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은 가도 사랑은 남는다> / 김영봉 지음 / IVP 펴냄 / 236쪽 / 1만 1,000원

담임목사가 된 후 맞은 가장 큰 변화는 '성도들이 장례를 부탁한다'는 것이었다. 고인의 시신이 장례식장을 떠나 묘지로 향할 때, 목사는 상주나 영정보다 앞에 서서 그 마지막 장지로 가는 길을 인도한다. 장례와 관련한 모든 사람이 목사 뒤를 따라 걷는다는 것만으로도 목사의 위치를 알 수 있다. 목사는 성도의 천성 가는 길, 즉 죽음에 관한 '길잡이'인 것이다.

나는 장례 절차를 인도하는 동안, 목사는 삶을 가르치는 것만큼 죽음을 가르쳐야 하는 사람이며, 삶의 전문가는 될 수 없어도 죽음과 관련해서는 반드시 전문가가 되어야 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죽음을 통해 삶을 배우다

저자는 이전 저작과 설교에서 "천국은 죽어서 가는 곳이 아닌 이 땅의 실제"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죽어서 가는 게 아닌, 살아서 '살아야' 하는 천국이 저자의 주요 논지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에서 '죽어서 가는 천국'의 중요성을 경험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죽어서 가는 천국에 대한 소망이 분명하지 않은 이들에게 살아서 만들고 누려야 하는 천국에 대한 희생을 요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영원한 천국에 대한 소망을 설교하며 '삶과 죽음' 모두 '천국의 소망'으로 채워 가는 것임을 보여 준다.

죽음에 대한 묵상은 삶에 대한 진지함으로 이어진다. 이 책 부제는 '삶과 죽음에 관한 설교 묵상'이다. 이미 많은 글과 설교로 이 시대 성도들에게 꼭 필요한 메시지를 전했던 저자가, 그가 사랑했던 성도들의 마지막 시간을 어떻게 돌보았는지 궁금했다. 늘 장례 설교에 대한 고민이 있던 나에게 이 책은 좋은 모범집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책을 펼쳤다.

책을 읽는 동안, 나의 처음 생각이 틀려도 참 많이 틀린 생각임을 인정해야 했다. 이 책에는, 보편적인 장례 설교 모범이 아니라 저자가 사랑했던, 그래서 삶을 함께했고 죽음의 마지막 과정까지 함께 보낸, 사랑하는 이들의 인생이 담겨 있었다. 의무적이고 기계적인 마음이 아닌, 고인과 유족에 대한 사랑과 염려를 담은 마음이 글에 꾹꾹 담겨 있었다. 저자는 하나님 말씀으로 한 인생을 해석하고, 그 해석된 하나님 말씀으로 말씀을 전했고, 그 자리에 모인 모든 이에게 고인을 통해 전하는 하나님의 음성을 나눴다.

맞춤형 설교, 그건 사랑이다 

이곳에 실린 설교문은 단 한 명의 성도를 위한 '맞춤 원고'다. 몇 편의 장례 설교를 만들어 놓고 그 원고 내용을 단순 전달하는 '일반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이 아닌 것이다. 저자는 한 편 한 편의 장례 설교 원고를 오직 그 장례식을 위해 다시 쓰고 있었다. 고인이 된 성도와 유족들을 만나면서 얻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고인의 삶에 대한 성경적 해석, 유족들을 위로하기 위한 가장 적실한 메시지를 찾는다.

그래서 저자 설교에는 고인과의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가 있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한, 그리고 그 한 사람을 기억하고 싶어하는 그 한 무리만을 위한 설교다. 설교를 통해 고인의 삶 전체를 하나님의 말씀으로 해석하고, 그 해석을 나누며 추억하고 감사하는 방식이다.

책에 실린 설교문을 읽는 동안, 저자가 이 한 편의 설교문을 작성하기 위해 책상 위에서만 시간을 보낸 게 아님을 깨닫게 됐다. 저자는 고인을 만나 대화했고, 유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고, 찾아오는 조문객들을 이해했다. 공장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니라, 상실을 느끼는 이들을 위한 메시지를 전했던 것이다.

그것을 뭐라고 표현할까 한참을 생각한 후 내린 결론은 '이것은 사랑이다'였다. 고인은 마지막 순간까지 목회자에게 사랑받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성도를 향한 최고의 사랑을 설교 원고로 표현했다. 장례 설교를 수많은 일 가운데 하나로 생각하지 않았다. 끝까지 돌봄과 사랑으로 행했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에 있던 먹먹함은 아마 그 사랑이 내 마음속에도 밀려왔기 때문인 것 같다.

저자는 책의 부록 '거룩하고 의미 있는 장례 예배를 위해'에서 한 사람의 마지막 여정에 참여하는, 영광스러운 사명을 섬기는 목회자에게 구체적 제안을 한다. 임종 과정에 대한 제안, 임종과 애도에 대한 제안, 장례 설교에 대한 제안이다. 길을 아는 선배가 사랑하는 후배에게 전하는 선명하고 따뜻한 제안이었으나, 동시에 "제발 이 영광스러운 사명을 의무감을 해치워야 하는 일로 바꾸지 말라!"는 일갈로도 들렸다.

참된 삶을 위해 죽음을 마주하라

당신이 목사라면, 가장 영광스러울 수 있는 시간에 가장 영광스러운 말씀을 전해야 한다. 나를 신뢰해 자신의 마지막 시간을 내어 준 고인과 유족들의 마음에 합당한 반응을 보여야 한다. 당신이 성도라면, 이 책은 성도의 죽음과 그 죽음의 의미를 생각하게 해 줄 것이다. 죽음을 들여다보면 삶이 보인다. 이 책은 당신에게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역설할 것이다.

"초상집에 가는 것이 잔칫집에 가는 것보다 더 낫다. 살아 있는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전도서 7:2)

조영민 / 나눔교회 담임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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