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보문고에도 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사랑의교회 주연종 부목사가 책을 냈다. 제목은 <진실>(RHK). 하얀 바탕에 '진실' 두 글자가 큼지막하게 쓰여 있다. 작은 글씨로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사랑의교회 진통, 그 3년의 현장 기록'이라는 문구도 들어가 있다. 434페이지의 방대한 분량, 책을 덮고 나서 주연종 목사에게 설득당했다.

주연종 목사는 누구인가. 아마 사랑의교회 이슈에서 오정현 목사 다음으로 자주 회자되는 사람 아닌가 싶다. 사랑의교회 문제를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주연종 목사는 오정현 목사의 '충신' 내지 '행동대장' 정도로 인식된다.

하지만 주연종 목사를 그 정도로 인식하는 건 그의 진가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이다. (나도 이번에 책을 보면서 알았다.) 책날개에 있는 저자 소개를 보자.

"…학창 시절에는 학보사 편집장을 하며 광주민주화운동에 관한 기사를 써서 해임되기도 했다. 총학생회장, 전국신학대학교총학생회연합회(전신련) 의장 등을 맡아 민주화와 교회 개혁을 주장하다 여러 번 수배를 받고 도피한 경력도 있었던 그는…"

엄청난 이력을 가지고 있는 주연종 목사. 그가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 주연종 목사를 오정현 목사의 행동대장 정도로 생각하면 안 된다. (사진 제공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

그의 신념

잠깐 딴 얘기 좀 해야겠다. 두 달 전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여러 이야기를 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보수 신문이라고 해서 정권의 조종을 받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주성하 기자는 "그냥 그렇게 생각하는 기자들이 모여 있으니 그런 논조가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보수 신문들이 정권 수하에 있다고 생각하면 욕하기 쉽다. 그 이상 더 생각할 것도 없다. 저들은 돈과 권력에 언론의 사명을 버린 속물들이니까. 그런데 사실은 그게 아니라면? 우리랑 똑같은 사람인데 단지 관점이 다를 뿐이라면?

상대방을 악마화하면 편하다. 우리끼리 뭉치기도 쉽고 상대편을 깔아뭉개기도 쉽다. 그러나 정말 상대방이 악마일까? 물론 정말 속물 같은 자들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핑계 없는 무덤 없다"는 옛말처럼 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다시 사랑의교회 이야기로 돌아와서. 갈라져 있는 사랑의교회 사람들은 서로를 어떻게 생각할까. 현장에 나가면 양편의 증오가 느껴진다.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갱신위)는 서초 예배당을 '센타'라 부르며 비난하고, 서초 예배당 사람들은 갱신위를 '반대파'라고 깎아내린다.

어떤 사람들은 주연종 목사를 향해 말한다. "돈 때문에 저기 붙어 있는 거야 저거." 주 목사는 나를 향해 말한다. "돈 받고 쓰는 것 좀 그만해." 물론 내가 갱신위에서 돈 받고 기사 쓴 적은 없다. 그러면 반대로 주연종 목사도 돈 때문에 오정현 목사에게 붙어 있는 게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종합적으로 오정현 목사가 남가주사랑의교회를 사임하고, 옥한흠 목사의 주도로 진행된 사랑의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하여 12년간 피땀 흘려 사역한 뒤에 개인에게 돌아온 것이라고는 온라인상에 퍼져 있는 수많은 거짓 음해성 악플들과 엄청난 채무라고 한다면 사람들이 그 말을 믿어 줄까? 오정현 목사가 한국교회에 끼친 영향력과 사랑의교회라는 공동체의 부흥을 위해 헌신한 면면과 비교한다면 충격적이라 할 만했다. 인간 오정현 목사에게 도래한 현실은 지나치게 잔인했고 도가 넘도록 가혹했다." (307쪽)

"나는 싸움의 초기부터 '오정현 목사가 아닌 사랑의교회도 아닌 한국교회를 지킨다, 한국교회를 위해 싸운다'는 심정으로 현안에 임했다. 이것을 뒤집어서 '한국교회를 지키기 위해서는 사랑의교회를 지켜야 하고 사랑의교회를 지키기 위해서는 오정현 목사를 지켜야 한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 결론은 바뀌지 않을 결론이었고 바뀔 수 없는 결론이었다." (67쪽)

결과적으로 <진실>이라는 책의 의미는 주연종 목사의 개인적 신념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정도가 되겠다. 나는 그가 단지 돈을 안정적으로 벌기 위해 오정현 목사 옆에 붙어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정현 목사를 저렇게 고난받는 성자로 인식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확고한 그의 주장에 설득당했다.

▲ 그가 이랬던 것도 이해가 간다. (MBC PD수첩 갈무리)

기독교 인본주의 세력의 치밀한 '설계'?

안타깝게도 책 내용을 '진실'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진실>은 오정현 목사의 논문 표절 사건부터 건축 논란, 각종 소송 등을 다루고 있는데, 새롭게 제시하는 자료나 팩트는 없다. 이제껏 알려진 사실을 주연종 목사 관점에서 기술한 것이다. 이 책을 보면 오정현 목사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어떤 논리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진실>의 가장 큰 맹점은 사건을 바라보는 전제 자체가 틀렸다는 것이다. 책은 총 4부로 나뉘어 있는데, 1부 이름은 '설계'다. 한마디로 지금 오정현 목사를 괴롭히는 사람들이 이런 논란을 만들기 위해 치밀한 설계를 했다는 것이다.

"내가 그(F 장로)를 만났을 때 이미 그는 B 교수로부터 오정현 목사의 논문에 관한 모든 자료를 넘겨받은 후였고, D 씨와 온라인 매체의 대표인 J 모, 외부 인사인 H 목사, L 목사 등과 사전에 만나 '기본 설계'를 거의 마무리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 설계의 종착점은 오정현 목사의 사임을 받아 낸 후 자신들이 원하는 3대 목사를 세움으로써 사랑의교회를 결국 자신들의 영향력 하에 두려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24쪽)

사랑의교회 문제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익명 맞추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예상하듯이 온라인 매체의 대표인 J 모 씨는 <뉴스앤조이> 김종희 대표다. 당시 기자였던 내가 보기에, 이런 건 너무 어이가 없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난감하다. 주연종 목사에겐 죄송하지만 이런 내용을 진지하게 썼다는 게 좀 웃기다.

"반대파는 현상주의자들, 그리고 유물론자들과 같았다. 어느 주일에 평신도협의회와 330을 중심으로 교회를 지키는 분들과 함께 OOO헤럴드 대표인 김성욱 기자를 초청하여 한국교회의 인본주의 세력의 실체에 대해서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한마디로 충격적이었다. 성서한국, 교회개혁실천연대, 기독교윤리실천협의회 등이 가진 두 얼굴을 보게 되었다. 섬뜩할 정도였다. 저런 단체를 한국교회가 넋 놓고 지원하고 박수를 보내고 있는 현실이 어이없을 정도였다. 한국교회를 파괴하려는 자칭 기독교인이라는 자들에 대해 김성욱 기자는 '기독교 인본주의자들'이라고 칭했는데 그 인본주의자들이 사랑의교회의 기저에 흐르는 의식의 흐름, 영적 기상도를 제대로 파악할 리 없었다." (261쪽)

참으로 안타까웠던(이라고 쓰고 '한심했던'으로 읽는다) 대목이다. 김성욱 기자는 누구인가. 뉴라이트적 역사의식을 가진 인사로 기독교 복음주의권을 '종북 세력'이라고 지칭하는 사람이다. 오정현 목사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런 사람을 불러서 교육을 받았다. 반대쪽 사람들을 종북으로 악마화하면 얼마나 편한가.

<진실>은 그렇게 오정현 목사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음해 세력'이라고 폄하한다. 그러나 그건 결코 진실이 아니다. 그냥 주연종 목사와 오정현 목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보고 싶을 뿐이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보자.

"당시 뉴스XXX 기자가 나에게 전화를 해서 '교인들이 기도회 하는데 폐자재를 쌓아 놓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묻기에, '폐자재를 쌓아 놓은 공사판에 무단으로 침입해서 기도회라는 것을 하면 어떻게 하느냐? 교회당을 새로 지어 이사를 갔는데 굳이 구 예배당에서 못할 짓을 하는 건 뭐냐. 뉴스XXX 사무실을 이전했는데 직원들이 옛날 사무실을 뜯고 들어가서 그곳에서 일하겠다고 하면 그걸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더니 '아, 그런 건가요?' 하고 멋쩍어했다." (236쪽)

여기 나온 기자는 나다. 당시 쓴 기사는 이거다. 주연종 목사와 저런 내용으로 통화를 한 건 맞는데, 나는 멋쩍어하지 않았다. 주 목사가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나 보다. 이런 식으로 <진실>은 사랑의교회 사태에 대한 주연종 목사 나름의 자의적인 혹은 음모론적인 해석이다.

▲ 광고도 시작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갈무리)

한국교회 지킬 수 있을까

문제는 이 책을 읽으며 누군가 간지러운 곳을 긁어 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오정현 목사를 지지하는 사랑의교회 교인은 물론, 담임목사의 윤리적인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교회에서 '목사파' 사람들이 아주 좋아할 만한 내용이다.

7월 7일 자 <국민일보 미션라이프>에는 <진실> 광고가 실렸다. "교회를 무너뜨리려 했던 '거짓' 세력의 민낯을 드러낸 다큐멘터리"라는 카피를 달고서. 목사를 비판하는 교인들을 거짓 세력으로 치부해 버리고 싶었던 사람들에게 얼마나 희소식일까.

한국교회를 지키기 위해 사랑의교회를, 오정현 목사를 지켜야 했다는 주연종 목사의 충정까지 부정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오정현 목사를 지키는 것으로 한국교회를 지킬 수는 없다. 진실이 아닌 <진실>로 지킬 수 있는 것은 부패한 목회자들뿐이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