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 세습은 도시 교회뿐만 아니라 시골 교회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김포 석탄리교회 담임목사는 사위에게 교회를 물려주려고 한다. 교인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징계로 응수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김포시 하성면에 있는 석탄리교회는 전형적인 시골 교회다. 예배당 주위에 논밭과 소규모 공장단지만 있다. 가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외딴곳에 있지만, 시골 교회치고 적지 않은 인원이 모인다. 매주 100여 명이 주일예배에 참석한다. 잡음 없이 지내 온 교회는 지난해부터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

분쟁 원인은 '후임 목사'와 관련 있다. 34년간 석탄리교회에서 시무해 온 곽효선 목사는 후계자로 김상덕 부목사를 지목했다. 김 목사는 석탄리교회에서 10년간 전도사와 부목사를 지냈다. 문제는 김상덕 부목사가 곽효선 목사의 '사위'라는 점이다. 교인들은 반발했다. 곽 목사가 절차를 밟지 않고 사위를 후임으로 내정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곽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은 음해라고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공지 없이 '후임 목사' 안건 상정…엇갈린 주장

양측 주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지점은 2014년 12월 31일 '사무연회'다. (사무연회는 장로교로 따지면 공동의회를 말한다. 석탄리교회는 예수교대한성결교회 소속이다. - 기자 주) 당시 곽 목사는 송구영신 예배를 앞두고 후임 목사 청빙 안건을 상정했다. 예정에 없었다. 교단 헌법에는 2주 전 안건을 공지하게 돼 있다.

담임목사 측은 사무연회에서 김상덕 목사를 후임 목사로 청빙하는 안건을 냈고, 만일 안건에 반대한다면 자리에서 일어서 달라 요청했다고 한다. 반대 의견은 거의 없었고, 안건은 그대로 통과됐다는 것이다. 1년 반 전에 있었던 일을 왜 이제 와서 문제 삼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반대 측 교인들 이야기는 달랐다. 사무연회 당시 안건을 반대하는 교인들을 예배당 밖으로 나가 있게 했다는 것이다. 참석 인원도 적었고, 안건도 통과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청빙 안건이 불발되자 당사자인 김 목사가 스스로 "그만두겠다"는 발언도 했다고 주장했다. 1주일 뒤 곽 목사가 "(김 목사) 본인이 안 하겠다 하니, (후임 목사 청빙을) 포기하겠다"는 발언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목사는 "'그만두겠다'거나 '포기하겠다'는 발언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양측 주장 중 유일한 공통점은 후임 목사 청빙을 논의했다는 것뿐이다. 사무연회를 할 때는 보통 회의록을 작성한다. 교회에 당시 회의록 확인이 가능한지 물었다. 보여 주기 어렵다는 말이 돌아왔다. 표결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물었지만, 구체적인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충돌은 계속됐다. 지난해 사무연회에서 담임목사가 선교비 절반을 사용하겠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반대 교인들은 석탄리교회가 매달 선교비로 400만 원가량을 지출한다고 말했다. 이 안건은 반대 의견이 높아 결국 철회됐다.

일부 교인들은 이번 안건을 세습과 관련지어 생각했다. 은퇴를 앞둔 담임목사가 재정까지 장악하려 한 것으로 이해했다. 교인들은 자구책으로 세습 반대 서명운동을 벌였다. 권사, 집사 등 직분자 60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석탄리교회세습반대대책위원회'는 4월 21일 담임목사 앞으로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 △후임 목사 청빙 무효 △후임 목사 재추대 △재정 투명성 확보를 위한 재정위원회 구성 △제직회 부활 △폭언 설교 중단 등을 요구했다. 교인들은 "곽 목사 부임 이후 단 한 번도 재직회가 열리지 않았다. 또 설교 시간 세습을 반대하는 교인들에게 '이단', '신천지', '흑암 세력'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담임목사, 징계로 맞대응

담임목사는 답변 대신 징계로 대응했다. 확대당회를 열어 세습 반대 운동에 앞장서는 교인들을 징계했다. 5명은 출교, 6명은 근신 2년 처분을 받았다. 6월 19일 발표한 공고문에는 "모함, 악선전, 교회 질서 문란, 허위 사실 유포, 불화 조장, 명예훼손을 저질렀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교인 징계는 석탄리교회 48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교인들은 징계 또한 절차 없이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재판국을 구성하지 않았고, 소명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고 했다. 한 교인은 "한평생을 석탄리교회와 함께했다. 세습 반대하고, 재정 투명성을 요청했다가 징계받았다. 나는 출교가 뭔지도 모른다. 교회를 떠날 수 없다"고 항변했다.

▲ 담임목사 측은 세습 반대에 앞장서고 있는 교인들을 치리했다. 예배당 입구에 부착된 공고문.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 기자는 6월 26일 일요일 석탄리교회를 찾았다. 취재를 나왔다고 밝히자 교인들은 경계하는 빛이 역력했다. 한 집사는 "서울에 있는 광림교회, 금란교회, 왕성교회 같은 대형 교회 두고 왜 시골까지 왔냐. 우리 교회는 아무 문제없다"고 말했다.

담임목사는 만날 수 없었다. 건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만나 주지 않았다. 대신 후임 목사로 내정된 김 목사와 이야기를 나눴다.

김 목사는 세습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다만 교인 90%가 자신을 지지하고 있으며, 오랜 기도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청빙 과정도 문제 없다고 주장했다. 직분자 60명이 세습 반대 서명을 한 사실을 알고 있냐고 묻자 김 목사는 "대부분 모르고 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반대하는 교인들도 품고 가고 싶다고 말했다.

세습을 반대하는 교인들 생각은 다르다. 정상적으로 청빙 공고를 내고, 투표로 담임목사를 뽑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석탄리교회가 소속된 지방회는 교회 문제를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방회장 A 목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후임 목사 내정은 절차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 세습이라고 볼 수도 없다. 다만 석탄리교회 문제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지방회 차원에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교인들은 총회장에게도 면담을 신청했다. 한 교인은 "절차와 법대로 하고 싶다. 청빙 공고를 내고, 교인들 투표로 후임 목사를 뽑으면 된다. 총회장님이 들어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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