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주의 종. 경북 안동 S교회를 취재하면서 많이 들은 말이다. 이곳에서 주의 종은 S교회 담임목사이자 S기도원 원장을 지칭하는 말이다. 교인들은 현 원장 K 목사를 비롯해 그의 어머니 L 원장에게도 이 표현을 사용했다.

K 목사의 불륜설을 믿는 교인이든 믿지 않는 교인이든 "주의 종"이라는 표현을 쓰는 건 마찬가지였다. 교회를 떠난 교인들은 "주의 종 말을 하나님 말씀처럼 믿고 따랐다"고 한탄했다. 교회에 남은 교인들은 "저들은 주의 종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재산 처분해 갖다 바치고

지금은 교회를 떠난 교인들도 S기도원에서 특별한 은혜를 받았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각종 질병이 고쳐지고 각자 인생을 걸고 기도했던 제목들이 이뤄졌다. 그럴수록 하나님 말씀을 대언하는 주의 종, K 목사의 어머니 L 원장에 대한 경외심은 커졌다.

교인들은 L 원장이 "주의 종이 거꾸로 오줌을 싸든 똥을 싸든 그건 하나님이 판단하실 문제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말했다. 원장이 무슨 행동을 해도 일반 신도들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교인들은 주의 종이 하는 말을 하나님 말씀처럼 받들어 이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L 원장이 사망한 후 그를 이어 아들 K 목사가 새로운 주의 종이 됐다.

교인들은 각자 받은 은혜에 대한 보답으로 헌금을 바쳤다. 물려받은 땅, 사는 아파트를 팔아 수천 만 원부터 억대 돈을 헌금했다. 퇴직금과 연말정산으로 환급받은 돈은 물론, 가족이 교통사고로 사망해 받은 보상금에도 십일조를 꼼꼼히 매겼다. '첫 열매'라며 첫 월급은 무조건 다 바쳤다. 아들이 첫 직장에서 받은 첫 월급도 고스란히 냈다.

K 목사와 불륜 관계였다고 주장하는 A 집사는 회사에서 나오는 복지 카드를 아예 K 목사에게 줬다고 했다. "주의 종을 섬기기 위해서"였다. B 권사는 L 원장 사망 당시 자신이 상속세 5,000만 원을 대신 내줬다고 진술했다. 한 장로는 새 예배당을 지을 때 음향 시스템을 들여놓는다는 명목으로 5,000만 원을 헌금했다고 말했다.

▲ '주의 종'은 하나님 다음이었다. 교인들은 주의 종에게 충성했다.

하지만 기도원 재정은 투명하게 운영되지 않았다. S교회와 S기도원은 건물이 같고 구성원도 거의 같지만, 재정은 따로 관리됐다. 주일에 거두는 헌금은 교회 재정으로 입금돼 당회와 제직회 결정에 따라 쓰였지만 목요 집회에서 들어오는 헌금은 모두 K 목사가 가져갔다. 이 돈이 얼마인지, 어디에 쓰이는지는 K 목사밖에 몰랐다.

오랫동안 S교회에서 재정을 관리한 한 장로조차 "기도원으로 얼마가 들어오는지 모른다. 기도원 재정에 대해서는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주의 종이 쓰는데 당연히 '하나님의 뜻대로 쓰겠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S교회 1년 예산은 1억 2,000만 원 정도인데, 이와 비슷하거나 더 많이 들어올 것으로 추측할 뿐이었다.

교회를 떠난 교인들은 K 목사가 교인들을 한 명 한 명 따로 만나 십일조를 기도원에 내라고 종용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륜설이 수면 위로 떠올라 교회가 혼란해지기 전까지, S교회에서 K 목사 말에 의심을 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K 목사 "절대적 충성 강요한 적 없어"

K 목사는 8월 16일 기자에게 기도원 재정을 정리한 장부를 보여 주었다. 금전출납부에 수입과 지출 내역이 수기(手記)로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는 "기도원으로 헌금이 들어오면 이렇게 모두 빠짐없이 기록한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교회 재정은 교회 운영에 쓰고 기도원 재정은 선교와 교인들을 돌아보는 데 썼다"고 말했다.

기도원 재정 상황을 혼자만 아는 건 위험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일부러 알리지 않으려고 한 건 아니다. 하지만 재정이 모두 공개되는 게 어떤 사람에게는 덕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어머니가 원장이셨을 때부터 그렇게 이야기하셨다"고 답했다. K 목사는 "(교회를 떠난) 그 사람들 외에 다른 사람들은 기도원 재정을 궁금해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K 목사는 자신이 그동안 부교역자와 교인들을 한 명 한 명 세심하게 신경 썼다고 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교인들을 위해 기도원 부지 안에 집을 지어 살 수 있게 해 주었고, 급전이 필요한 교인들에게 수백만 원씩 내어 주기도 했다는 것이다. 부교역자들에게 예배당 보수를 시켜도 수고비를 지급했다고 말했다. 이런 돈을 모두 기도원 재정에서 쓴 것이라고 했다.

자신은 기도원으로 십일조를 하라고 종용한 적도 없다고 했다. 다만, 기도원 재정으로 부교역자나 교인들에게 지급한 돈에 대한 십일조는 기도원에 하라고 한 적이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구제를 위해서였다고 했다.

'주의 종'을 강조하며 절대적인 충성을 강요했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교회 안의 '질서'를 이야기했다는 주장이다. K 목사를 따르는 부목사 및 교인들도 "삶에 문제가 있을 때 아무래도 목사와 상의하지 않나. 그냥 보통 교회에서 하는 평범한 수준이다. 목사가 이렇게 하라고 해도 내 맘대로 따르지 않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오히려 "K 목사가 부교역자와 교인들에게 너무 잘해 준 게 문제"라고 말했다.

▲ K 목사와 그를 믿는 교인들은, K 목사가 교인들에게 절대 충성을 강요한 적이 없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주의 종을 보증하사…

"주의 종을 보증하사 복을 얻게 하시고" (시편 119편 122절a)

S교회를 떠난 교인들은 교회에서 이 구절에 대한 설교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이 구절에서 '주의 종'은 S교회 담임목사, S기도원 원장으로 해석됐다. 하나님이 담임목사를 보증한다는 말. S교회 교인들은 이런 설교를 굳게 믿었다.

이들은 S교회를 나오고 나서야 그 안에서 20여 년간 있었던 자신들 모습이 얼마나 이상했는지 깨달았다고 했다. 그동안 지인들로부터 "왜 그 이상한 교회에 다니느냐"는 말을 여러 번 들었지만, 안에 있을 때는 오히려 바깥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한 교인은, 그렇게 주의 종을 믿고 따르고 섬겼는데 이제는 목사라는 사람이 너무 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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