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을 거스를 것인가, 세상을 거스를 것인가

▲ <카운터 컬쳐 - 복음과 문화가 충돌할 때> / 데이비드 플랫 지음 / 최종훈 옮김 / 두란노 펴냄 / 343쪽 / 1만 6,000원

세상 문화와 세속적 가치관이 사회와 인간을 주도하고 있다. 물질주의·상대주의·탈권위주의·자유주의·성공주의·약육강식과 적자생존 원리가 이 사회 깊숙이 침투해 있는 정신이다. 이는 영원하지 않고 썩어 없어지는 것이고 피차 서로 멸망하는 지름길로 인도한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거나 공의와 정의를 사랑하는 보편적인 정신이 아니다. 이것은 지극히 자기 함몰적이며 자아를 숭배하는 결과로 나타난다.

이런 정신과 가치관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복음이란 무엇인가. 언제부턴가 복음도 성공, 부귀와 영화를 추구하는 도구로 전락했다. 교회도 높은 곳만 바라보고 지향하는 곳이 되어 버렸다. 출세하고 싶고 자기 이름을 높이기 원하여 복음을 이용하고, 교회는 그것을 고쳐 주기보다 욕심을 보호해 주는 곳이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성공의 복음이 우리 교회와 기독교를 좀먹기 시작했고 탐욕의 복음이 교인을 집어삼키게 됐다.

복음의 가치가 훼손되고 교회가 영적인 능력을 잃어버린 것처럼 보이는 현실에서, 복음은 결코 그렇지 않고 교회 또한 세상과 다른 곳이라고 저자는 책을 시작한다. 복음은 세상 정신을 따르는 곳이 아니라 그것을 극복하고 그런 병든 사회를 새롭게 하는 것이다. 복음은 인간의 마음을 고치고 새사람으로 변화시켜 그가 속한 사회를 생기 있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이 복음은 희생과 헌신과 죽음의 길을 걸으며 주님의 뒤를 따라가는 것이다.

교회 또한 이런 복음으로 인간의 영광이 사라지고 하나님의 영광만이 가득한 곳이다. 교회는 사람의 생각으로 움직이고 세상의 가치관으로 유지되는 곳이 아닌 진리 공동체, 세상과는 다른 전혀 새로운 영적 공동체다. 저자는 이 복음으로 충만한 교회는 사회의 많은 문제를 무시하고 외면하는 게 아니라 그 문제를 직접 대면하여 복음으로 해결해야 된다고 역설한다. 주님께서 이 세상으로 들어오셔서 인간과 세상의 질병을 고치셨듯이, 교회도 이 시대가 신음하고 있는 문제를 복음으로 치유해야 된다고 한다.

이 맥락에서 저자는 현대사회의 중요한 이슈를 어떻게 복음으로 접근하고 해결해야 하는지 소개하고 있다. '복음과 문화'를 다루며, 사회 흐름대로 흘러가는 교회와 교인이 아니라 세상 문화 속에 복음으로 생명 길을 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복음과 가난' 문제에서는 물질주의 문화와 자기 먹고살기에 바쁜 현대인의 삶이지만 이것에 대항하여 복음으로 자족과 나눔의 반기를 들라고 한다.

'복음과 낙태'에 문제에서는 어떤 경우라도 생명은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하나님께서 뱃속에서부터 생명을 지으시고 그의 손길로 키우시기에 여러 성경 구절을 근거로 결코 죽일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복음과 고아와 과부' 문제에서는 우리가 태어나는 순간 한 지역의 국민이요 시민이지만, 인류 모두는 공동체이고 가족이기에 복음의 정신으로 그들을 가족으로 초청한다. 특히 이 땅에서 연약한 자는 하나님이 더 관심 갖는 이들이기에 저자는 그들을 가족애로 더 끌어안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복음과 성 착취' 문제에서는 이 땅에 가난과 인종차별과 윤리 의식 부재 때문에 노예로 전락하여 팔려 가는 많은 소녀와 여성이 있는데, 우리가 복음으로 이런 일에 관심 갖고 눈물을 흘리며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복음과 결혼' 문제에서는 구체적으로 동성애 이슈를 다루는데, 저자는 단호하게 하나님이 최초에 디자인하신 성과 섹슈얼리티를 파괴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하나님이 세우신 성과 그 고유한 역할이 있기에 그 선을 넘어서는 것은 명백한 죄라고 한다.

'복음과 성 윤리'에서는 결혼 문제를 다룬다. 이미 이 사회가 혼전 순결을 지키려 하지 않고 결혼의 참된 의미를 잃어버린 시대라는 것을 지적한다. 그리하여 결혼은 그리스도와 교인이 하나 되는 불변의 언약이고 거룩 그 자체라는 것을 강조한다. 저자는 최초에 하나님이 디자인하신 가정을 그 어떤 것도 해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우리의 결혼 생활로 그리스도와 교회를 사랑하고 헌신하는 모습이 반영된다는 것을 은혜롭게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이렇게 질서 없고 흐트러진 결혼관과 성 윤리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인간이 하나님 말씀을 제쳐 놓고 인간 본성과 경험을 쫓아가게 된 결과라 지적한다. 아울러 인간은 성적으로 죄로 기우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가 그것을 선택한 것이라 단정한다.

'복음과 인종'에서는 인류 역사에서 인종 문제 때문에 많은 차별, 폭력과 살인이 있었다고 지적한다.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귀중함보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것이 심각한 죄라는 점을 다양한 예로 설명한다. 그리고 인간은 누구나 이 땅에서 나그네임을 상기시키며 다원주의 사회 속에서 이방인이나 외국인 노동자나 난민 등 고향을 떠나온 자들을 극진하게 대접하고 공동체로 맞아 주라고 가르친다.

'복음과 신앙의 자유'에서는 인간에게는 누구나 선택과 자유가 있기 때문에 이 땅에 어느 종교도 인간에게 강요와 억압을 할 수 없고 생명과 자유와 행복추구권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정부는 천부적인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여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모든 종교와 사람들에게 관용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저자는 비록 관용이 필요하고 모두 다 연대해야 하지만 믿음과 진리에 대해서는 불관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 또한 우리의 자유니 존중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복음과 복음을 듣지 못한 이들'에서 저자는 아직도 이 땅에서는 복음을 듣지 못하고 죽어가는 소수민족이 6천개나 되고 최소 20억 명이 넘기에 이들에게 영혼 구령의 마음을 가지고 복음을 전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복음을 듣지 못해 죄에 시달리고 종노릇하고 여전히 미개하여 어둠 속을 헤매는 그들에게 교회가 책임과 눈물로 들어가서 죄를 해결하고 하나님의 일을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회, 사회문제 외면하면 안 돼

이 책은 이렇게 낙태와 가난한 이들을 향한 억압과 고아와 과부를 외면하는 세태, 성 착취와 인신매매, 망가져 가는 결혼과 파괴되는 성 역할 그리고 인종 평등과 신앙의자유 등 사회 전반에 걸친 다양한 이슈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이런 문제에 심각한 부담을 느끼며 복음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복음 위에 세워지고 복음을 선포하는 교회가 이런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여 하나님의 일을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가 말로만 가르치고 설교하는 게 아니라 실제 책에서 자신이 경험하고 실천했던 내용을 우리에게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감동받았다. 그는 네팔 소녀들이 인신매매를 당하고 성 노예로 팔려 가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네팔로 가서 이 더러운 죄를 해결하려고 몸부림친다. 또한 낙태가 갈수록 많아지고 사생아가 많아지는 현실을 아파하며 직접 입양해서 아기를 키우는 이야기도 들려준다.

책을 덮으며 우리 사회에 산적해 있는 문제들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내가 너무 무관심했고 교회 또한 이런 사회의 신음 소리에 귀를 막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복음이 왜곡되고 성공으로 옷 입혀져 내향적으로만 선포되었다. 복음은 우리로 하여금 내면을 변화시켜 외향적인 삶으로 인도하는데, 우리는 죽어 가는 사회를 보며 관심 갖지 못했고 침묵했고 또한 갈등과 비판을 피하기 위해 조심스러워했다.

이 책은 우리에게 도전한다. 문화와 세상을 거스르기 위해 값비싼 대가를 치르라고. 가장 편안한 쪽을 바라보지 말고 십자가를 선택하라고 명한다.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소명을 위해 희생하고 대가를 지불하는 삶을 도전하라고 한다. 또한 우유부단하지 말고 침묵하지 말고 한결같은 심지를 품고 하나님 영광을 위해 살라고 도전한다.

끝으로 책을 통해 복음과 우리 사회문제가 긴밀하게 연결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저자가 접근하는 방법과 해결 방법에 다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복음으로 접근하고 성경 모든 것을 허무는 시대에 말씀으로 해결해 가는 저자의 사상은 가장 기초를 지켜 가려는 급진적인 모습이기에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 시대가 신음하는 각종 문제를 어떻게 복음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알기 원하는 자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이 글은 <크리스찬북뉴스>에도 실렸습니다.
방영민 /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전주서문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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