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1세기 예수의 삶을 역사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을까. 이 물음에서 출발하는 '역사적 예수' 논쟁은 18세기부터 지금까지 신학계의 '뜨거운 감자'다. 사복음서가 역사적 예수를 재구성하는 데 신뢰할 수 있는 문서인가, 하는 문제도 주요 쟁점으로 다뤄진다.

이 분야 석학 리처드 보컴은 사복음서가 '목격자의 증언'을 담고 있으며, 여전히 1세기 예수의 역사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고 말한다. 그가 쓴 예수 입문서가 최근 번역 출간되었다. <예수 - 생애와 의미>(비아)다. 원서는 옥스퍼드대학출판부에서 출간하는 'A Very Short Introduction' 시리즈 문고판 서적이다. 인문학에 관심이 있는 이들을 겨냥하고 있다. 옮긴 이의 말이 책 정체성을 잘 보여 준다.

"현대 신약학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논의에 관심을 두고 관련 서적을 눈여겨본 독자라면 보컴의 이 책이 예수에 관한 입문 역할을 하는 저작일 뿐 아니라 역사적 예수를 두고 일어난 질문들에 나름의 답변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예수의 생애를 재구성해 낸 저작임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225쪽)

<예수>는 8장으로 구성된다. △예수: 보편의 상징 △자료들 △1세기 상황에서 바라본 예수 △하느님나라 세우기 △하느님나라를 가르침 △정체성에 관한 물음 △죽음과 새로운 시작 △그리스도교 신앙이 고백하는 예수. 부록으로 '더 읽어 보기'에서는 역사적 예수 문제와 관련한 레퍼런스를 제공한다. 옮긴 이의 말에서는 이 책에 대한 해설을 담았다.

▲ <예수 - 생애와 의미> / 리처드 보컴 지음 / 김경민 옮김 / 비아 펴냄 / 240쪽 / 1만 3,000원 ⓒ뉴스앤조이 강동석

<예수>는 복음서가 신뢰할 수 있는 문서인지 먼저 다룬 다음,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의 행적과 가르침을 제시한다. 일반 독자를 위한 입문서라는 이 책 특성상 교리적인 차원의 이야기는 많이 나오지 않는다. 마지막 장에서 기독교인은 예수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정리하는 것이 전부다. 다만 '복음서 속 역사적 예수'에 집중하는 만큼 1세기 당시 사회상이 곁들여진다.

이 책은 복음서에 기초해 비기독교인에게 예수를 어떻게 소개할 것인지 하나의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보컴은 240쪽이라는 두껍지 않은 분량에도 '역사적 예수' 이해에 충분한 맥락을 제공한다. 단순한 정황을 나열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예수 시대 팔레스타인에 대한 최신 연구들을 반영하고 있다.

"예수는 별 볼 일 없는 촌락 나자렛에서 자랐다. 나자렛 인구는 백 명이 채 되지 않았고, 대부분은 농부였다. 최근 예수 시대 집 한 채가 발굴되었는데 그 집에는 방이 두 칸 있고 마당에는 빗물을 모으는 수조가 하나 있다. 이는 예수의 가족도 지냈을 법한 일반적인 가구 형태였을 것이다. 예수의 말과 비유 중 많은 부분에는 그가 자란 시골의 농촌 분위기가 묻어난다." (57쪽)

"예수는 '목수'였다. 일반적으로 그렇게 번역하지만 해당 헬라어 단어는 모호해서 나무를 다루는 사람이 아닌 돌을 다루는 사람으로 번역할 수도 있다. (중략) 예수와 그의 아버지가 기능공이라는 점 때문에 일부 학자들은 때로 예수 가족의 생활 형편이 평균적인 소작농들보다는 나았을 것으로 추측한다. 그러나 이러한 추측은 중산층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반영한다. 당시에는 소수의 엘리트 집단이 사회 전체의 부를 독점하다시피 했고 이들과 나머지 일반 대중 사이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었다." (58쪽)

예수와 하나님나라

<예수>는 1세기 상황에 기반해 예수의 행적과 가르침을 개괄한다. 로마 지배하에 있던 당시 유대인은 '제2의 출애굽'을 바랐다. 보컴은 이집트 지배에서 벗어났던 과거 '출애굽'과 1세기 상황에 "강한 동시대적 연관성"(47쪽)이 있었다는 점을 계속해서 언급한다. 이스라엘 민족은 이 연장선상에서 '제2의 출애굽'을 위한 모세, 여호수아 같은 영웅을 기대했다. 하지만 예수는 다른 종류의 메시아였다. 메시아라는 정체성이 있었지만, 다른 의미의 하나님나라를 세우는 것이 자기 소명임을 명확하게 알았다.

"그는 자신이 행한 일에서 하느님나라의 임재를 보았다. 그를 만나는 사람들을 하느님의 능력으로 치유하고 죄를 용서해 주었다. 하느님의 백성이지만 변두리로 밀려나 소외된 이들에게 손을 내밀었고 개인의 지위와 상관없이 예배하는 공동체를 조직했다. 예수는 하느님의 통치가 임하면 이러한 일들이 일어난다고 보았다." (72쪽)

낮은 자, 가난한 자를 의도적으로 찾아다닌 예수의 행적은 복음서의 특징적인 면모로 부각된다. 보컴은 당시 장르적으로 복음서와 유사한 역사서나 전기가 대부분 부유한 엘리트를 다루었다고 지적한다. 이런 장르를 접하는 이들도 엘리트였고, 당시에는 부유한 엘리트가 역사를 만든다고 인식했다는 것이다. 보컴은 "그레코로만 문헌에서 저자들은 대중 집단을 익명화한 단어 '군중'을 자주 사용해 그들에 대한 경멸감을 드러냈다"(89쪽)고 덧붙인다.

"당대의 이런 경향과 복음서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복음서는 모든 사회계층을 망라한 사람들을 기록한다. 복음서에는 엘리트 계층에 속한 사람도 있고(예루살렘의 귀족), 엘리트들의 부하(백인대장과 세리)도 있다. 그러나 복음서는 이들보다 당시 인구 대부분을 차지한 평범한 사람을 더 많이 기록한다(소작농과 어부, 숙련공 등). 더 놀라운 사실을 복음서가 당시 사회 맨 밑바닥에 있는 두 부류를 거리낌 없이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89쪽)

"예수는 극빈자, 사회에서 배제된 이들, 치유와 용서, 포용을 찾아 헤매던 이들을 단지 끌어모으지 않았다. 그는 그들을 의도적으로 찾아다녔다. 복음서에 이러한 부류의 사람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은 이러한 사실을 반영한다. 그는 무시당하고 경멸당하는 이들에게 관심을 두는 일을 자신의 사명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사명에 바탕을 둔 활동을 사회 맨 밑바닥에 있는 이들에게 그들도 하느님나라에 속해 있음을 깨닫게 해 주었다." (91쪽)

예수의 가르침이 갖고 있는 독특성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기도 한다. 왜 예수가 가르칠 때 비유와 격언을 곁들여서, 때로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했는지 몇 가지 예화를 통해 설명한다. 보컴은 예수의 가르침이 찰나의 순간에 사용하는 인상적인 비유와 격언, 잠언, 금언, 수수께끼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이러한 방식은 청자를 이야기에 푹 빠지게 하면서도 동시에 뜻밖의 진실을 흘려보내 그를 덮치게 한다."(108쪽) 이때의 '뜻밖의 진실'은 사유의 전환을 촉구한다.

보컴은 이런 예수의 가르침이 구전 사회였던 당시 현실에 적합했다는 사실도 지적한다. 비유·격언 등은 당시와 같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문화에서는 유용하면서도 두루 쓰였던 표현 방식이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예수가 제시하는 하나님나라 상은 우리가 밟고 있는 이 땅을 살아가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저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는 하느님나라가 이 땅에 완전히 임한 미래를 상정하고 토라를 해석하지 않았다. 그의 가르침은 이스라엘에 적이 있고, 사람들이 강도에게 돈을 뜯기고, 여전히 남녀가 결혼을 하는 평범한 세상을 상정했다. 그러나 그는 그러한 상황에서도 다가올 하느님의 통치를 미리 살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가르쳤다." (137쪽)

더욱이 예수는 비슷한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조금씩 다른 비유를 통해 이야기했다. 이것은 청중들이 가르침을 암기할 수 있도록 한 배려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예수가 가르침 도중 사용하는 여러 비유를 보면, '양을 찾은 목자 비유', '드라크마를 찾은 여인 비유', '탕자의 비유' 등 독립적이면서도 비슷한 구조를 취하는 이야기가 많다.

예수 부활에 대한 여성들의 증언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다룰 때는 과연 '부활'의 기록을 신뢰성 있게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는 질문이 제기되는데, 리처드 보컴은 복음서를 바탕으로 조심스럽게 '부활의 역사성'을 변호한다. 보컴은 복음서가 신뢰할 만한 문서이고, 복음서에 나타난 정황 증거가 예수의 부활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그가 꼽는 흥미로운 점은 여성이 예수 부활에 대한 목격자로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그는 "대다수 학자가 지적하듯 당시 유대 사회는 여성을 증인으로 신뢰하지 않았다. 당시 사회는 여성이 남성과 견주었을 때 감정적인 존재라 여겼고 특히 종교 문제에 있어서는 너무 쉽게 감정에 휘둘려 진솔하게 믿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했다"(192쪽)고 적시한다.

"이 이야기에서 여성들이 목격자로 묘사된다는 점은 흥미롭다. 그들은 예수가 죽음을 맞이한 순간부터 그 이후까지를 곁에서 관찰하고, 지켜보고, 바라보았다. 신중한 사람이었던 마르코는 자신이 아는 내용 이상은 기록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세 여자가 빈 무덤을 발견했다고 하면서도 장례를 지켜본 사람으로는 그중 두 사람의 이름만 기록했다." (191쪽)

이 책의 태도와 성격을 잘 정리해 주는, 보컴이 인용한 엔도 슈사쿠 <예수의 생애> 한 구절을 옮기면서 글을 맺는다. "예수가 부활했음을 믿지 않는다면 예수의 제자들이 부활만큼이나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했다고 믿을 수밖에 없다."(1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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