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4일 한국 공동체 교회 한마당이 열렸다. (사진 제공 공동체지도력훈련원)

'공동체지도력훈련원(최철호 목사) 연수회 - 한국 공동체 교회 한마당'이 7월 4일 서울 광장동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막을 열었다. '근원으로 돌아가자! 하나님나라를 증언하는 공동체 삶'을 주제로 7월 4~6일, 2박 3일간 진행된다. 공동체를 이루고 있거나 모색하는 교인들, 신학생·목회자, 청년·대학생, 청소년 등 다양한 세대와 지역, 교단에서 400여 명이 참가했다.

첫째 날 여는 예배에서 오세택 목사(두레교회)는, 천국에서 누가 크냐는 논쟁을 벌이는 제자들에게 어린아이와 같이 자기를 낮추는 사람이라고 답한 예수님 말씀(마 18:1-6)을 토대로 "세상의 모든 고통을 끌어안고 결핍이 있는 곳을 향해 다가가라"고 전했다. 이번 공동체 한마당은 더불어 사는 삶으로 정신적·물질적 결핍을 넘어서는 공동체가 한데 모여 서로 삶을 나누며, 강도 만난 이웃들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자리다.

▲ 설교하는 오세택 목사. (사진 제공 공동체지도력훈련원)

공동체는 신앙의 본질을 향한 고뇌와 실천이라 할 수 있다. 지금 한국 기독교가 종교개혁의 영감과 문제의식으로 교회 본질을 회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날에는 한국 기독교 초기 창조적 영성을 보여 준 신앙 선배들과, 신앙을 토대로 이 땅에서 자생된 다양한 공동체를 일구어 가는 삶이 소개되었다.

"수입 신학, 번역 신학을 가지고 어떻게 우리 신학, 우리 현실의 문제를 풀어 갈 수 있겠습니까? 없습니다. 한국의 신학을 모색해야 합니다."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숙명여대 명예교수)이 일침을 놓았다. 이만열 전 위원장은 '한국 기독교 신학 운동과 영성'을 주제로 강연했다. 1930년대 전후 장로교 내 신학적 갈등과 신학교(교단) 분열 과정을 거친 이후 반선교사적 자유 교회 운동을 한 이용도 목사, 무교회(조선적 기독교 수립을 위한 방편으로 제도권 교회와의 단절을 의미) 운동을 한 김교신, 이현필, 유영모, 민중신학을 태동시킨 안병무 등 창조적 흐름들이 등장하며 조선적 기독교가 수립됐지만, 한국적 신학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를 풀고 가야 한다고 했다.

▲ '한국 기독교 신학 운동과 영성'을 주제로 강연한 이만열 명예교수. (사진 제공 공동체지도력훈련원)

"칼 바르트 신학이 어떻게 나온 줄 아십니까? 20세기 들어서 1차 대전이 나자 서구의 낙관론에 대한 칼 바르트 생각이 바뀌어서 나온 것입니다. 라인홀드 니버에게서 어떻게 윤리 신학이 나왔느냐? 미국의 산업화로 인간이 기계의 노예가 되고, 인간성이 말살되는 걸 보면서 윤리 신학을 만든 것입니다. 신학은 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한국교회는 자기 신학이 없어요. 전부 수입 신학, 번역 신학이에요. 수입 신학과 번역 신학은 우리 상황과 고민을 신학화한 것이 아니에요.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어요. 지금 신학교에는 학문의 자유가 없고, 신학화 작업이 부재합니다. 신학도 하나의 학문입니다. 학문이란 건 ‘물음’에서 출발합니다. 우리 문제의식을 가지고 체계화시키는 게 신학입니다. 한국적 상황을 자기 문제의식으로 끌어올려 우리 신학을 세워 가야 합니다."

이만열 전 위원장이 풀어놓은 한국 기독교 흐름에서 이현필(동광원) 선생과 다석 유영모 선생은 지금 한국적 기독교를 수립해 가는 데 중요한 화두를 던져 준 선배들이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를 거쳐 동광원에서 배우고 지금 하늘길수도원을 이끌고 있는 김영락 목사와 이정배 전 감리교신학대학교 교수가 이현필 선생과 다석 유영모 선생의 창조적 신앙과 영성을 논했다.

▲ 이현필 선생에 대해 강의한 김영락 목사. (사진 제공 공동체지도력훈련원)

김영락 목사는 평생 헐벗고 굶주리고 병든 이들과 함께한 이현필 선생의 십자가 신앙을 주요하게 설명했다.

"죄가 없는 예수님이 고통을 당하셨는데, 어떻게 죄인인 내가 고통을 당하지 않으려 할 수 있겠냐며 돌아가실 때까지도 '저는 죄인입니다. 더 아프게 해 주십시오'라고 기도했습니다. 예수님 앞에 온전히 자기를 드리고 싶고 예수님과 하나 되고 싶기에 그랬던 것 같습니다. 철저한 십자가 신앙인 것입니다. 지금은 풍요롭고 급변하는 시대이지만, 십자가 없는 예수, 십자가 없는 교회, 이건 아닙니다. 십자가 삶을 온 몸으로 사셨기에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크지요. 십자가 신앙이 (우리가 돌아가야 할) 근원입니다."

이정배 교수는 하루 한 끼를 먹은 유영모 선생의 '일식(一食)'을 설명하며 말했다.

"최소한의 물질을 가지고 살아가면 그 물질이 정신이 됩니다. 2008년 OECD 국가 중 대한민국이 욕망 지수가 높고 자산율이 높다고 나왔습니다. 보통 욕망과 종교는 반비례하는데, 우리나라는 종교가 무용지물입니다. 이 세상을 거슬러서 살아 내는 것, 이 단순성이 21세기의 화두입니다. 사람은 자기가 행한 것만큼만 아는 것입니다. 머리로만 아는 것은 모르는 것보다 더 나쁜 것입니다. 온몸으로 아는 것은 그야말로 삶이 되는 것입니다."

▲ 이정배 교수. (사진 제공 공동체지도력훈련원)

이정배 교수는 유영모 선생의 호, '다석'(多夕; 많은 저녁)의 의미에 대해서도 풀이했다.

"서구적인 기독교의 상징은 빛이었습니다. 빛은 우리에게 분별을 가져옵니다. 빛 때문에 어둠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빛 때문에 뭐가 큰지 작은지 모든 분별을 합니다. 빛은 인간의 의식과 같습니다. 의식으로 인해 분별을 합니다. 태양이 진 뒤 밤하늘을 보면, 빛 때문에 못 보던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빛이 꺼지면 우주의 근원이 드러난다. 비어 있을 때 모든 것이 꽉 차 있습니다. 다석은 하나님을 없이 계신 분이라고 했습니다. 진짜 비어 있을 때 신비한 것이 가득 차 있습니다. 더 근원적인 것을 만나려면 빛과 의식을 버리라는 것이 동양적인 기독교입니다."

홍천 아름다운마을공동체 최철호 목사. (사진 제공 공동체지도력훈련원)

주제 강연에서 이 땅에 자생한 창조적 영성을 배웠다. 저녁 강의에서 공동체를 통한 진리 실험으로 창조적 영성을 계승해 가고자 하는 공동체들 소개가 이어졌다. 민경찬 형제(태백 예수원), 김인수 대표(산청 민들레공동체), 이재영 대표(합천 오두막공동체), 정태일 목사(포천 사랑방공동체), 최철호 목사(서울·홍천 아름다운마을공동체) 등이 각 공동체 삶을 나누어 주었다.

△마을 공동체를 어떻게 시작할 수 있는지 △자본을 거슬러 부동산을 어떻게 공유할 수 있는지 △공동체 안에 갈등이 드러날 경우 어떻게 풀어 가야 하는지 △공동체 바깥 비기독교인에 대한 전도와 선교 사명은 얼마나 열매 맺을 수 있는지 △공동체가 정답이라고 깨달았는데 꼭 기존에 있는 공동체로 다 들어가야 하는지 △갈등을 어떻게 풀어 가야 하는지. 공동체 삶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과 질문들이 나왔다.

▲ 참석자들이 예배하고, 강연을 듣는 모습. (사진 제공 공동체지도력훈련원)
▲ 참석자 자녀들은 엄마 아빠가 공부하는 동안 보육 품앗이 시간을 보냈다. (사진 제공 공동체지도력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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