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 목사가 다시 강단에 올랐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총회 행정재판위원회가 A 목사 직무 정지 처분을 취소하고, 곧바로 강단에 복귀할 수 있도록 판결했기 때문이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성·재정 문제로 교단에서 면직·출교당한 인천 C교회 A 목사가 강단에 복귀했다. C교회 소속 교단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전용재 감독회장) 재판부 판결 때문인데, A 목사를 살리기 위해 재판위원장이 무리하게 선고를 밀어붙였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5월 25일, 감리회 중부연회 김상현 감독은 A 목사 직무를 정지했다. A 목사가 교인들에게 고발당해 기소됐기 때문이다. 성범죄 등 죄를 지어 기소된 경우 직무를 정지한다는 교단 헌법을 인용했다. 이에 따라 A 목사는 5월 29일부터 두 달간 교회 강단에 오르지 못했고, 교회는 부목사가 직무대행을 맡아 운영했다.

이 조치에 반발한 A 목사는 즉각 김상현 감독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교단 행정법원 역할을 맡은 감리회 총회행정재판위원회(행정재판위)는 8월 5일 직무 정지 처분을 취소했다. A 목사 손을 들어 준 셈이다.

행정재판위는 "교인들이 A 목사를 고소할 당시 마태복음에 근거한 권고 서면이 첨부돼 있지 않았다"며 기소 자체에 하자가 있다고 보았다. 기소 자체에 문제가 있으면, 그에 따른 직무 정지도 문제가 있다는 게 행정재판위 판단이다.

이뿐 아니라 행정재판위는 A 목사가 곧바로 교회 업무에 복귀할 수 있는 조항도 삽입했다. "A 목사에 대한 직무 정지 명령으로 인해 원고 자신뿐 아니라 대부분의 교인들이 동요하고 있으며, 교회가 매우 혼란한 상태에 처해 있다"는 이유다.

A 목사는 선고 직후 곧바로 교회에 복귀했다. 판결문을 교회에 게시하는 한편, 다음날인 8월 6일 교회 직원회의를 소집하고 7일에는 강단에 올라 예배를 집례했다. 주보에는 "8월 5일 담임목사 직임 정지 취소에 대한 총회 행정재판에서 담임목사님이 승소함으로써 A 목사님이 담임목사의 사역을 계속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교회의 회복과 부흥을 위해 함께 기도하며 나아갑시다"라는 광고를 실었다.

"재판위원장이 A 목사 주장 베껴 판결문 작성, 다른 위원들은 도장 안 찍어"

▲ A 목사가 발부받아 교회 게시판에 건 판결문에는 재판위원장 도장만 찍혀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피소된 중부연회 김상현 감독 측은 강하게 반발하며 재판 절차가 불투명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김상현 감독 측이 감리회 총회에 제출한 상소장에 따르면 "이번 판결은 재판위원장 혼자서 A 목사 주장을 복사해 판결문에 전재하는 방식으로 초안을 만들고 이를 일방적으로, 단독으로 선고하는 불법을 저질렀다"며 판결에 불복 의사를 밝혔다.

김 감독 측은 행정재판위원장 조 아무개 목사에게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7인으로 구성해야 하는 재판위원은 5인이었고, 재판위원 한 명을 독단적으로 빼 버렸으며, 재판위원으로 참여한 교단 변호사가 퇴장하는 등 반대 의견을 보이는데도 조 목사가 밀어붙였다는 주장이다. 조 목사 독단적으로 판결문을 작성해 혼자 도장 찍고 선고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편파성이 의심된다고 했다. 실제 교회에 게시된 판결문에는 조 목사 도장만 찍혀 있다.

판결 이유인 "권고 서면이 없다"는 말도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권고 서면은 고소장에만 국한하고 고발장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번 재판을 주도한 조 아무개 목사는 10일 기자에게 김상현 감독 측 주장이 허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내가 누구를 쫓아낸 적도 없고, 재판위원들이 퇴장했다는 것도 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재판위원들이 날인을 거부한 것에 대해서는 재판위원들이 나중에라도 도장 찍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안 찍으면 직무 유기"라는 말도 덧붙였다.

조 목사는 김상현 감독에게 책임을 돌렸다. "김 감독이 감독으로서의 기본적 책임을 다하지 못했기에 당연히 패소한 것이다. 행정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 아무개 목사는 A 목사를 면직·출교한 중부연회 재판 결과에 대해서도 "연회가 정치적으로 판단했다"고 A 목사가 억울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 A 목사는 술렁이는 교인들에게 "다른 것은 기억하지 말고 오늘 예배한 것만 가지고 세상을 향해 나아가라"고 말했다. 일부 교인은 아멘으로 호응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당당한 A 목사 "감독이 책임질 것 있으면 책임져야"

중부연회 조인현 총무는 8월 7일 C교회를 찾아 연회는 판결문을 받은 바 없고, 판결이 확정된 것도 아니기에 A 목사가 강단에 오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광고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교회로 복귀한 A 목사 처신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A 목사는 당당했다. "총회 재판이기 때문에 연회 총무가 광고할 게 아니라 총회에서 와야 한다"고 말했고, "내가 책임질 게 있으면 책임지겠지만, 감독이 책임질 게 있으면 책임져야 한다"고도 했다.

A 목사는 교인들에게 "다른 것은 기억하지 마시고 오늘 예배한 것만 가지고 세상을 향해 나아가시라. 나머지 자세한 것은 차후에 보고드리겠다"고 말했다. 30여 명 규모의 A사모(A 목사를 사랑하는 모임) 등 일부 교인은 '아멘'으로 호응했다.

A 목사 면직을 바라는 교인들은 성가대 참석을 거부하는 등 저항에 나섰다. 곳곳에서 A 목사가 뻔뻔한 얼굴로 교회에 복귀했다며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한 교인은 A 목사를 향해 거침없이 고성을 퍼부었다. 잠잠할 것 같던 교회는 다시 시끄러워졌다. 일부 교인은 교단 목사들이 A 목사 편을 들어서, 면직·출교 판결마저 뒤집어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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