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3 총선을 앞두고 통일부는 북한 식당 종업원 13명이 집단으로 탈북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북풍 논란이 일었다. 실제 북한 종업원 가족들은 끌려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통일부 보도 자료 갈무리)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중국 저장성에 있던 북한 식당 종업원 13명이 한국 땅을 밟은 지 3개월이 돼 간다. 통일부와 국정원에 의하면, 이들은 북한 체제에 회의를 느껴 자진 탈북했다. 식당 종업원이 단체로 한 번에 탈북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현재 국정원이 운영하는 보호센터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집단 탈북'이 거짓이라는 주장도 있다. 북한 조선적십자회는 식당 종업원들이 스스로 남한을 찾았다는 정부 기관의 발표를 반박했다. 북한 종업원들 가족들도 끌려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김영주 총무) 인권센터는 6월 16일 종업원 가족들이 보낸 편지를 공개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정연순 회장)은 두 차례 국정원에 종업원들 접견 신청을 했다. 국정원은 접견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자 민변은 법원에 인신 보호 구제 심사 청구를 제기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국가 운영 시설에 감금돼 있는 사람은 변호인을 선임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북한 이탈 주민도 원칙적으로 국내법 적용을 받는다.

민변 청구 과정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32단독 이영제 판사는 종업원들을 법정에 출두시키라는 출석 명령 소환장을 국정원에 보냈다. 국정원은 6월 21일 종업원들을 내보내는 대신 변호인을 대리인으로 내세웠다.

이날 국정원 측 인권보호관은, 북한 식당 종업원들이 법원에 출석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출석 거부 진술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민변은 6월 24일 국정원장을 상대로 직권남용 등의 이유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정부가 발표한 '집단 탈북'은 진실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남북 당국 주장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북한 식당 종업원 가족들은 CNN과 인터뷰를 하고, 유엔인권이사회를 통해 송환을 요구하고 있다. 종업원들이 자의로 탈북했는지, 납치에 의한 것인지 알 수 있는 유력한 방법은 당사자들 '진술'이다. 그러나 이들을 관리하는 국정원은 법원 지시에도 '꿈쩍'하지 않고 있다. 북한 식당 종업원들이 집단으로 탈북했다고 앞다퉈 보도했던 언론들도 침묵하고 있다.

"국정원 흠집 내기, 국익 배치"

이런 가운데 '민변'을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견제하는 목회자 단체가 등장했다. '북한민주화와한반도평화통일을염원하는국민일보목회자포럼'은 6월 30일 자 <국민일보>에 "민변은 탈북한 북한 여종업원 12명을 법정에 세우려는 행동을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는 민변을 비난하고 국정원을 적극 옹호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다음은 성명에 나오는 문구들이다.

"북한 식당에서 집단 탈출한 여성 종업원 12명을 공개 법정에 세우려는 민변은 과연 제정신인가."

"민변의 주장은 반인권적이며 반국가적이다."

"구체적인 증거도 없이 국가 최고 정보기관을 탈북 기획이나 하는 집단으로 흠집 내려는 것은 명백히 국익과 배치되는 행위다."

"12명의 숭고한 결단과 용기를 왜곡하고, 아픔과 고통의 상처를 후벼 파는 어리석은 행동을 즉각 중단하라."

"우리는 이들을 향한 민변의 거침없는 도발을 보면서 분노와 역겨움을 느낀다."

성명에는 이번 사건과 연관 없어 보이는 내용도 들어있다.

"민변은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하면서 전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음에도 독재자 김정은에게 한 마디 말도 못 하고 마치 동조하는 듯한 언행을 당장 중지하라."

▲ 국민일보목회자포럼(김경문 대표회장)은 6월 30일 "민변은 탈북한 북한 여종업원 12명을 법정에 세우려는 행동을 중단하라"고 성명을 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민변은 집단 탈북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북한 종업원들의 진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장경욱 변호사는 6월 3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통일부 주장대로 '자발적'으로 왔다면 공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그대로 밝히면 될 일이다. 접견 신청을 거부하고, 법원의 출석 명령을 왜 거부하는지 모르겠다. 국정원 말만 믿고 '가만있으라'고 말하는 건 무책임한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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