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바라지 골목은 펜스로 막혀 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세월호 가족들이 철거 위기에 놓인 옥바라지를 찾았다.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30분에 열리는 옥바라지 기도회에 416합창단이 초청됐다. 세월호 가족들이 다시 한 번 고통받는 사람을 찾아가 위로하는 자리였다.

6월 15일 오후 6시 30분, 416합창단은 리허설을 위해 기도회 시간보다 1시간 일찍 옥바라지 골목이 있는 독립문역 앞 농성 천막에 도착했다. 옥바라지 골목 일대는 5월 17일 용역이 들이닥친 이후 사방이 펜스로 막혀 있었다. 농성 천막은 인도 한쪽에 있어 비좁았다. 416합창단은 천막 안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연습을 했다. 간헐적으로 쏟아지는 비에 상황은 더 열악했다.

▲ 416합창단은 천막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리허설을 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세월호 가족들은 안산에서 장시간 지하철을 타고 온 데다 저녁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담소를 주고받다가 반주가 나오기 시작하면 지휘자 손짓에 집중했다.

구본장여관 사장 이길자 씨는 의자에 앉아 연습하는 416합창단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기자에게 "나보다 더 힘든 일을 겪은 분들인데 이렇게 와 주셔서 너무 고맙다. 감사하고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 기도회에는 416합창단과 옥바라지 농성 천막을 지키는 청년 40여 명이 참여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기도회 시간이 되자 옥바라지 농성 천막을 지키는 신학생과 청년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메웠다. 천막 뒤쪽에 간이 의자를 놓고 앉았다. 몇몇은 자리가 없어 인도 한쪽에 서서 기도회에 참여했다.

416합창단은 '잊지 않을게'와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손을 잡아야 해'를 불렀다. 영상을 찍는 사람도 눈을 감고 감상하는 사람도 있었다. 행인들이 천막 옆으로 지나가며 눈을 흘깃했다. 노래 중간 동혁 아빠 김영래 씨가 인사말을 전했다.

"2014년 4월 16일 이전에는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몰랐던 내가 정말 부끄럽고 한심스럽습니다.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이 옥바라지 골목을 강제로 철거한다는 소식에 분개할 수밖에 없습니다. 많이 어렵고 힘들지만, 어둡다고만 생각하시지 마시고요. 저는 가끔씩 빛도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그 빛을 향해 한 발 한 발 나가면 분명 정의가 승리한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비록 지금은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이 이 나라를 지배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분명 정의를 위하고 진실을 위하고 아픔을 함께하는 이들이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분들과 함께라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 낼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아프지 마시고 늘 씩씩하셨으면 좋겠고요. 우리 세월호 가족들도 아프지 않고 씩씩하게 진실을 향해 한 발 한 발 나아가겠습니다."

▲ 박득훈 목사는 "사람을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 법에는 저항해야 한다"고 설교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박득훈 목사(새맘교회)의 설교가 이어졌다. 박 목사는 '돈과 법 위에 사람이 있다'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본문 이사야 10장은 한국 사회 권력층의 불의를 고발하는 메시지로 읽혔다.

"불의한 법을 공포하고 양민을 괴롭히는 법령을 제정하는 자들아, 너희에게 재앙이 닥친다! 가난한 자들의 소송을 외면하고 불쌍한 나의 백성에게서 권리를 박탈하며 과부들을 노략하고 고아들을 약탈하였다. 주님께서 징벌하시는 날에 먼 곳으로부터 재앙을 끌어들이시는 날에 너희는 어찌하려느냐? 누구에게로 도망하여 도움을 청할 것이며, 너희의 재산을 어디에 감추어 두려느냐?"

박득훈 목사는 "악한 법을 가지고 여러분을 괴롭히는 사람에게 주눅 들지 말라. 담대히 외치시기 바란다. 가난한 자의 권리를 무시하고 역사를 무시하는 법, 사람을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 법은 고쳐야 한다, 저항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도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박수쳤다.

▲ 설교가 끝나고 참가자들은 성찬을 나눴다(사진 위). 구본장여관 사장 이길자 씨가 세월호 유가족 창현 엄마 최순화 씨에게 배지를 달아 주고 포옹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기도회가 끝난 후, 옥바라지선교센터 사람들은 직접 만든 세월호와 옥바라지 배지를 참가자들에게 나눠 주었다. 이길자 씨가 416합창단 단장 창현 엄마 최순화 씨에게 직접 배지를 달아 주고 포옹했다. 사람들은 환호했다. 세월호 가족들은 저마다 가슴에, 가방에 416과 옥바라지가 함께 쓰여 있는 배지를 달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약속으로 공사가 멈춰진 상태지만, 옥바라지 공사는 완전히 끝난 게 아니다. 독립문역 앞 농성 천막을 신학생들과 청년들이 매일 지키고 있다. 기독교인들을 위한 옥바라지 기도회는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30분에 시작된다.

▲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30분 옥바라지 농성 천막에서 기도회가 열린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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