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신학교를 졸업하고 2015년 신학대학원에 입학했다. 동기 전도사들이 교회에서 사역을 할 때 공방에서 가죽을 만졌다. 가죽공예에 눈뜬 후 1학기 만에 휴학을 선택했다. 결국 자기 이름을 내걸고 가죽 제품을 판매했다. 이탈리아어로 '함께 만들다'라는 뜻의 'Con Fare(콘 파레)' 운영자 고지현 씨 이야기다.

공방에서 그를 만났다. 공방이 위치한 곳은 서울 충무로. 구불구불한 시장길을 따라 올라가면, 건물 2층에 그의 작업실이 있다. 오픈 준비가 한창이다. 더운 날씨에 혼자 바닥을 깔고 페인트칠을 한다. 가구 들일 준비를 한다. 고된 과정이지만 이곳에서 사람들과 함께 가죽을 만질 생각에 고 씨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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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신학생, 교회 밖으로 나오다

공예를 하기 전 그는 평범한 신학생이었다. 목회자 부모 밑에서 "목사가 되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신학교 입학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이사야 61장 1절 "여호와께서 내게 기름을 부으사 가난한 자에게 아름다운 소식을 전하게 하려 하심이니라"라는 말씀에 따라 살고 싶었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힘을 주며 살아야겠다 마음먹었다. 신학을 배우고 파트로 전도사를 하면서 질문이 생겼다.

'과연 내가 목회를 할 수 있을까.'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건 아닐까.'

교인들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것보다 옆에서 서포트하는 게 자신의 일 같았다. 이 때문에 단독 목회보다 공동 목회와 공동체를 꿈꿨다. 미래를 고민하다 보니 재정 문제가 고 씨 발목을 잡았다. 개척 교회를 하던 아버지를 보며, 목회자가 사례비를 받으면 목사·교인 모두가 부담을 느낄 거라 생각했다.

가죽공예를 취미가 아닌 업으로 삼겠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그를 말렸다. 선배들은 그에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부모님도 아들이 전통적인 목회를 하기 바랐다. 여러 만류가 있었지만 고 씨는 결국 이 길을 택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교회 대신 일터에서 목회를 하고 싶었다. '가난한 자'를 만나 삶을 이해하고 함께하고 싶었다. TV에서 미혼모 이야기를 접했다. 이들을 돕고 싶었다. 고 씨는 후원보다 직접 기술을 가르쳐 주는 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하나 걸리는 게 있었다. '본드' 사용. 보통 가죽공예는 매무새 정리를 본드로 한다. 미혼모는 어린아이와 생활하는데, 유해 물질인 본드가 아이에게 해가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여러 날 고민하다 본드 없이 만드는 법을 터득했다.

맨땅에 헤딩하는 마음으로

직접 만든 사업 계획서를 들고 무작정 미혼모 센터를 찾아갔다. 담당자는 아이디어는 좋지만 판로나 같이 만들 장소가 있냐고 물었다. 당시 고 씨는 판로도, 여러 사람과 함께 작업할 공방도 없었다. 사업을 시작한 후 처음 느낀 벽이었다. 아이디어만 좋으면 자연스럽게 팔리고 사람도 쉽게 도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순진했다.

판로 개척에 힘을 쏟았다.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었다. 성경책만 보던 그에게는 생소한 영역이 많았다. 물건을 예쁘게 만든다고 잘 팔리는 게 아니었다. 고객 마음을 휘어잡을 수 있도록 마케팅해야 했다. 고객 유치를 위해 박람회를 찾아다니는 것도 일이었다.

조금씩 성과가 보였다. 오프라인 매장, 인터넷 사이트, 모바일 앱에서 직접 만든 가죽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카드 지갑, 장지갑, 클러치 백, 미니 가방 등 6종을 판다.

물건을 만들어 판 지 1년 남짓. 아직 실적이 좋진 않다. 마냥 장미빛도 아니다. 오픈했다가 얼마 버티지 못하고 사라지는 공방이 많다. 차츰 나아지고 있지만 수입도 들쑥날쑥이다. 통장 잔고가 줄어들 때면 누구 밑에 들어갈까 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 경진 대회에 아이템도 응모했지만 탈락도 수차례.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되기도 하지만 낙심할 때가 많다.

"처음에는 참 막막했어요. 이제는 조금씩 평정을 유지해 가고 있죠. 사실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팔아도 되냐고 연락 왔을 때 '이제 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뻤죠. 그런데 막상 시작하니 많이 팔리진 않더라고요.(웃음) 요새는 망하지 않는 걸 과제로 삼고 있어요. 하루하루가 기대되기도 하지만 무섭기도 해요.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요?"

▲ 그는 현재 오프라인 매장 및 온라인 숍에서 카드 지갑, 클러치 백 등을 판다. 눈여겨볼 것은 제품에 본드 칠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진 제공 고지현)

우물 안 개구리 벗어나서

주중에는 공방 오픈 준비와 납품으로 정신없는 고지현 씨. 주말에는 학생부 전도사로 활약한다. 최근 아이들과 여름 수련회도 다녀왔고, 인터뷰가 있던 주에는 새벽 기도회 인도, 수요 예배 설교도 맡았다.

두 가지 일을 병행하는 게 어떤지 물었다. 교인들 삶을 더 자세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답했다. 이전에는 어렴풋이 알았다면, 이제는 피부로 이해한다. 십일조 문제가 가장 크게 와 닿는다. 벌이가 적고 일정하지 않은 그에게 십일조를 내는 건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한 번 교회 나가는 것도 쉽지 않다. 교회에서 종종 지쳐 있는 교인을 만난다. '왜'라는 정죄보다 '힘들겠구나' 하는 마음이 먼저 든다. 자신도 그렇기 때문이다. 치열하게 살다 일주일에 한 번 푹 쉬고 싶을 텐데, 교회 와서 예배하고 봉사하는 게 고맙다.

창업을 준비하는 목회자들에게 할 말이 있는지 물었다. 고지현 씨는 함께할 사람을 먼저 구하라고 당부한다. 또 시작 전 철저히 준비하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자신이 하려는 분야 시장조사도 하고 안정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는 조언이다.

"목회자들에게 밖에서 일해 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느끼는 게 많아요. 직접 일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들을 알게 돼죠. 가능한지 가능하지 않은지는 직접 해 봐야 아는 거 같아요."

▲ 아직까지는 소량으로 판매되고 있지만 반응은 좋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Con Fare 홈페이지: http://confare.itpage.kr

Con Fare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confare_handm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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