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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신장도 옛말, 쉼터 관리소 된 총여

역사 뒤안길로 사라지는 총여학생회, 복지 이벤트만 무성

최유리   기사승인 2016.06.08  13:2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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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2016년 5월, 한국 사회는 '여성 혐오'로 뜨거웠다. '강남역 살인 사건'을 계기로 SNS에는 자신이 경험한 차별, 혐오 사연들이 속속 올라왔다.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데, 대학가 상황은 어떨까.

학생운동이 활발하던 1980년대, 총여학생회(총여)는 학교 내 여권신장을 주장하면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남성 중심으로 돌아가는 학교 안에서 성폭력 근절, 생리공결제 실시, 여성 휴게실 확보 등 운동을 펼쳤다. 그러나 학생운동이 쇠퇴함에 따라 총여도 역사의 뒤안길로 접어들었다. 학생 자치활동에 대한 무관심, 남성 역차별 조장을 이유로 각종 종합대의 총여는 존폐 위기에 처했다. 총여가 아예 없는 학교도 부지기수다.

신학대학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뉴스앤조이>는 교단이 다른 신학대학교 7곳의 총여 사업을 살폈다. 감리교신학대학교(감신대), 고신대학교(고신대), 나사렛대학교(나사렛대), 서울신학대학교(서울신대), 성공회대학교(성공회대), 총신대학교(총신대), 침례신학대학교(침신대) 중 감신대, 고신대, 서울신대, 침신대에 총여가 있었다.

그러나 총여가 존재하는 학교도 주 사업이 여권신장보다 복지 차원에 머물렀다. 여성 용품 대여와 쉼터 제공은 대부분의 총여가 빼놓지 않는 사업이었다.

   
▲ 혼전 순결 캠페인은 고신대 총여가 오랫동안 담당하던 행사다. 외부로 행사 사실이 알려지자,  여성 인권신장을 위한 총여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페이스북 페이지 '고신총여' 갈무리)

혼전 순결 캠페인으로 원성 산 고신대 총여

부산에 위치한 고신대 총여는 지난 5월 혼전 순결 캠페인으로 곤혹을 치렀다. 전 학우를 대상으로 혼전 순결 서약을 진행하고, 참가자에게 추첨을 통해 은반지를 준다는 게 캠페인 골자였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여성 인권신장을 위해 활동하는 총여가 주관하는 사업으로 '혼전 순결 캠페인'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침신대 총여는 쉼터 관리에 힘을 쏟았다. SNS 포스팅 중 70%가 쉼터와 관련된 사안이었다. 여성의 날 이벤트도 진행했다. 여성의 날에 관한 영상을 공유하면 추첨으로 사은품을 주는 행사였다. 타 학교 총여 사업과의 차별점은, 학생들에게 버스킹을 보여 주는 이벤트라는 점이다.

서울신대 역시 복지사업이 먼저 눈에 띈다. 기말고사 간식 제공, 로즈데이 이벤트, 성년의 날 이벤트, 여학우들이 사용하는 화장품 공동 구매 사업을 기획했다. '위안부' 할머니를 돕기 위해 학생들에게 팔찌, 에코백, 배지 등을 판매했다. 또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자궁 경부암 예방 백신을 맞도록 하는 행사도 마련했다.

감신대는 네 학교 중 여성 관련 행사가 가장 많았다. 여성주의 예배 공개 워크숍 '페미니스트 워십',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를 풀고 서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책 모임 '펨 IS 뭔들'을 시도했다. 성교육 시간을 기획해 피임 도구 사용법을 배우고 교회에서 잘 다루지 못한 성 이야기를 다뤘다. 여성 사역자로 정체성을 고민해 온 졸업생 선배들과 직접 만나 멘토로 삼을 수 있는 연결 고리를 만들겠다고 공약을 발표했다. 이 외에 5·18을 기념해 광주 방문, 세월호 2주기 신학생 연합 예배 참여, 세월호 기억 팔찌 나눔 캠페인 등 사회 참여에도 활발히 참여했다.

지난해 총여 역시 교회 내 성차별 실태 설문조사, 페미니즘 세미나, 조화순 목사가 출간한 책 <고난의 현장에서 사랑의 불꽃으로> 콘서트, 일본군 '위안부' 후원 물품 판매 사업을 진행했다. "여자 목사들이 남자들한테 치여 올라가지 못해 원한이 꽉 차 불독같이 생겼다"라고 말한 이사장에게 "왈왈왈왈"로 가득찬 대자보를 붙인 바 있다. 감리회 총회 당시, '성별 총대 할당제' 피케팅을 진행했다. 2016년 1월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여성과 50세 이하 총대 비율을 각각 15% 이상 선출하기로 결의했다

   
▲ 감신 총여는 신학대 중 여성 관련 행사가 가장 많았다. (페이스북 페이지 '감신총여' 갈무리)

총여 없는 신학교는?

총여가 아예 없는 신학교도 있다. 나사렛대, 성공회대, 총신대 이야기다. 나사렛대는 2010년 11월, 총여 후보가 나오지 않자 이후 총학생회(총학)가 여성국으로 편입시켰다. 성공회대와 총신대 역시 후보자가 없어서 현재 총학이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총여는 없지만 나사렛대 총학은 여학우 쉼터를 제공했다. 지난해 총학은 자궁 경부암 예방 캠페인 및 예방 접종 행사를 준비했다. 성공회대는 총학 비상대책위원회가 나서서 학교에서 일어난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인권위원회와 해결 간담회를 가졌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소속 총신대는 여성 관련 행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총신대는 지난 3년간 총여가 제대로 활동하지 못했다. 후보자가 나오지 않을 때도 있었고 출마하더라도 당선과 낙선을 반복했다. 2016년 3월 선거에는 후보자가 없었다. 이 때문에 2016년 3월 정기 총회에서는 회칙을 개정할 때 총여학생회를 총학생회로 편입해야 하는가가 안건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 연세대의 총여학생회는 강남역 살인 사건 후 학내에서 추모식을 준비했다. (페이스북 페이지 '연세대 총여학생회 잇다' 갈무리)

늦은 밤에는 집까지 안심 귀가

그렇다면 종합대의 총여는 어떤 사업을 할까? 서울에 있는 대학 중 총여가 있는 학교로는 숭실대학교, 경희대학교, 연세대학교가 대표적이다. 다른 대학교의 총여학생회는 폐지되거나 존폐 위기에 처했다.

세 학교 중에 복지사업 비중이 높은 경희대는 학생이 안심 귀가 서비스를 신청하면 협약을 맺은 대원이 학생을 학교 근처에 있는 빌라촌까지 안내한다. 시험 공부로 귀가가 늦을 때는 새벽 1시부터 3시 30분까지 30분 간격으로 '고양이 버스'가 운행된다. 버스 앞에 고양이 얼굴을 붙힌 버스가 학생을 학교 근처에 있는 버스 정류장이나 지하철역까지 데려다 준다.

여권신장 사업은 연세대가 뛰어나다.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 '죽은 여성들의 사회'를 주제로 학내에서 추모식을 이끌었다. 여성의 날에는 세계 여성의 날 소개, 노동과 성차별, 대학 내 성폭력을 카드 뉴스로 제작해 배포했다. SNS에서는 여성, 인권 단체 행사를 소개하는 포스팅을 올렸다.

숭실대는 여성 인권보다 폭넓은 의미의 인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새내기들에게 인권 교육, 아르바이트 하는 학생을 위한 노동 권리 교육, 다양한 사람들 이야기를 담은 인권 영화제를 통해 학생들에게 인권을 알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영화감독 김조광수 씨와 레인보우팩토리 대표 김승환 씨 부부의 결혼 과정을 담은 '마이 페어 웨딩' 상영이 학교 반대로 무산되자, 학교를 비판하는 기자회견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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