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박물관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사진은 고 신영복 선생의 서화). ⓒ뉴스앤조이 구권효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평화박물관건립추진위원회(평박·이해동 대표) 이사 한홍구 교수와 갈등을 겪고 있는 사무처 활동가들이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전현직 활동가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사장 이해동 목사와 한홍구 교수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현재 사무처에 남아 있는 석미화 사무처장과 최성준 총무는 5월 급여로 각각 50만 원과 57만 원을 받았다. 사태가 불거지기 전 받았던 급여에서 절반 이상 삭감된 금액이었다. 석 처장의 경우, 지난 4월 18일 보직 해임 통보 후 보직 수당 등이 삭감돼 4월 급여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사무처 활동가들은 6월 9일, 지금 평박에서 한홍구 교수와 이해동 목사의 노동 탄압이 벌어지고 있다며 규탄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한홍구 이사와 이해동 대표는 노동자의 가장 중요한 생계 수단을 박탈함으로써 우리가 버티지 못하고 제 발로 걸어 나가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활동가들은 2013년에도 한홍구 교수가 권고사직을 수용하지 않은 활동가에게 3개월 동안 급여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점을 언급했다. 활동가들은 "저명한 진보적 역사학자와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다는 원로의 작품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치졸한 작태다. 임금 체불은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다"라고 했다.

한편, 4월부터 발목 수술 때문에 병가를 낸 사무처 활동가 김 아무개 씨는 5월 31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김 씨는 사직 입장문에서 "4개월여 쯤 되는 평화박물관 근무 기간 동안 내가 가장 많이 느껴야 했던 것은 '의아함'이었다. '의아함'을 떨칠 수 없는 일터는 비상식적이다. 그 비상식의 중심에 한홍구 이사님이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온다면 어떤 식으로든 귀를 기울일 필요는 있지 않을까"라고 썼다.

평박 사무처 활동가들의 처지가 알려지면서, 2014년 4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일했던 전 활동가 김 아무개 씨도 자신의 입장을 A4 용지 3장 분량으로 정리해 보냈다. 그는 이 글에서 한홍구 교수가 지적하는, 사태의 발단이 된 후원 회원 관리 문제에 대해 조목조목 짚었다.

김 씨는 "사무처 활동가들은 단 한 장의 가입 원서도 허투루 다룬 적이 없다고 확언할 수 있다"고 강변했다. 활동가들은 후원 회원 관리가 중요한 업무임을 알고 있었고, 많은 전시와 사업으로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회원 관리 업무를 병행해 왔다고 했다. 김 씨에 따르면, 사무처 활동가들은 상임이사 역할을 하던 한홍구 교수에게 계속해서 회원 관리 담당자를 충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씨는 "회원 누락이 있었다는 한홍구 이사의 주장 외에 다른 것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알려고도 하지 않은 채 사무처만을 문제시하며, 오히려 사무처장의 보직 해임, 평화박물관 사무처 폐쇄 등의 말이 나왔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홍구 이사의 문제 제기와 주장하는 것이 사실과 다름을 분명히 말씀드리며 평화박물관에서 열심히 일해 온 활동가들이 내쳐지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전현직 활동가들의 토로에도 한홍구 교수와 이해동 목사는 묵묵부답이다. 한홍구 교수는 6월 1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근무 장소로 출근하지 않으니 월급을 삭감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사회 결의대로 5월 13일 사무처 사무실을 폐쇄하고 반헌법팀 사무실로 출근하라고 했는데, 사무처 활동가들이 이에 반해 계속해서 사무처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홍구 교수는 평박 사태를 다룬 <뉴스앤조이> 기사에 심기가 불편한 듯 "그 기사들에 대해서는 언론중재위원회로 가든지 소송을 하든지 할 테니 그리 알라"고 말한 후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이후 전화와 문자메시지에 응답하지 않았다. 이해동 목사와도 통화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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