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황규철 목사의 칼부림 사건에 대한 공판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작년 10월 22일, 박석구 목사를 칼로 찔러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황규철 목사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5월 3일 첫 신문에서 박석구 목사가 피해자 신분으로 직접 진술했고, 5월 31일 공판에서는 예복교회 부목사였던 신 아무개 목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신 목사는 칼부림 당시 당회장실 상황을 직접 본 사람이다.

법정에 나온 황규철 목사는 수염을 자른 말끔한 모습이었다. 수감복만 빼면 예전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황 목사가 증인을 보지 못하도록 피고인석 앞에 가리개가 설치됐다. 방청석에는 박석구 목사 모습도 보였다. 박 목사는 긴장한 듯 맨 뒷줄 끝에 앉아 상체를 숙이고 앞쪽 의자에 양팔을 얹었다. 치켜뜬 눈에는 경계심이 가득했다. 그는 증인신문이 끝나기 전 자리를 떴다. 공판에는 황규철 목사 가족도 참석했다.

검사의 신문은 짧았다. 신 목사에게 사건 당일 어떻게 당회장실로 가게 됐고, 거기서 무엇을 보았느냐고 물었다. 신 목사의 답변은 다음과 같다.

"10월 22일 4시 박석구 목사가 황규철 목사를 만난다는 얘기를 들었다. 잠시 교회에서 자다가 6시 40분경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에 갔다. 그런데 갑자기 2층에서 소리가 들렸다. 2층 당회장실로 가 보니 박석구 목사는 소파와 탁자 가운데 쓰러져 있었고 황규철 목사가 그 위에 엎드려 있었다.

처음에는 황 목사가 박 목사를 그냥 누르고 있는 것 같아 보여서 뒤에서 황규철 목사의 양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끌어올렸다. 끌어올리고 보니 황 목사 손에 회칼이 들려 있었고 칼에 피가 묻어 있었다. 황규철 목사가 나를 보고 '너도 죽여'라고 했다. 너무 놀라서 교회 밖으로 뛰쳐나가 경찰에 신고했다."

▲ 작년 9월 예장합동 100회 총회에서 발언하는 황규철 목사. ⓒ뉴스앤조이 최승현

피고 황규철 목사 측 변호사는 당시 박석구 목사와 황규철 목사가 있던 위치는 어디였는지, 자세는 어땠는지, 황 목사의 어느 쪽 손에 칼이 들려 있었는지, 그때 박 목사가 찔린 것을 봤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물었다. 그런 후에 신 목사가 사건 다음 날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던 내용과 두 달 후 박석구 목사에게 써 준 사실 확인서를 비교하며 진술의 차이점을 지적했다.

경찰 진술서에는 황규철 목사가 신 목사에게 '너도 죽여'라고 말한 내용이 없었다. 황 목사 측 변호사가 이게 어떻게 된 거냐고 묻자, 신 목사는 "나는 직업이 목사다. 가해자도 목사기 때문에 차마 거기까지는 얘기를 하지 않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때 당시에는 내가 이런 식으로 법정에 서게 될지 몰랐다. 이제 이렇게 됐으니 확실하게 말하려고 하는 것이다"라고 답했다.

증인신문이 끝나고 황규철 목사 측은 경찰 조사 당시 현장검증이 되지 않았다며, 예복교회 당회장실에서 검증을 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판사가 이를 받아들이자, 방청석 쪽에서 "예복교회 건물은 이미 헐렸다"는 말이 나왔다. 황 목사 측은 법정에서라도 소파와 탁자를 가져와 재연을 하겠다고 했다.

▲ 예복교회 건물은 헐려 있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황규철 목사는 어제 이 아무개 목사에게 확인했다며 예복교회 건물이 아직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판사는 난처해하며 현장검증은 추후 결정하자고 했다. 공판이 끝나고 기자가 직접 확인해 본 결과, 예복교회 건물은 공사가 한창이었다. 한 인부는 5월 초부터 공사를 시작했으며 빌라를 짓고 있다고 했다.

박석구 목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교인도 떠나고 목회를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요새 병원을 다니면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황규철 목사가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하면서 양형을 줄이려는 것 같다. 회칼까지 가져와서 우발적이라니 말이 안 되는 소리다"라고 했다.

한편, 법정에서 만난 황규철 목사의 아들 아무개 목사는 재판이 진행 중이라 자세한 얘기를 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재판을 통해 진실을 밝히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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