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학생들이 주관한 팽목항 기도회가 6월 20일 열렸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성찬 집례자는 떡을 9개로 뜯었다. 하나하나 뗄 때마다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이름을 불렀다. "이 떡은 아직도 차가운 바닷속에 있는 조은화… 허다윤… 남현철… 박영인… 양승진… 고창석… 권재근… 권혁규… 이영숙 님을 위한 것입니다."

신학생과 기독 청년들이 6월 20일 팽목항을 찾았다. 서울에서 출발한 38명은 새벽 6시에 출발해 오후 1시 30분께 팽목항에 닿았다. 광주에서도 한 무리의 신학생이 찾아왔다. 기도회 소식을 듣고 직접 장소로 찾아온 사람도 있었다.

팽목항에는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미수습자 가족 은화 부모님, 다윤이 부모님은 청년들 방문을 반가워했다. 다윤 엄마는 우산을 들고 나와 사람들을 맞았다. 은화 엄마는 "왜 비를 몰고 왔어?"라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기도회는 정해진 예전에 따라 진행됐다. 미수습자 9명의 사진이 있는 곳 앞에 성찬 떡과 포도주가 올려졌다. 기도회 인도자들이 해바라기를 한 송이씩 들고 입장했다. 십자가 옆에 해바라기가 놓였다. 빗소리를 뚫고 떼제 찬양이 울려 퍼졌다.

▲ 기도회는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인양 진행되고 있지만

기도회 중간 미수습자 가족의 이야기를 들었다. 팽목항에는 미수습자 가족 은화 부모님 조남성·이금희 씨와 다윤이 부모님 허흥환·박은미 씨, 권재근 님의 형이자 혁규의 큰아버지 권오복 씨가 있었다. 간단하게 인사한 후 다윤 엄마와 은화 엄마가 이야기했다.

세월호 선수 들기에 본격적으로 돌입하면서 모처럼 선체 인양이 이슈로 떠올랐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미수습자 가족 이야기는 많이 나오지 않는다. 다윤 엄마는 "우리 이야기를 들어 주는 사람은 여전히 별로 없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죄인이 된 것처럼 고개를 떨궜다.

▲ 은화와 엄마 이금희 씨. ⓒ뉴스앤조이 구권효

은화 엄마는 "인양을 긍정적으로 봐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24~25일쯤 다시 선수 들기에 들어간다. 선수 들기에 성공하면 인양의 70%는 성공했다고 봐도 된다. 상하이샐비지가 악조건 속에서도 열심히 하고 있다. 자꾸 의심만 하지 말고 그들이 작업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인양을 가장 기다리는 건 미수습자 가족이다. 우리도 할 말이 없는 게 아니지만, 일단 배가 올라온 후에 얘기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8월로 인양 일정이 미뤄졌지만, 장마에 태풍에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무섭다. 여러분의 간절함을 맹골수도로 보내 달라"고 부탁했다. 은화 엄마는 "우리같이 아픈 부모는 우리가 마지막이기를 바란다. 다만, 그 기간이 조금만 짧아졌으면 좋겠다"며 울먹였다.

▲ 다윤이와 엄마 박은미 씨. ⓒ뉴스앤조이 구권효

다윤 엄마는 "인양 작업 현장에 갔을 때 다윤이한테 너무 미안했다. 저 밑에 다윤이가 있는데 그냥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게. 좌현 쪽에는 유실 방지막 설치를 못 해서 선수를 들었을 때 혹시 그쪽으로 흘러내리지 않을까 두려웠다. 하지만 하나님이 배 안에서 미수습자들 빠지지 않게 꼭 안고 계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다윤 엄마는 기독교인들의 관심과 기도를 당부했다. 그는 "하나님은 생명의 하나님이다. 이 생명의 문제에 하나님을 믿는 여러분이 발 벗고 나서 주셨으면 좋겠다. 예수님은 99마리 양을 놔두고 1마리 양을 찾아 나섰다. 약자와 함께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교회에 가셔서 미수습자 이야기를 꺼내 주시고, 지금보다 더 많이 기도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 신학생과 기독 청년, 기도회 소식을 듣고 개인적으로 찾아온 사람까지 50여 명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미수습자 가족의 육성으로 이야기를 듣는 것은 뉴스를 통해 듣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울림이 컸다. 참가자들 중에는 부모님들과 다음 일정을 구체적으로 상의하는 사람도 있었다. 팽목항에 다시 오거나, 부모님들을 초청하는 시간을 만들기로 했다.

장신대 신학과 김다윗 씨는 "기사를 보거나 다른 사람을 통해 들을 때는 남 얘기처럼 들렸는데, 실제로 들어 보니 우리 어머니 아버지 얘기처럼 들렸다. 내가 그런 사고를 당했으면 우리 부모님도 저렇게 하셨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곳에 찾아오는 것이 교회의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목회자들이 있다. 하지만 여기는 정말 기도가 필요한 곳이다"고 말했다.

미수습자 가족들과 함께 1년 넘게 활동한 신요섭 씨는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주중에 청운동과 홍대입구역에서 각각 오전 11시 30분, 오후 2시에 미수습자를 위한 피케팅이 진행된다. 여기에 참여하시는 게 미수습자 가족에게 큰 힘이 된다. SNS에 미수습자에 대한 기사나 글이 올라오면 '아는 얘기'라고 그냥 넘기지 말고, 공유하거나 댓글을 달아서 한 사람이라도 더 보게 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 미수습자 가족은 기독교인들이 교회에 가서 미수습자 얘기를 꺼내 달라고 부탁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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