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SEX AND THE 감신'. 감리교신학대학교(감신대·박종천 총장)에서 5월 26일(목) '핫'한 강의가 열렸다. 피임 도구 사용법을 직접 배우고, 교회에서 꺼내기 힘든 성 이야기를 들었다. 학생들은 중간중간 궁금한 점을 물어봤다.

강의는 감신대 총여학생회가 기획했다. 성을 음란한 것으로 여기고 터부시하는 신학생들에게 올바른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자리를 마련했다. 50명가량의 학생들이 참석했다. 피임 도구 사용법을 배울 때, 학생들은 콘돔에서 나는 딸기향을 맡으며 놀라했다. 강사가 가져온 페니스 모형과 본인 손가락에 콘돔을 끼워 보기도 했다.

'푸른아우성' 이경희 책임상담원이 강사로 나섰다. 그는 "교회 다니는 청년들은 늘 혼전순결에 대해 어디까지 지켜야 하는지 끝까지 고민한다. 남학생 중에는 자위하고 참회 기도하는 사람도 있다. 죄책감이 늘 남아 있다"며 말을 시작했다. 강의는 혼전순결에 머무르지 않고 더 넓은 주제를 다뤘다.

남자친구가 원해서가 아니라

이경희 씨가 처음 꺼낸 이야기는 성폭력의 개념이었다. 그는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성폭력의 개념을 정정했다. 흔히 성폭력 하면 육체적인 부분만 생각하지만 성차별적 발언, 스토킹 역시 성폭력에 포함된다. 여성들이 주로 듣는 "여자가 왜 그런 옷을 입냐, 여성스럽게 입어야 남성한테 어필하지" 등의 말도 성폭력이 된다는 뜻이다.

연인 관계 사이에 벌어지는 데이트 폭력도 성폭력에 해당된다. 성관계 도중 한 사람이 거부 의사를 표하면 더 이상 진행하면 안 된다. "자기도 좋아서 해 놓고 지금 와서 이런다"는 식으로 반응하는 남자가 많지만 상대가 싫다는 의사를 밝히면 이를 존중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다.

아우성 조사 결과, 본인이 원해 자발적으로 성관계를 한 비율이 남성은 80%, 여성은 30%였다. 여성 중 56%는 남자친구가 원해서, 분위기 때문에 성관계를 가졌다고 답했다. 남성은 여성이 보내는 침묵이나 비언어적 행위, 거부반응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여성도 하고 싶은데 부끄러워서 말하지 않는다고 자의적으로 해석하지 말라는 것이다.

여성에게는 자기 결정권을 강조했다. 자신이 싫고 좋은 것을 자유롭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남성이 원한다는 이유로 스킨십을 하다 보면, 다른 사람을 만나도 성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지고 본인도 성을 부정적으로 보게 된다고 말했다. 서로 이야기하면서 성적 한계선을 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자발적으로 합의했어도 부모가 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더블 피임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은 피임약을, 남성은 콘돔을 사용해 철저하게 임신을 방지하라고 권했다. 성관계는 생명과 이어지는 부분이기에, 피임이 최소한의 기독교적 윤리라고 설명했다. 그는 질 외 사정 역시 피임법이라는 의견을 반박하며 꼭 콘돔을 사용하라고 했다.

▲ 푸른 아우성 이경희 책임상담원은 학생들에게 음란물과 잘못된 자위의 문제점을 짚었다. 자위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지만, 건강한 자위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음란물 틀고 자위하지 마라

그는 잘못된 자위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자위 자체가 잘못된 게 아니고, 건강하지 못한 자위를 하는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제대로 자위를 하면 '충만한 오르가즘과 기쁨'을 느낄 수 있지만, 음란물을 보며 하는 자위는 배설만 될 뿐 삶에서 건강한 시너지는 만들지 않는다고 했다.

영상에 길들여진 자위 특징은 이렇다. 시각 자극에 익숙해져 영상을 보기만 해도 몸이 반응한다. 자위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정 욕구가 생긴다. 이런 과정을 하루에 여러 차례 겪으면서, 몸이 3~5분 안에 사정하는 것에 익숙해진다. 그는 상담을 하다 보면 20대에 조루·발기부전으로 고민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 원인을 음란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성의 짧은 사정 시간은 부부, 애인 관계에서도 어려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흥분하는 데 10~15분 이상 걸리는 여성의 신체 리듬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자위를 하려면 영상을 보지 말고 상상과 함께 몸을 애무하는 게 더 좋다고 강조했다.

"음란물은 대개 남성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여성을 욕구 해소를 위한 물건으로 생각한다. 쓰레기 같은 성인물만 접하다 보면 우리의 성관계도 쓰레기 같이 더러운 것으로 여겨진다. 성이 아름답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 영상이 나한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생각하면서 본다면 다신 보지 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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