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하나만 물읍시다. 날 사랑하긴 했나요?"
"…."
수화기 너머, 남자는 침묵했다. 여자가 다시 물었다.
"평생 옆에 있어 달라고 해서 난 정말 그렇게 하려고 했어! 날 사랑하긴 했어? 아니면 난 그냥 노리개였던 거야?"
남자는 끝내 대답하지 않았다. 인정도 부인도 없었다.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아침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 한 시골 교회에서 일어난 일이다. 남자는 경북 안동에 있는 S교회 담임목사이자 S기도원 원장 K다. 여자는 이 교회를 청년 시절부터 20여 년 다닌 A 집사다.

S교회·S기도원은 20여 년 전 '치유 사역'으로 유명했다. K 목사 어머니 L 전도사가 원장이던 시절, 전국에서 이 시골 마을로 모여들었다. 뇌종양이 없어지고 수년간 아이가 없던 여자가 임신했다. 정신병을 호소하던 사람이 멀쩡해져서 돌아갔다. 기도원은 '성산(聖山)'이었다. 지금도 교인들은 그리 높지 않은 곳에 있는 기도원에 "올라간다"고 표현한다.

고관들도 L 원장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위세를 떨치던 L 원장은 2005년 갑작스런 뇌출혈로 쓰러졌다. 그렇게 5년을 병상에 있다가 사망했다. 뒤를 이어 장남 K가 뒤늦게 신학을 배워 원장 자리를 이었다. 30대 후반 젊은 나이였다. L 원장 시절보다는 덜했지만 벽촌에 100명 정도가 꾸준히 주일예배와 목요 집회에 참석했다.

▲ S교회·S기도원 예배당. 근처 부지에 사택과 교인들이 사는 집들이 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담임목사 불륜 의혹, 격랑에 빠진 교회

조용했던 S교회는 올해 5월, 격랑에 빠져들었다. A 집사가 교회를 떠나며 K 목사와의 불륜 사실을 한 권사에게 털어놨다. 그 권사는 교회를 오래 다닌 다른 두 권사와 어떻게 해야 할지 논의했는데, 그중 한 명인 B 권사가 자기도 K 목사와 불륜 관계였다고 고백했다.

사건은 교인들에게 알려지게 됐고 결국 교인 30여 명이 교회를 떠났다. 교회 장로 3명 중 2명과 20여 년간 교회를 다닌 권사들, 일반 신도 시절부터 기도원에 다닌 부교역자 5명도 K 목사를 등졌다.

기자는 지난 2주간 S교회를 취재했다. B 권사를 비롯해 K 목사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교인·부교역자들을 만나고, K 목사와 그를 따르는 교인들도 만났다. A 집사는 끝내 기자를 만나지 않았지만, 그가 직접 타이핑한 문서와 K 목사와의 통화 녹음 파일 등으로 그가 주장하는 바를 알 수 있었다.

먼저 K 목사와 불륜 관계였다는 두 사람의 증언을 들어 보자. 아래는 A 집사와 B 권사의 주장이다.

20년간 내연 관계

K 목사와 연배가 비슷한 A 집사는 20대 초반부터 20여 년간 K 목사와 간헐적으로 성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했다. K 목사가 처음 자신을 덮칠 당시는 그가 신학을 공부하는 사람도 아니었고 자신도 싫지는 않아 '그럴 수도 있지' 하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K 목사는 2004년 미국 유학길에 올랐고, A 집사는 K 목사와의 관계를 "풋내기의 불장난"으로 생각하며 잊었다. A 집사는 그해 10월 결혼했는데, 남편은 K 목사의 이종사촌 형이었다.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K 목사의 어머니 L 원장과 A 집사의 시댁 어른들이 헌금 문제로 소송이 붙었다. 이 과정에서 A 집사는 시댁이 아니라 L 원장 편에 섰다. A 집사는 남편과 이혼소송을 시작한다.

2005년, L 원장이 뇌출혈로 쓰러지자 K 목사가 미국에서 돌아왔다. K 목사와 A 집사의 관계는 다시 시작됐다. 법적으로 이종사촌 형수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이다. 2008년, A 집사는 남편과 완전히 이혼하고 호적까지 정리했다. 그러나 K 목사는 2009년 다른 사람과 결혼한다.

K 목사의 결혼 생활은 2년여 만에 파국을 맞았다. A 집사와의 관계는 또다시 시작됐다. A 집사는 자신도 이혼한 처지고 K 목사도 이혼을 했으니, 어쩌면 K 목사와 결혼하게 될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그러나 K 목사는 2012년 다른 사람과 재혼한다. 재혼 후에도 K 목사는 A 집사를 찾아와 관계를 맺었다.

여교인 사택 들락날락

이번에는 B 권사 이야기다. 그는 90년대 중반부터 남편과 함께 기도원에 올랐다. 부부는 교회와 기도원 일이라면 열과 성을 다했다. 집도 아예 기도원 사택으로 이사했다.

L 원장은 B 권사의 남편에게 '목사'가 되라고 권면했다. 남편은 거부했다. 남편의 사업이 잘되지 않을 때마다 B 권사는 저이가 하나님 뜻을 거슬러서 그런 건 아닌지 걱정했다. 목사의 아내, '사모'가 되고 싶다는 마음도 생겼다.

2009년, B 권사는 비운을 맞는다. 남편이 사고로 사망한 것이다. 자녀와 둘이 살아가야 하는 것도 막막한데, 남편이 사업 때문에 여기저기 빚을 졌다. 장례는 물론 빚 일부를 K 목사(당시 전도사)와 그의 동생이 처리해 주었다.

"혹시 시내에서 술 한잔 하면 연락하소. 대리기사 부르지 말고." 술도 잘 안 마시는데, K 목사는 자신에게 이렇게 얘기하곤 했다. 어느 날 직장 동료들과 회식을 한 후, B 권사는 그 말이 생각나 K 목사에게 연락했다. K 목사는 체어맨을 끌고 나왔다. 그날 K 목사는 교회 근처 다리 밑에 차를 댄 후, 차 안에서 B 권사를 덮쳤다. 남편 사후 한 달 만이었다.

B 권사는 자신이 당한 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사모'의 꿈이 다시 생각났다. B 권사는 교회 안 나이 많은 권사에게 이 일을 이야기했다. 그 권사는 "무슨 뜻이 있겠지, 기도해 보자"고 말할 뿐이었다.

이후 K 목사는 수시로 B 권사 집에 들락날락했다. K 목사는 2012년 다른 여성과 결혼했고, 혹시 K 목사와 결혼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B 권사의 희망은 무너졌다. 그러나 K 목사는 재혼 후에도 B 권사에게 연락해 왔고, 그의 집을 들락거렸다.

▲ A 집사와 B 권사 모두 K 목사가 덮쳐 첫 관계가 시작됐고 이후 계속해서 성관계를 맺었다고 했다. 

"평생 이렇게 내 옆에 있어 달라." A 집사와 B 권사가 K 목사에게 공통적으로 들은 말이다. 그는 결혼 후에도 이 둘에게 이렇게 요구했다. 불행하게도 A 집사는 시한부 종말론에 빠졌다. 이를 이유로 교회에서 출교를 당했다. K 목사에 대한 원망이 커졌다.

A 집사는 S교회를 떠나며 K 목사와의 관계를 폭로했다. B 권사는 A 집사 이야기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자신만 그런 관계인 줄 알았는데 다른 여자와도 불륜을 지속한 것을 알게 되자, 또 다른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자신의 치부를 드러낸 이유였다. 

취재 중에 K 목사에게 성폭행당할 뻔했다는 한 여성도 만날 수 있었다. K 목사가 차 안에서 덮쳤는데 가까스로 상황을 모면했다는 것이다. 이후 그는 항상 다른 사람과 붙어 다니며 K 목사를 피해 다녔다고 주장했다.

K 목사 "사모 자리 욕심 내 꾸며 낸 말"

K 목사의 불륜을 믿는 교인들은 S교회를 떠났다. 부교역자 3명과 집사 한 명이 매 주일 교회 사택에서 따로 예배하고 다른 사람들은 지역 교회로 흩어졌다. S교회에 남은 사람들은 K 목사를 믿는다. A 집사와 B 권사가 헛소문을 퍼뜨리고, 교회를 떠난 교인들이 그 소문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기자는 8월 16일 S교회에서 K 목사를 만났다. 그는 한마디로 "그런 일은 없다. 모두 지어낸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A 집사는 자신과 연배가 비슷하고 청년 시절부터 기도원에서 친구처럼 지낸 사람이라고 했다. 솔직히 말해, 재혼을 생각할 때 서로를 놓고 기도해 본 적은 있지만 그뿐이라고 했다. A 집사가 이혼소송 당시 K 목사와 내연 관계가 아니라고 법정에서 진술한 적도 있다고 했다.

B 권사의 경우, 남편이 살아 있을 때부터 자신이 금전적으로 도움을 많이 줬다고 했다. 남편 사후에도 자신이 그 빚을 일부 갚아 줬다고 했다.

K 목사는 "그 사람들이 '사모' 자리를 원했다"며 두 사람이 루머를 퍼뜨린 의도를 추측했다. A 집사와 재혼하지 않은 것도 그가 자신의 아내보다 사모라는 자리를 더 원하는 것 같아서였다고 했다. B 권사도 사모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했다. K 목사는 자신의 재혼으로 그 꿈이 사라지게 되자, 두 사람이 앙심을 품은 것 같다고 했다.

K 목사뿐 아니라 현재 그의 아내, 그를 믿는 부목사와 교인들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평소 행실로 볼 때 K 목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도대체 왜 이런 거짓말을 하는지, 다른 교인들은 왜 그 거짓을 믿고 교회를 떠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아무래도 교회를 깨려고 하는 것 같다"면서도 수십 년 S교회를 다닌 사람들이 갑자기 떠난 의도를 잘 모르겠다고 했다.

아무리 그래도 여성들이, 한두 명도 아니고 세 명이 K 목사와 부적절한 관계 혹은 관계를 맺을 뻔했다고 거짓말을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A 집사와 B 권사가 사생활이 문란했다. 그들의 행실을 보면 이 정도는 치부로 느끼지도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회를 떠난 사람들도 "장로·권사라는 직책은 있었지만 실제 봉사는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K 목사와 관련한 소문을 퍼뜨리는 데 열심인 C 집사의 행동이 이단과 비슷하다고 의심했다. A 집사에게 처음 이야기를 들은 권사와 그 남편 장로, B 권사가 모의해 일을 시작하고, 여기에 C 집사가 합류했다는 것이다. 결국 담임목사를 몰아내고 자신들이 교회를 운영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주의 종"

교회 분열의 촉매가 된 담임목사 불륜 의혹은 양쪽 주장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진실을 알기 어렵게 됐다. 교회에 남은 사람들은 이렇게 거짓을 만들어 내는 이유를 궁금해한다. 교회를 떠난 사람들은 모든 것을 바쳤던 교회, '주의 종'으로 떠받들던 담임목사의 정체를 알게 됐다며 개탄한다.

교회를 떠났거나 교회에 남았거나, S교회 사람들을 만나면서 "주의 종"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S교회 담임목사, S기도원 원장을 지칭하는 말이다. 다음 기사에서는 이들이 S교회에 다니면서 주의 종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아볼 것이다.

※ 취재원의 요청으로 원 기사에서 일부 내용을 삭제했음을 알립니다. (2016년 8월 23일 23시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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