 아니라 외부 전문가 검증을 받아 객관성을 더했고, 곧바로 독자들에게 이를 공지하고 절판 및 보상 조치에 나섰다. 관계자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공식 소통 창구도 개설했고, 편집 책임자와 대표가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당사자도 표절 문제를 인정하고 독자들에게 사과했다. 출판사가 7월 초 표절 문제를 인지했으니, 이 모든 과정이 1달 만에 끝난 셈이다.

오브라이언 교수 표절 문제는 페이스북 그룹 '신학 서적 표절 반대'와 백석대학교 송병현 교수 간 소송 과정에서 불거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운영자 이성하 목사(원주가현침례교회)에 따르면, 송 교수는 오브라이언 교수가 쓴 <히브리서>를 예로 들며 자신의 저술 방식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피고 측은 어드만스에 오브라이언 교수 책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고, 출판사는 곧바로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 출판사 홈페이지에서 저자 피터 오브라이언을 검색하면 아무 결과도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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