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기 위해 평생 노력했던 기독교인 가수가 커밍아웃했다. 트레이 피어슨(Trey Pearson)은 자신의 고향 오하이오 주 콜럼버스 시 지역 매체 <(614)>와 인터뷰에서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밝히고 그동안 이를 감추려고 노력했던 일을 고백했다.

피어슨은 2001년 데뷔한 크리스천 모던 록 밴드 에브리데이선데이(Evreyday Sunday)를 만들고 리드 보컬로 활동해 왔다. 에브리데이선데이는 미국 50개 주와 전 세계 20여 개국을 돌며 콘서트를 열었고, 발표 앨범은 25만 장 이상 팔렸다. 2007년 발표한 'Wake up! Wake up!'은 그해 가장 많이 사랑받은 크리스천 록 음악 중 하나였다. 2009년 발표한 앨범은 '빌보드 200'에도 이름을 올렸다.

▲ 트레이 피어슨(Trey Pearson)은 크리스천 모던 록 밴드 에브리데이선데이(Everyday Sunday)의 리드 보컬이다. 그는 최근 지역 매체 <(614)>와 인터뷰에서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밝혔다. 피어슨은 8년 전 결혼한 아내 사이에 1남 1녀를 뒀다. (트레이 피어슨 페이스북 갈무리)

보수적인 기독교인 가정에서 자란 피어슨은 10대 때 자신이 남성에게 성적으로 끌린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를 둘러싼 모든 환경은 피어슨의 성적 지향을 '선택의 문제'라고 가르쳤다. 피어슨은 게이라는 정체성을 선택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살려고 노력했다.

"게이가 되고 싶었던 적은 없다. 하나님이 나를 증오하실까 두려웠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했다. '게이로 사는 것'은 선택지에 없었다. 열과 성을 다해 내가 이성애자가 되길 바라고 기도했다. 여성에게 끌리게 해 달라고 빌었다."

피어슨은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철저하게 숨겼다. 일부러 여학생들과 사귀었고 심지어 8년 전에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도 했다. 7년 반의 결혼 생활에서 딸과 아들을 한 명씩 얻었다. 피어슨은 고민 끝에 아내에게 가장 먼저 사실을 털어놓았다.

"성 정체성을 계속 숨겼다면 아내는 더 큰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그녀와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중에도 내 마음속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내가 게이라는 사실은 바꿀 수 없었다. 아내는 고백 후에도 나를 지지하고 이해하고 사랑해 준 가장 자애로운 사람이다. 아내와 친구로 지내면서 두 아이를 어떻게 하면 잘 키울 수 있을지 방법을 찾는 중이다."

자신을 게이라고 인정한 피어슨은 알고 지내던 목사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는 <난파선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의 저자 조너선 마틴 목사에게 도움을 받아 전문 카운슬러에게 상담받았다. <사랑이 이긴다>의 저자 롭 벨 목사도 그가 이 과정을 견뎌 낼 수 있도록 도왔다.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과 예수님을 따르는 것 사이에 충돌은 없다. 하나님은 내가 건강하고 온전하면서 가장 진실한 모습을 보이길 원하신다."

   
▲ 에브리데이선데이가 2012년 발표한 Calculate라는 곡의 뮤직비디오다. 에브리데이선데이는 2001년 데뷔한 크리스천 록 밴드다. 2007년 발표한 'Wake up! Wake up!'이라는 곡은 크리스천 록 부문 상위권에 랭크됐다.

자신을 동성애자라고 밝힌 기독교 가수의 음악을 기독교인들이 얼마나 들을지는 미지수다. 커밍아웃으로 피어슨의 음악 인생이 끝날 수도 있다. 피어슨은 이 모든 사실을 알고도 커밍아웃을 했다. 그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내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명확하게 알고 있다.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이 낸 목소리와 그들의 이야기가 많은 도움이 됐다. 나도 다른 사람을 위한 '목소리'가 되고 싶다. 이 행동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은 수많은 기독교인이 있다. 나도 그들과 함께 변화를 만들고 싶다."

피어슨의 커밍아웃 소식에 여론이 갈렸다. 지금이라도 게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살기로 한 그를 지지하고 격려하는 글들이 눈에 띈다. 하나님을 믿는 자라고 말하면서 성경에서 죄라고 명시한 동성애를 의도적으로 반복하면 절대 천국에 갈 수 없다고 충고하는 글도 보인다. 동성 결혼이 합법화된 미국이지만 교계에서는 여전히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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