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강남역 살인 사건' 발생 후 여성들이 자신이 겪은 성희롱·성추행·성폭행 경험담을 쏟아 내고 있다. 사회에서 겪은 일을 말하고 있지만 교회라고 성범죄 안전지대는 아니다.

교회에서 발생한 성 문제는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교회에서 성범죄가 발생하면, 엄연히 처벌의 소지가 있음에도 좀처럼 잘못을 가리려 하지 않는다. "덕이 안 된다", "교회를 무너뜨린다"며 문제를 외면하려는 한국교회 특성 때문이다.

피해자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소문이 새 나가는 것을 막고 어떻게든 상황을 수습하고 무마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피해자는 또 한 번 좌절을 경험한다. 믿었던 사람이 가해자로 돌변해 인간적인 배신감을 느끼기도 한다.

▲ 교회는 성범죄 안전지대가 아니다. 언어 희롱이나 부적절한 신체 접촉 등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피해자는 피해 사실을 밝히지 못하고 교회를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가해자나 교회 편에 서면 피해자의 이야기는 들을 수 없다. 그렇게 드러나지 않고 가려진 교회 내 성 추문은 얼마나 될까. 부끄럽기 때문에, 혹은 교회를 무너뜨린다는 소리를 들을까 두려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익명'의 힘을 빌려 들어 보기로 했다.

"교회 언니들이 말하는 '내가 겪은 여성 혐오'" 기사가 나간 후, <뉴스앤조이>는 기독교 내 성희롱 피해 사례를 모집하는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5월 24일 오후 4시경 페이스북 <뉴스앤조이> 페이지에서 설문 조사(바로 가기)를 시작했고 24시간이 지난 후 결과를 분석했다.

총 43명이 응답했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22명이 "교회에서 성희롱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직접 겪은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사례를 알고 있다"고 한 사람이 9명, "없다"고 응답한 사람은 11명이다.

목사가 가해자인 경우 가장 많아

피해 사례를 분석한 결과, 양상은 다양했다. 언어로 희롱을 당하는 경우는 다반사였다. 응답자 A는 "40대 중반이고 아이가 둘 있는 유부남 목사가 교회 여성들 미모를 일일이 언급하며 '어떤 자매가 늘씬하고 엉덩이와 가슴도 크고 빵빵하지'라고 말하는 등 남자가 듣기에도 불쾌한 말을 일삼았다"고 대답했다.

B는 "목사가 위아래를 뚫어지게 훑어보며 '오늘 몸 상태 좋네!'라고 말했다"고 응답했다. 사역 17년 차 여교역자 C는 "젊은 시절, 교회를 찾은 부흥회 강사가 담임목사에게 '목사님은 노년의 다윗처럼 이렇게 젊고 예쁜 여전도사를 옆에 끼고 계시면서 젊은 기를 마시면 장수하며 오래 목회하겠다'고 한 말을 들었다"고 경험담을 적었다.

부적절한 접촉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30대 D는 20대 때 출석하던 교회에서 담임목사가 안수기도를 가장해 여자 교인의 가슴·다리·배 부분을 집중적으로 만졌다고 했다. 당시 여자 교인들이 불쾌하게 여겼지만 미국에서 사역하고 온 목사라 미국 스타일로 생각해 그냥 넘어갔는데 지금 돌이켜 보면 이상한 일이라고 했다.

20대 E는 친언니의 이야기를 적었다. 토요일마다 목사 집무실을 청소하던 언니가 어느 날부터 교회 가기 싫어해 물어보니 목사가 언니를 무릎에 앉히고 강제로 입을 맞추려 했다는 이야기였다. 그 목사는 언니가 싫다고 해도 멈추지 않았다. E의 언니는 이 사실이 외부로 밝혀지면 교회가 와해된다고 해 교회를 떠났고 신앙을 잃었다.

▲ <뉴스앤조이>는 기독교 내 성희롱 피해 사례를 수집하기 위해 설문 조사를 시작했다. 우선 24시간 동안 받은 설문 결과를 분석해 기사로 작성했다.

너무 어린 나이에 성추행을 당해 그때는 잘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명백한 추행이었다는 대답도 있었다. F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전도사가 격려한다고 등을 쓰다듬었는데 속옷 부위만 집중적으로 만졌다며 지금도 그때의 불쾌한 느낌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G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 다니던 교회 목사에게 당한 일을 꺼내 놓았다. 학원 가던 자신을 목사실로 불러 들어갔더니 무릎에 앉으라고 하고 일부러 몸을 움직이면서 성기 접촉을 시도했고 "넌 커서 예뻐질 거다. 목사님은 G가 너무 예뻐서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썼다. G는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결국 교회를 옮겼다.

남성이 설문에 응한 경우도 있다. 교회에서 다른 여성 리더가 귀엽다며 엉덩이를 만진다는 내용이었다. 여성이 다른 여성의 외모를 평가하는 경우도 목격했다고 답했다.

기사에 모두 담지 못했지만 성추행 정도가 더 심한 경우도 많았다. 답변지 면면을 들여다보면 잘 해결됐다는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다. 피해자가 교회를 떠났거나 아예 신앙을 저버렸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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