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공화당 경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5월 24일 워싱턴 주 경선 승리로 매직넘버보다 한 명 많은 1,238명의 대의원을 확보했다. 7월 중순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추대될 일만 남았다.

트럼프는 곧바로 민주당 대선 경선 2위 후보인 버니 샌더스와의 토론을 제안했다. "맞상대가 될 만한 사람"이라며 샌더스와의 토론 성사 기대에 불을 지폈다. 실제 성사될지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정말 샌더스와 토론을 해 보고 싶어 한다는 느낌이다. 

민주당 1위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을 제쳐 놓고 2위인 샌더스에게 토론을 제안하는 것은 힐러리 측에서 볼 때는 정도(正道)를 거스르는 불쾌한 제안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 사회주의 가치를 내세우며 미국 예비선거에서 돌풍을 일으켜 온 샌더스와 자본주의의 탄탄대로를 밟은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 후보가 벌이게 될 토론이라는 점에서 한껏 기대를 모으게 한다.

<크리스채너티투데이>(Christianity Today, CT)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는 사실 NBC, <월스트리트저널>(WallStreet Journal) 여론 조사에서 '역대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 후보'로  유권자의 65%가 트럼프에 부정적이라 응답했다. (클린턴은 56%가 부정적이었다.)

바나그룹(Barna Group)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선거인명부에 등록된 복음주의 유권자 중 67%가 트럼프에 호의적이지 않았으며, <월드>(World) 잡지의 조사에서도 복음주의자 77명 응답자 중 51%가 트럼프에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 답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복음주의자들 사이에서 트럼프를 순수하게 선호하는 비율은 38%였다. <릴리전뉴스서비스>(Religion News Service, RNS)는 트럼프가 지금까지의 주 예비선거에서 복음주의 백인 유권자 중 36%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가 복음주의 다수표를 획득하고 있다는 인상과 달리, CT는 실제로 복음주의자 다수가 트럼프가 아닌 다른 후보를 지지해 왔다고 밝힌다. 사실상 복음주의 유권자들은 트럼프-힐러리 선택이 더욱 선명해져 가는 상황에서 회의에 빠져 투표를 거부하거나,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고, 심적으로 깊은 갈등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CBS와 <뉴욕타임스> 여론 조사에서는 두 후보 모두 역대 인기 없는 후보로 나왔다. 유권자의 반 이상이 트럼프(57%)와 클린턴(52%)을 선호하지 않았다. 그들을 선호하는 유권자 비율은 트럼프가 24%, 클린턴이 31%였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는 넉 달 만에 16명을 꺾고, 공화당 대선 후보 자리를 거머줬는데, 샌더스와의 토론 제의로 이슈를 선점한 데서 멈추지 않고 복음주의권을 포섭하기 위한 대화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연이은 트럼프의 '대화' 행보

<기독교방송네트워크>(the Christian Broadcasting Network, CBN)는 트럼프가 오는 6월 10일에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이 모이게 될 워싱턴회의 '다수로 향하는 길'(Road to Majority)에서 연설할 계획이라 보도했다.

이 회의는 기독인연맹(the Christian Coalition) 전 수장인 랄프 리드(Ralph Reed)가 운영하고 있는 신앙과자유연맹(the Faith&Freedom Coalition)과 종교 우파의 충실한 조직인 '미국을염려하는여성들'(Concerned Women for America) 후원으로 진행된다. CBN은 이 행사가 신앙인들과 보수적인 활동가들에게 최고의 행사가 될 것이며, 명성 높은 복음주의 지도자들과 정치인들이 주요하게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는 캘리포니아에서 열리는 라틴계 복음주의 지도자들 회의에 비디오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 회의는 전미히스패닉기독교지도자회의(the National Hispanic Christina leadership Conference) 의장 사무엘 로드리게(Samuel Rodriguez JR.)이 조직했다. CBN  데이빗 브로디(David Brody)는 이러한 트럼프의 행보를 평가하며, 공화당 후보 지명이 거의 확정되었지만 트럼프가 복음주의자들에 대한 노력이 끝났다고 느긋해할 여유는 없다고 진단했다.

"회의에 빠진 복음주의자들은 더 편안한 곳으로 물러나려 하겠지만, 그들이 그렇게 한다면 트럼프는 그들의 지지를 얻어 내게 될 것이다."

<타임> 또한 트럼프가 향후 몇 주간 사회적인 보수주의자들 400여 명과 함께 비공개회의를 계획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가족연구회의(the Family Research Council) 의장 토니 퍼킨스(Tony Perkins)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행사가 대화를 하는 것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중 가장 주목되는 대화는 6월 21일 뉴욕에서 개최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는 '미국의 미래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와 벤 카슨과의 대화'이다. RNS는 5월 25일 유나이티드인퍼포스(United in Purpose)와 '나의신앙투표'(My Faith Votes) 두 단체가 이 행사를 공동 주최한다고 합동으로 발표했다. 

벤 카슨은 '나의신앙투표' 명예의장으로, 트럼프와 다양한 보수 기독교 지도자들 사이의 대화를 이끌어 갈 계획이다. 비공개로 이뤄지는 이 회합은 500명 이상의 보수 기독교 지도자들이 초대되는 사적 자리다. 트럼프가 공식 발언을 할 것으로 예정되어 있지는 않지만 "트럼프를 더 잘 이해하는 기회를 가지는 것과 동시에 미국의 중요한 사안들에 대해 그의 입장과 비전을 들어보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벤 카슨은 이 행사가 모든 각 종파 지도자들이 참석하게 될 텐데, 정치적인 성격을 띄진 않는다고 밝혔으며 집단적인 지지나 결정, 어떤 선언문을 작성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못 박으며 다음과 같이 회합 목적을 밝혔다.

"이 시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대한 역사적 순간이 될 것이다. 믿음의 사람들은 성경의 세계관에 근거해 선거에 대한 입장을 가지고 시민의 의무를 행사함으로써 우리 자녀들과 후손들을 위해 중대한 변화를 이룰 수 있다. 의미 있는 대화를 통해 신앙 지도자들과 트럼프가 서로를 더 잘 알게 되고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것이 이 회합의 목적이며, 미국을 향한 하나님의 방향을 함께 추구해 가기 위해 하나 되고자 하는 것이다."

'나의신앙투표' 의장인 실리 예이츠(Sealy Yates)는 "우리의 우선순위는 우리나라의 전망과 기독교 신앙인들에 대한 지속적인 영향과, 그들의 성경적 관점에 대해 대화를 가지며 관계성을 강화하고 연합을 세워 내는 것이다. 신앙의 문제와 시민 영역에서 신앙의 역할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와 구체적으로 대화하기를 희망한다. 미국의 미래를 진정으로 기도하며 걱정하고 있는 믿음의 사람들의 친교 모임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RNS는 두 단체가 모두 포괄적인 비당파 조직으로, 유대 기독교 원리에 기반해 미국에 문화적 변화를 일으키고 책임 있는 시민 의식과 민주적 과정을 통해 믿음의 사람들을 조직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소개했다.

우려하는 진보 복음주의 지도자들

한편 진보적인 복음주의 지도자들이 트럼프와 복음주의권 지도자들과의 만남을 우려스러워해 온 이유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신앙 지도자들이 번영 복음 신학을 지지하는 사람들이라는 이유에서다.

'남부침례회의의 윤리와 종교자유위원회'(the Ethics and Religious Liberty Commission of the Southern Baptist Convention) 회장인 러셀 무어(Russell Moore)는 트럼프가 지금까지 자신의 복음주의 전도로 정했던 신학은 번영 복음의 형태로, 주류 복음주의자들에 의해 이단으로 간주되어 왔다고 밝혔다. 즉, 그러한 류의 복음 전도자들은 '텔레비 전도자들'로 복음의 메시지를 오용하고 사치스러운 그들의 삶의 방식을 위해 시청자들의 기부를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트럼프는 자신을 건강하고 부유한 텔레비 전도자들의 세속적 버전으로 위치 짓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트럼프가 미래를 위해 약속하고 있는 것은 번영 신학 매파들 사이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

무엇보다 트럼프는 인종차별적이고 근본주의적인 과격한 발언을 해 왔다. 국내 및 국제정치에 무지한 것 같은 발언 수준, 유색인종에 대한 인격 모독적인 발언과 무슬림과 난민들에 대한 적대적 발언은 미국의 진보적인 일반 유권자 및 복음주의 유권자들에게 비판받아 왔다.

하지만 트럼프는 저돌적인 대화 행보로 여전히 선거판을 주도하며 미국 대선 판세에서 쉴 새 없이 거대한 흰 거품 파도를 일으키고 있다면, 복음주의 유권자와 지도자들은 트럼프의 정책과 정치적 입장에 대한 깊은 우려로 오히려 짙은 잿빛 하늘 아래 어두운 안색을 드리우고 있는 듯하다. 남은 5개월 동안 이 판이한 분위기는 역전될 수 있을까.

무위(無爲)의 노자 철학이나 앞날을 점쳐 보는 주역 사상은 마치 운명을 순리대로 받아들이라는 말로,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되기 쉽다. 그러나 거대한 상대성을 지지하고 있는 이들 사상의 핵심은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 모른다는 것에 열려 있어 그 변화를 적극적으로 올라타 자신의 운명을 향한 우주의 유리한 행보를 적극 활용하라는 데 있다.

미국이 결국 나아가야 할 길은 세계가 나아가야 할 길과 모순되지 않을 것이며,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길과 결코 모순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합일되는 정체성이 끝끝내 나아가야 할 길과 목표를 더욱 자신감 있게 부여잡아 전체 세계가 나아가야 할 정의와 평화의 걸음의 속도와 형세를 가늠해 보아야 할 것이다.

믿음의 백성들에게는, 이미 승리하신 하나님이 자기 백성을 어떤 역사로 이끌고 가시고자 하시는지 묻고 기도하고 행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한국의 기독교인들이 미국의 선거를 힘써 응원하고 기도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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