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반년이 넘도록 공항 밖 땅을 밟아 보지 못했던 시리아인 난민 신청자 28명 중 26명이 7월 4일 입국했다. '난민 인정 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에서 승소한 후 10~17일 만이다. 나머지 2명은 행정 절차가 마무리되면 입국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대부분 작년 11~12월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한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난민법에 따라 출입국항에서 난민 신청을 했지만, 인천공항출입국관리사무소는 이들이 난민 인정 심사를 받을 명백한 이유가 없다며 심사에 불회부하는 결정을 했다. 시리아인들은 갈 데가 없어 인천공항 송환대기실에서 반년이 넘게 생활해 왔다.

시리아인들을 도와 온 난민지원네트워크는 7월 4일 성명서를 발표해, 난민에 대한 한국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를 다시 한 번 촉구했다. 이들은 시리아인들이 송환대기실에서 몸과 마음의 병을 얻었다며, 이들의 잃어버린 8개월을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고 규탄했다. 또 이들에 대한 항소를 중단하고 국제사회 규범에 맞춰 난민법을 정밀하게 운영하라고 요구했다.

다음은 난민지원네트워크 성명서.

한국에 보호를 요청한 시리아 난민들의 잃어버린 8개월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2016년 7월 4일 오늘 법무부 난민 인정 심사를 받지 못해 인천공항에서 몇 달간 '숙식하던' 시리아인 28명 중 26명에 대해 입국 조치하였고, 법원의 판결에 항소하여 적법성에 대한 판단을 다시 한 번 받을 예정이라고 언론에 밝혔다.

법무부의 표현과 달리 '숙식하던'이 아닌, '공항에 구금되어 있던' 이 난민들이 오늘 한국 땅을 실제로 밟게 된 것은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한국 정부에 보호를 요청한 지 약 8개월 만이며, 심사를 거부당하자 사법부에 도움을 요청하고 소를 제기한 지 약 5개월, 그리고 입국을 허가하고 난민 심사 기회를 부여하라는 취지의 승소 판결이 인천지방법원 두 재판부에서 선고된 지 각 17일, 10일, 세계 난민의 날이 14일 지나서다.

이들이 인천공항에 도착한 지 약 8개월, 20~30대가 대부분인 나이를 고려할 때 이들은 이미 살아온 자신의 인생의 약 5%의 기간을 난민 신청을 하였다는 이유로 이미 퇴로 없이 한국의 공항에서 갇혀 있었다. 그동안, 그리고 난민 심사를 받을 수 있을지, 왜 심사를 못 받고 갇혀 있게 된 것인지도 모르고, 소송은 잘 종료될지, 과연 언제 끝날지, 고국으로 쫓겨나 공항에서부터 구금되고 고문받지 않을지 불안해하며 기다리는 동안 몸과 마음은 심각하게 병이 들었다. 대부분의 난민들에게 정신과적 진료가 요청되는 상황이어서 자원 의사를 밝힌 시민들을 통해 의료 진료를 준비하고 있으며, 그중 한 명은 적시에 신경 치료를 받지 못한 심각한 치아 통증으로, 한 명은 기존의 심각한 화상으로, 한 명은 적시에 수술을 받지 못한 치질의 악화로 물리적인 고통을 감내해 왔다. 모두들 인천공항에서 반군의 수도인 알레포를 포함한 자신들의 고향에 폭격이 개시된 소식을 들었고, 그중 한 명은 동생이 시리아에서 죽은 소식을 송환대기실에서 들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울부짖었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작년 11월 말부터 전쟁터의 참화를 피해 가족과 떨어져 피난처를 찾아 인천공항에 도착한 시리아 난민들에게 특별한 법적 근거 없이 국경을 걸어 잠근 채 공항에 이들을 가둬 왔고, 법정에서는 이들이 명백히 난민이 아니며, 안전한 국가에서 왔기에 대한민국이 굳이 보호할 의무나 필요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 한편 이들이 인천공항 구석 보이지 않는 송환대기실에 구금되어 있던 바로 그 같은 시간, 한국 정부는 그동안 국제사회에 시리아 난민들에 대한 보호 의지를 반복적으로 천명해 왔고,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한국에 도착하여 시리아 난민들에 대한 한국의 도움에 감사를 표하고 있었다.

오히려, 한국의 많은 시민들의 연대가 빛났다. 많은 시민들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상에서 똑같이 존엄한 인간인 위 난민들의 안위를 걱정하며, 의료, 음식, 입국, 입국 이후에 함께 도울 수 있는 방법 등을 다양하게 질문해 왔고, 실제로 이들의 어려움에 함께 고통을 느껴 왔으며, 함께 목소리를 높여 그들을 도와 왔다. 앞으로도 기록하고, 위로하며, 곁에 설 것이다. 수많은 국제적 인권 단체들과 언론들이 한국 정부의 처사에 주목해 오며 후속 조치를 준비하고 있었고, 전 세계에 흩어진 이들의 가족과 친지들이 숨죽여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 정부가 소송에서 승소한 난민들에게 입국은 허가하였지만 아직 난민 심사 기회를 부여할 수는 없다는 취지로 밝힌 기계적인 항소 입장은 이미 오랜 기간 고통받아 온 난만들의 불안정한 지위 속 고통의 시간만을 연장시킬 뿐이다. 한국 정부는 신속히 남은 난민들에 대해서도 입국을 허가하고, 항소를 중단하며, 공항 난민 신청 제도를 국제적 기준에 맞게 정밀하게 운영하여, 향후에도 공포의 위험에서 피해 온 난민들에 대해 막연한 우려를 부당하게 전가하며 불필요한 염려를 사회에 확산시키지 말아야 한다. 존엄한 인간인 이들이 고통 속에 잃어버린 8개월의 무게를 무시하지 않고 존중하는 것, 그동안 고통받아 온 이들, 난민들을 올바른 방식으로 잘 보호하여 사회 속에서 자긍심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 가장 취약한 이들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 한국 사회의 모든 시민들이 함께 더 평화롭게 살아가며 더 나은 한국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2016. 7. 4.

난민지원네트워크(공익법센터 어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난민인권센터, DREAM, 세이브더칠드런, 에코팜므, 아시아평화를 향한 이주 MAP,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동, 재단법인 동천, 피난처, 한국이주인권센터, 휴먼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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