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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을 내리지 않는 설교집

[책 소개] 프레드릭 비크너 <어둠 속의 비밀>(포이에마)

강동석 기자   기사승인 2016.08.21  21: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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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제게 다가와 저의 믿음에 대해 말해 달라고 한다면, 저는 결국 믿음의 여정을 말하게 될 것입니다. 지난 세월 동안 있었던 우여곡절, 꿈들, 기이한 순간들, 직관들을 말하게 될 것입니다. 인생은 당구에서 초구를 칠 때 당구공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듯 무턱대고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소설의 플롯 같은 것이 있어서 사건들은 어떻게든 어딘가로 이어진다는 느낌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이나 제가 어떤 믿음을 갖고 있건, 그 믿음은 우리에게 벌어진 일에 대한 이야기와 분리할 수 없습니다." (303쪽)

[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인생의 '여지'에 주목하는 설교자는 흔치 않다. 대부분 설교자는 "우여곡절, 꿈들, 기이한 순간들, 직관들"에 대해 해답을 내놓으려 하지 "우여곡절, 꿈들, 기이한 순간들, 직관들" 자체에는 주목하지 않는다. 스스로 '진리'를 다루고 있다고 생각해서일까. 답부터 내려 한다. '믿음' 문제를 다룰 때 특히 그렇다. "믿음은 ○○이다" 결론 내릴 뿐 현실을 짚어 내려 노력하는 목회자는 적다.

프레드릭 비크너는 '드문 케이스'에 속한다. 쉽게 답을 내리지 않는다. 믿음을 말하라는 사람 앞에 '이야기'를 꺼내 든다. 단순한 해답을 피하면서도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을 돌아보게 만든다. 필립 얀시, 월터 브루그만, 제임스 패커 등 잘 알려진 기독교 저술가들이 하나같이 그에게 찬사를 보내는 이유다.

<어둠 속의 비밀>(포이에마)은 목회자면서 소설가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프레드릭 비크너의 대표작이다. 비크너가 여든까지 전한 설교 중 30여 편을 가려 뽑았고, 강연과 기고문도 함께 엮었다. 뒤로 갈수록 최근 설교가 배치돼 있어 그의 사상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흐름을 엿볼 수 있다.

   
▲ <어둠 속의 비밀> / 프레드릭 비크너 지음 / 홍종락 옮김 / 포이에마 펴냄 / 520쪽 / 2만 원 ⓒ뉴스앤조이 강동석

문장들이 읽히는 것을 넘어 꽂히는 순간이 있다. <어둠 속의 비밀>을 읽다 종종 그런 순간과 마주했다. 모든 인간을 (아이와 어른 사이에 있는) 청소년에 빗대면서 "저는 달라붙을 명사를 찾는 동사적 형용사이고, 어떤 자아로 자라날지 탐색하면서 자라는 존재입니다"(358쪽)라고 표현하는 것이나,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 25:40)는 성경 구절을 아래와 같이 풀어내는 것만 해도 그렇다.

"세상에, 천국은 집에서 20분 거리에 있습니다. 천국은 노파가 나가려고 일어나 무릎에 떨어진 팝콘 조각을 털어 내는 극장에 있습니다. 천국은 뚱뚱한 남자가 자신은 믿지 못하는 범퍼 스티커가 붙은 트럭을 몰고 지나가는 거기에 있습니다. 천국은 그 남자가 하늘에 떠오른 무지개라도 되듯 그를 바라보기 위해 우리가 치켜뜨는 사랑과 갈망과 축복의 눈에 있습니다." (271쪽)

트럭 범퍼에 '예수님이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스티커를 붙여 놓은 뚱뚱한 남자. 스티커 메시지와 대조적으로 차량 뒷창에 엽총을 매어 둔 그를 두고, 비크너는 "우리의 형제, 우리의 아버지"라고 말한다. 극장 앞자리에 앉아 팝콘을 먹는 노파를 두고는 "우리의 어머니, 누이, 커 버린 딸"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20분이면 갈 만한 거리에 있는 이웃이다. 비크너는 교회가 이들의 손과 발이 되어 주는 존재라고 잔잔한 목소리로 말한다.

사변적이지 않은, 여운을 남기는 설교들

"사랑하는 사람이 고통을 겪으면 우리도 그와 함께 고통을 겪고 그것을 피하려 하지 않습니다. 고통과 사랑은 하나니까요.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도 그와 같습니다"(61쪽) 같은 직관적인 표현은, 브라이언 맥클라렌이 왜 서문에 "비크너는 근본주의자들과 자유주의자들이 늘 다투는 문제들을 훌쩍 넘어서도록 독자를 이끕니다"라고 썼는지 알 수 있게 한다. 그의 설교는 신학적이거나 사변적이지 않다. '어둠 속의 비밀'이라는 책 제목처럼 오히려 삶에 대한 직관을 독자에게 던진다.

어둠 속으로 들어갔을 때 처음에는 그 어떤 사물의 형상도 보이지 않다가 서서히 윤곽이 드러나는 것처럼, 비크너의 설교는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삶의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 준다. 여러 정황을 드러내고 읽는 이가 선택하고 결단하도록 이끈다.

오헨리상을 수상하고,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오를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지닌 이야기꾼답게, 그의 설교 마지막 부분까지 읽다 보면 마음에 긴 여운이 남는다. 그런 차원에서 옮긴 이의 지적은 적실하다.

"비크너는 모든 이야기를 다 하려고 하지 않는다. (중략) 그냥 창을 조금 열어 놓아서 시원한 바람이 들어오게 하고, 커튼을 살짝 걷어 한줄기 빛이 새어 들어오게 한다고 할까." (519쪽)

교리 틀에 갇혀서 사변적인 이야기를 늘어놓거나 신앙인의 삶을 논리적으로만 풀어놓는 여느 설교에서는 만날 수 없는 메시지, 비크너에게서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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