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성교육 전문 목사가 있습니다. 여성신학을 전공한 임정혁 목사(한신교육연구소장)는 중·고등학교, 교회, 직장, 공공기관을 돌아다니며 성교육을 합니다.

학창 시절 받은 성교육을 떠올리면 딱딱하고, 재미없던 기억뿐입니다. 그런데 임 목사 강의는 뭔가 다릅니다. 시원하고, 알찹니다. 툭하면 터지는 한국교회 내 성 문제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임 목사가 중·고등학생을 상대로 한 강의와 인터뷰를 차례대로 싣습니다. - 기자 주

동성애를 향한 한국교회의 반감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반동성애 운동에 앞장서는 이들은 "우리는 동성애자들을 사랑한다. 하지만 동성애는 죄"라고 말한다. 동성애 반대 운동이 핫이슈가 된 지 오래다.

성교육 전문가는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무더위가 한창이던 8월 12일, 경기도 연천에서 임정혁 목사(한신교육연구소장)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포천에서 교회 중·고등부 수련회 성교육을 마친 임 목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동성애를 포함, 한국교회에서 발생하는 성 문제에 대한 대응과 해결 방법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아래는 임정혁 목사와의 대화를 정리한 것이다.

▲ 몇 년 전부터 한국교회 안에서 반동성애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올해 6월, 퀴어 문화 축제가 열리는 서울광장 바로 옆에서 대규모 동성애 반대 집회도 열었다. 성교육 전문 목사는 동성애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탈동성애 운동은 또 하나의 폭력"

- 몇 년 전부터 한국교회가 '동성애' 반대 운동에 열심을 내고 있다. 퀴어 문화 축제가 열리는 곳에서 맞불 집회를 열거나, 각종 포럼과 세미나에서 반동성애 또는 탈동성애를 주창하고 있다. 성교육 전문가로서 이런 흐름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우선 '탈동성애'가 지니는 폭력성을 알아야 한다. '탈'이란 말은 동성애를 빠져나와야 한다는 의미다. 동성애를 죄로 보는 것이다. 죄를 규정할 수 있는 분은 하나님밖에 없다. 죄에 빠졌다는 말은 인간이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그 말이 가지는 폭력성을 알아야 한다.

신학자 판넨베르크는 '하나님의 입각점'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즉 자기 자신이 하나님 위치에서 보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동성애가) 죄라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우리는) 하나님 마음을 추측할 수 있어도, (죄 유무는) 알 수 없다. 동성애자를 '죄인'이라고 규정하는 사람 자체가 반신학적이다. 자신이 하나님 자리에 서서 판단하는, 아주 교만한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이 문제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 10여 년 전만 해도 교회에서 동성애 관련 설교를 들어 본 기억이 없다. 지인들에게 물어봐도 대부분 비슷하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동성애를 반대하는 설교와 포럼이 잦다.

그때만 해도 동성애는 이슈가 아니었다. 발굴을 못 했고, 주제 의식도 못 느꼈다. 동성애, 성소수자 문제가 튀어나온 맥락을 알아야 한다. 190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포스트모던 열풍이 불면서 일체의 권위와 절대성을 해체했다. 이때 당연한 것처럼 여겼던 이성애라는 명제마저 해체 대상이 됐다. 그러면서 성소수자 문제와 관련 주제가 본격적으로 발굴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젠더 문제가 전부였는데 성적 지향성으로 전개되며 폭이 넓어졌다. 섹슈얼리티 관점에서 보니 이성애뿐 아니라 동성애, 무성애, 양성애, 심지어 자기성애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다양한 성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대부분의 크리스천은 동성애에 별 관심 없다. 동성애 문제는 탈동성애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만 심각하다. 심지어 탈동성애 운동을 활발히 하는 교회 교인도 중심 기도 제목으로 두지 못하는 것을 봤다. 삶의 문제를 두고 기도하기에도 너무 팍팍한 상황이다. 하도 (반동성애) 이야기를 하니까 호기심을 갖는 교인도 일부 있더라.

- 진보적인 그룹은 동성애에 대해 "전혀 문제없다" 하고, 보수 그룹은 "죄"라 한다. 특히 동성애를 반대하는 일부 목사들은 설교에서 자기 생각을 그대로 전달하기도 한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당신이 동성애를 고민하거나 좋아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싫어할 이유도 없고, 폭력적으로 그 사람을 대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고. (반동성애 지지자들은) 동성애자들을 향해 "사랑한다, 돌아오라"고 말한다. 굉장히 무섭고 교만하고 무례한 말이다. 사랑이 그렇게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사랑을 하기 위해서 적대적인 관계와 차별이 없어야 한다. 내가 당신을 품어 주겠다는 말도 하나의 폭력이 될 수 있다.

알다시피 성소수자들은 사회적으로 소수고, 독특성을 지니고, 이른바 정규분포곡선 안에 들지 못한다. 나는 교회에서 강의할 때면, 교인들에게 성소수자를 폭력적으로 차별적으로 대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성소수자들이 사이드에 있다는 이유로 차별받는다면 "함께 연대해라. 그게 바로 크리스천 정신이다"고 강조한다. 혐오보다는 포용이 신앙이다. 포용도 억지로 해서는 안 되며, 준비된 단계를 거쳐야 한다.

▲ 임정혁 목사는 동성애를 죄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나님만 죄를 규정지을 수 있다고 했다. 탈동성애 운동은 또 하나의 폭력이라며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를 들며 동성애를 반대한다. 성경이 동성애를 반대하기 때문에 동성애에 반대한다고 주장한다. 동성애는 후천적이고, 치료가 가능하다고 한다.

소돔과 고모라가 멸망한 이유를 나그네를 홀대하고, 폭력적으로 짓밟으려 했던 것으로 보는 해석도 있다. 신약에도 사도 바울이 남색하지 말라고 언급한 내용이 있는데, 반동성애자들이 자주 인용한다. 그러나 이 말을 동성애를 반대하는 것으로만 해석하면 곤란하다.

바울이 활동했던 당시 그리스-로마 사회에서는 권력을 가진 남자가 어린 남자 노예와 성관계를 맺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절대 권력을 지닌 어른 앞에서 노예 아이는 선택권이 없었다. 이런 맥락을 무시하고, 이 대목을 과연 동성애자를 혐오하라는 표현으로만 볼 수 있을까?

우리는 동성애를 찬반 문제로 인식한다. 그러니 답이 안 나오는 거다. 질문이 틀렸다. 동성애는 찬반이 아니라,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내가 싫든 좋든 간에 이미 성소수자는 우리 곁에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미국 동성애자 비율은 4% 정도로 본다. 우리나라는 2~2.5% 정도다. 이들이 매우 소수인 건 확실하다.

그러나 이들 역시 신앙의 언어로 말하면 하나님이 창조하신, 하나님 자녀다. 하나님이 만들었는데, 죄라고 말할 수 있는가. 경건한 신앙인이라면, 어떻게 공존할지 고민하고 기도해야 한다. 찬반 토론을 영원히 해도 답은 안 나온다.

인격과 사역은 분리될 수 없다

- 국내 1호 성교육 전문 목사라고 들었다. 일반 목회가 아닌 성교육 전문가로 활동하는 게 이색적이다.

한신대에서 공부할 때 민중신학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다가 김윤자 교수(한신대 국제경제학)를 통해 여성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은 민중이다. 석·박사과정을 밟으며 여성신학을 전공했다. 성교육 전문가 길을 걷게 된 것은 말 그대로 우연에 가까웠다. 2009년 화성여성회가 성교육 강사 과정을 개설했는데, 이때 아내 권유로 참석했다. 교육을 받는 사람 중 나만 유일하게 남자였다. 내부에서 남자가 강의를 들어도 되냐 마냐 문제로 토론이 있었다고 들었다. 결국 과정을 밟아 성교육 전문가 길을 걷게 됐다.

▲ 한국교회에서 발생하는 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우선이라고 했다. 임 목사는 특히 '가해 예방 교육'이 먼저라고 했다. 성범죄를 저지른 목회자들이 두 번 다시 강단에 설 수 없게 해야 한다고 했다. 인격과 사역은 분리되지 않는다고 봤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목회자 성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을 텐데,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구조적 문제가 가장 크다고 본다. 한국교회 안에 성교육 논리가 빈약하고, 양성평등에 대한 토대도 부실하다. 신학교에서도 전혀 교육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교회의 가부장적 구조 문제가 크다고 본다. 신앙인이라면 동등하고 협력적인 공동체를 지향해야 하는데, 이런 곳이 거의 없다. 교회 구조 자체가 비민주적이다. 직분에 따라 서열이 정해지고, 서열이 높을수록 권위도 올라간다. 목사가 지위를 이용해 성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 교회나 선교 단체에서 성 문제가 터지면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가 "목사도 사람이니까 실수할 수 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고, 인정한다. 그러나 해당 목회자는 성범죄에 대한 책임을 지고 공적인 자리에서 깨끗이 물러나야 한다. 목사든, 전도사든, 선교사든 두 번 다시 관련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성범죄 저지른 연예인도 방송에서 퇴출되지 않는가. 하물며 이른바 '사회 지도층'에 해당하는 목회자가, 사과 한마디 하고 아무 일 없는 듯 목회한다? 이 문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인격과 사역은 분리될 수 없다고 본다.

- 교회에서 성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대응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보는가.

절대 '은혜'로 포장하며 대충 넘어가서 안 된다. 제안하고 싶은 것은 교회가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 부분은 워낙 예민하고 전문적인 영역이다. 일반적으로 해결 주체가 담임목사 또는 장로인 것도 문제가 있다. 목사 장로 대부분이 남자다. 구성 자체부터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 이럴 땐 외부 전문가 자문을 받으며 성별 비율을 상황에 맞게 적절히 구성하는 게 좋다고 본다.

- 성범죄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겠는가. 피해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사실 피해자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그리고 지금 한국교회에서 가해 예방 교육을 먼저 해야 한다. '피해자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문제가 있다. 선후 구조를 정리해야 한다.

목회자, 교사 등을 상대로 예방 교육을 했음에도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났다면, 사안을 잘 구분하고 대응해야 한다. 경찰 신고 사안인지, 가해자 사과로 마무리할 수 있는 사안인지 확인하고, 이때 피해자가 어떤 처리를 원하는지 잘 들어야 한다.

중대한 사안이라면 두말할 것 없이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직접 신고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이럴 때는 믿을 수 있는 사람, 학교 교사, 상담가 등에게 말하면 된다. 이들은 법률상 신고 의무자이기 때문에 피해자를 대신해 신고해 줄 수 있다. 때로는 피해자가 친구와 상의하기도 하는데, 이보다 전문가와 상담하는 게 가장 빠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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