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최근 학생신앙운동(SFC) 김동춘 대표간사가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예장고신·신상현 총회장) 교단 이슈를 주로 다루는 <코람데오닷컴>에 글을 게시했다. 일부 목회자가 SFC 활동을 문제 삼았고, SFC 지도부가 몇몇 간사를 보직 이동 및 권고사직 시켰다는 내용이다. 교단이 선교 단체 인사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해방 후 학생 자발로 태동, 교단은 '지도'만

1938년, 조선예수교장로회가 신사참배를 가결한다. 이 사건을 놓고 해방 직후 부산 제1영도교회에 모인 중·고등학생들은 '기도 모닥불 운동'이라는 회개 운동을 펼친다. 이 모임이 SFC 전신이다. 이들은 1947년 학생신앙협조회를 발족하고, 이듬해 학생신앙운동으로 이름을 바꾼다. 신사참배를 거부한 교회가 주축이 된 예장고신이 1955년 SFC지도위원회를 파견하면서 두 단체의 관계가 시작된다.

초창기에는 중·고등학생이 주요 구성원이었다. 1970년대에 대학 캠퍼스 운동으로 확장된다. 때마침 교육제도 변경으로 대학 정원이 늘어나 대다수 대학생 선교 단체가 부흥기를 맞는다. 이후 SFC는 간사 제도를 도입하고 전국 조직을 구성해 오늘날과 같은 모습을 갖춘다. 창립 이래 한국 사회에 기라성 같은 인물을 배출했다. 고 김영삼 대통령, 손봉호 고신대학교 석좌교수,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 모두 SFC 출신이다.

SFC를 잘 아는 사람들은 SFC가 다른 선교 단체에 비해 학생 자발성이 높은 편이라고 평가한다. 실제로 학생들이 주요 의사 결정에 참여한다. 대표적인 예가 전국SFC학생조직이다. SFC는 3개 그룹으로 구성된다. 예장고신이 파견한 총회SFC지도위원회, 전국SFC간사회, 전국SFC학생조직이다.

이들은 단체 안에서 중요 의사를 결정하고, 각각 동등한 지위를 갖는다. 간사회나 지도위원회가 일방적으로 사역 방향을 결정하지 않는다. 선교 단체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라 할 수 있는 수련회도 전국SFC학생조직 주도로 기획, 진행된다.

▲ 2014년 5월 5일 SFC 학생들은 안산 합동 분향소에서 자원봉사를 했다. SFC는 학생들이 주도해 사역 방향과 내용을 결정한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조직·재정·인원으로 깊이 얽힌 SFC와 고신 교단

겉으로는 SFC와 예장고신이 서로 독립된 기관처럼 보이지만 사실 떼려야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다. 전국SFC학생위원회 안에 대학교 선교 단체 조직과 예장고신 소속 모임이 섞여 있다. 이른바 학원연합과 교회연합이다. 학원연합은 대학생 선교 단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U-SFC라고 불린다.

교회연합은 예장고신 소속 교회 중·고등부, 청년부 모임을 말한다. 이것이 여느 선교 단체와 다른 점이다. 서울 지역 SFC를 예로 들면, 이 그룹은 같은 지역 예장고신 소속 교회 중·고등부, 청년부 모임과 대학교 U-SFC 모임으로 구성됐다고 할 수 있다.

재정도 깊이 얽혀 있다. 교단 총회는 SFC 본부를, 각 노회는 각 SFC 지역/지부를 지원한다. 고신 교단 관계자에 따르면, 노회 지출 항목 중 경상비를 제외하면 SFC 지원금이 가장 많은 액수를 차지한다. 일부 간사 생활비도 노회가 지원한다. SFC는 매년 열리는 가을 총회에서 재정 사용 내역을 총대들에게 보고한다.

인원 교류도 활발하다. 교단 소속 학생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입학하면, 대다수가 U-SFC에 들어간다. 지역마다 편차가 있지만 신입생 중 평균 50% 이상이 예장고신 교회 출신이다. 다른 선교 단체에 비해 신입생을 안정적으로 모집하는 셈이다.

SFC 간사들도 간사를 사임하면 보통 교단에 편입한다. 신학을 하려는 간사 중 90% 이상이 예장고신이 운영하는 대학원으로 진학하고, 교단 소속 목회자가 된다. 현재 고신 교단 내부에는 SFC 출신 목회자가 적지 않다. 총회 임원회에도 진출했다.

총회를 앞두고 SFC 신학 사상과 간사 활동을 검증해야 한다는 내용의 헌의안이 다수 올라온 이유도 이러한 배경과 맞닿아 있다. SFC 출신 목회자들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소문이 목회자들 사이에서 돌고 있다.

▲ SFC는 예장고신 교단과 긴밀한 관계다. 매년 가을 총회 때 재정·활동 내용을 보고한다. 대표간사 이·취임식도 이때 진행한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자발성 유지하기 어려운 관계, 교단이 문제일까

교단과 SFC 관계는 긴밀하지만, 얽혀 있는 것이 많다보니 독립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성민 전 SFC출판부 편집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SFC는 학생 자발이라는 이름으로 유지되어 온 운동이며, 교단이 이념적인 부분에 개입해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손봉호 교수는 'SFC 50주년 대회' 강연 중 SFC가 교단 영향 아래, 자발성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SFC가 독립해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도 꾸준히 나온다.

현실적으로 독립하기 어려우니 교단이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오세택 목사(두레교회)는 교단과 SFC가 서로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SFC가 교단에 좋은 인재를 공급하고, 교단은 학생·간사들이 사역에 집중하도록 도울 수 있다는 논리다. 오 목사는 교단 목회자들이 청년들 활동을 너그럽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FC의 다른 명칭은 학생신앙운동이다. 말 그대로 학생을 중심으로 한 신앙 운동이다. 한 SFC 지역 대표간사는 "학생신앙운동의 대표는 대표간사가 아니다. 운동원으로 불리는 학생들이 진짜 대표"라고 말했다. 그만큼 학생 자발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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