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W.라이노'란 이름으로 활동하는 CCM 힙합 가수 이창수 전도사(31). 얼마 전 '비상구'를 발표했다. 중간 템포의 비트 위에 동성애자들 이야기를 랩으로 풀어냈다.

이 노래에서 W.라이노는 자신을 동성애자로 가정한다. 직접 작사하고 노래까지 불렀다. 가사는 직설적이다. 에두르지 않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동성애자가 들으면 반감을 일으킬 만한 가사도 눈에 띈다.

1절

처음부터 나도 남자가 좋았던 것은 아니었어
남자로 태어났고 강해지고도 싶었어
하지만 아버지가 날 버렸을 때부터
채우지 못할 빈자리가 하나 생겼어
넉넉치않은 살림 탓에 물려받았던
레이스 달린 우리 누나들이 입던 옷
내 기억이 시작되기 전부터 입었던
치마, 차마 미워는 못 하겠어
엄마 누나들은 좋은 사람이었어
가난. 그 말고는 괜찮은 삶이었어
다만, 점차 난 누나들 닮아갔고
정말 있어선 안 됐을 일이 일어났어
친구들 따라 교회에 다니던 나
친해진 형집에 놀러 갔던 날
우리 레슬링 놀이하고 놀래
방법은 말야 일단 옷을 다 벗고 바지도 벗어

여기 있어 너의 비상구
도와주고 싶어 너의 탈출
얘기해 줄 수 있겠니 너의 아픔
감추지 않아도 돼 그동안 못한 말들(X2)

2절

그때가 아마 내가 열한살 때였지
사춘기가 찾아와 그때 마침
불안정한 남성 호르몬의 팽창
정서적 공백이 주는 외로움이 찾는 것은
여자가 아닌 남자
한번쯤 만나 보고 싶어 아빠
지금은 알지만 몰랐네 진짜 날
그저 내 몸이 기억하는대로 따라가
종로와 이태원 거리를 걸어다니며
욕정을 불태워 머리가 아파올 때면
잊어보려고 해도 이젠 몸이 기억해
고통을 이겨 보려 쾌락으로 병드네
오래 낫지 않는 감기인가 싶었지
변기에 피를 토하기 전까진 그랬지
붉은 반점은 그냥 피부병이었지
에이즈 양성반응인 걸 알기 전까진

여기 있어 너의 비상구
도와주고 싶어 너의 탈출
얘기해 줄 수 있겠니 너의 아픔
감추지 않아도 돼 그동안 못한 말들(X2)

3절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이미 끝난 것은 아닐까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밤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이미 끝난 것은 아닐까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밤
신이 나를 만드셨다며
신이 나를 사랑한다며
근데 왜 나를 이렇게 만들었어 나는
여자가 되고 싶어 하는 남자 괴물
이렇게 된 건 아버지 때문
그렇게 키웠던 어머니 때문
강간한 교회 형 그 때문
나를 이렇게 만든 건 신 때문
당신은 나를 사랑하지 않아
거짓말 하지 말아
행복한 결혼식과 축복 꿈이잖아
지금도 사랑받는 꿈을 꾸면서 살아
근데 그 꿈은 매일 아침이면은 깨잖아
게이라는 이름 날 호적에서 지운
어머니와 가족들 누가 나의 친구
붉은 반점의 피부 누가 나의 친구
어디에 있나요 나를
구원하실 예수

여기 있어 너의 비상구
도와주고 싶어 너의 탈출
얘기해 줄 수 있겠니 너의 아픔
감추지 않아도 돼 그동안 못한 말들(X2)

1절은 동성애가 선천적이 아닌 후천적이라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한 남자가 어떻게 동성애자가 되었는지 원인을 짚었다. 아버지의 부재, 경제 문제와 집안 환경, 성폭행 등 성장기 아픈 상처들이 내용이 담겨 있다. 2절에서는 무분별한 동성 간의 성관계, 이로 인한 에이즈 감염을 말한다. 3절은 동성애자의 절규를 담고 있다. 자신의 인생이 망가진 원인을 하나하나 제시하면서 그동안 신과 예수는 무엇을 했느냐고 토로한다.

보수 신학교에 재학 중인 W.라이노는 지금까지 '중도'의 길을 걸었다고 말했다. 무수한 관계 속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지지 않게 노력했다는 것이다. 동성애 문제도 마찬가지다. 그는 자신의 입장을 스스로 보수 중도라고 생각한다. 탈동성애자들의 증언과 각종 자료를 토대로 가사를 썼다. 가사를 찬찬히 살펴보면 W.라이노가 동성애를 분명히 반대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가 말했다.

"동성애는 죄다. 동성애자를 사랑해야 한다. 혐오는 안 된다."

보수 기독교계가 흔히 말하는 "사랑하지만 반대한다"와는 다른 점이 있다. W.라이노는 '그러나'와 '하지만'을 배제했다. 두 접속사는 사실상 '혐오'를 전제로 한 표현이라고 했다. 한국교회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동성애를 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말이다.

6월 11일, 보수 기독교계는 퀴어 축제 장소 맞은편에서 맞불 집회를 개최했다. 당시 W.라이노는 대한문 앞 반대 집회 현장을 둘러본 다음 서울광장으로 향했다. 퀴어 축제에 참석해 문화 공연을 보고,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퍼레이드에도 참여했다.

"군인권센터 부스에서 소시지를 사 먹었다. 5만 원 내고 4만 6,000원을 거슬러 받았다. 그 찰나에 잔돈을 제대로 받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성애자들은 도덕적이지 않다고 생각한 것 같아 스스로 부끄러워졌다.

한국교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동성애자들을 만나 보지도 않고, 몇몇 사람 이야기만 듣고 반대하는 것은 아닐까, 몰지각·몰이해가 혐오를 낳는 것은 아닐까. 동성애자들을 그저 성적으로 타락한 대상으로만 보는 것도 여기에서 오는 건 아닐까.

동성애자들 중에는 이성애자 이상으로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이들이 있으며, 육체적 관계를 배제한 플라토닉 사랑을 추구하는 이들도 있다. 혐오와 무관심이 아닌 배려와 유관심으로 그들을 바라봐야 할 때인 것 같다."

동성애를 죄로 규정하면서 동시에 반대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공존할 수 있을까. 거칠게 말하자면 '중도' 또한 동성애 '혐오'에 해당하는 것은 아닐까. W.라이노가 말했다.

"나는 동성애 전문가가 아니다. 동성애에 대한 제한된 경험과 지식 가운데서 최선을 다해 작사하고 불렀다. 내 노래는 동성애 문제에 대한 '답'으로 발표한 게 아니다. 예술가는 시대의 현실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일 뿐이다. 이제 목회자·신학자·교수·법학자·의사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답을 제시할 차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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