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제 철거에 항의하는 활동가들 뒤로, 골목 입구를 막기 위해 펜스를 설치하려는 인부의 모습이 보인다. 17일 오후 구본장여관으로 들어가는 두 개의 골목 입구와 조합 사무실 입구는 모두 펜스로 막혔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일단 포클레인은 멈췄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7일 공사를 중지하라고 명령하면서 옥바라지 골목 주민들은 한숨을 돌렸다.

한고비를 넘겼을 뿐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기에 주민들은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미 여관 내부 유리창이 상당수 파손됐고 집기류 일부도 들려 나온 상태다. 공사가 다시 시작되면 여관이 흔적도 남지 않게 되는 건 시간문제다.

재개발 조합 측은 구본장여관으로 들어가는 두 개의 골목 입구와 박원순 시장이 주민들과 공무원들을 만난 조합 사무실을 외부 출입이 어렵도록 펜스로 가렸다. 용역들이 여전히 골목 안에 남아 있어, 여관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주민들은 하루 대부분을 이곳 앞에서 보내며 감시하고 있다.

17일 밤 12시까지 문화제 형식의 집회가 열렸다. 일부 활동가들은 현장 앞에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새우며 주변 상황을 감시했다. 옥바라지 골목 주민 최은아 씨와 이영범·이길자 부부도 늦은 시간까지 상황을 지켜보다가 자택으로 돌아갔다. 다만 이영범 씨는 비상 상황에 대비해 인근 찜질방에서 머물었다.

박 시장 지시 이후 서울시에서는 공사 재개를 막기 위해 전담 모니터링팀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은아 씨는 18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서울시 공무원이 찾아와 공사 여부를 24시간 지켜볼 것이라고 주민들에게 말했다. 공무원뿐 아니라 우리도 계속 현장을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이에 앞서 17일 오후 설명 자료를 내고, "오늘부터 공사는 없다"는 박원순 시장의 말은 "재개발 사업 자체를 중단하는 것이 아닌, 당장 철거를 중단하고 합의 없이는 더 이상의 절차가 진행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그간 주민 합의를 강조해 왔다고 했다. 철거를 미뤄 달라는 유예 공문을 종로구청에 4차례, 롯데건설에 1차례 보낸 바 있고, 종로구부구청장, 조합장을 3회 면담하고 롯데건설 본사도 방문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옥바라지 골목 재개발사업이 일방적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대화 테이블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8년 전 전면 강제 철거로 6명이 사망한 용산 참사와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미 박원순 시장은 지난해 주민 면담에서 이 골목이 지닌 역사성에 주목했고, 서울시도 옥바라지 골목의 흔적을 보존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편 박원순 시장의 발언을 놓고 일부 경제지는 "시민단체의 장으로서나 할 말이지 서울시장으로서 할 말은 결코 아니"라며 비판했다. <한국경제>, <EBN> 등은 박 시장이 지금까지 진행해 온 행정절차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주민 편을 드는 등, 시장 개인의 정치력을 행사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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