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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러운 한국, 난민 얘기만 나오면 부끄럽다"

[인터뷰] 헬프시리아 압둘 와합 기획국장 "공항 구금 시리아인 빠른 판단 내려 달라"

구권효 기자   기사승인 2016.05.18  11:5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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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아는 정부군과 반군, IS가 서로 전쟁 중이다.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시리아인은 테러리스트인가. 아니면 전쟁과 테러의 피해자인가.

현재 시리아에서는 정부군과 반군, IS(이슬람국가)가 4년째 전쟁을 하고 있다. IS도 시리아 영토 일부를 차지했다. 겉보기에는 정부군과 IS가 싸우고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정부군, 반군, IS가 서로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꼴이다. 열강들의 개입과 복잡한 정치 역학으로 전쟁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시리아 국민은 목숨을 걸고 다른 나라로 피신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 한국에서는 시리아인 28명이 6개월째 인천공항에 발이 묶여 있다. 전쟁과 테러를 피해 자국에서 도망친 시리아인들은 어느 나라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 IS의 테러로 전체 이슬람이 오해를 받고 있다. IS의 근거지가 있는 시리아에서 온 사람들에게는 '잠재적 테러리스트' 낙인이 찍힌다. 이뿐인가. 한국 보수 교회들은 이슬람과 '영적 전쟁'을 선포하며 "이슬람은 악한 영"이라고 서슴없이 외치고 있다.

   
▲ 헬프시리아 압둘 와합 기획국장. ⓒ뉴스앤조이 구권효

하지만 한국에도 시리아 상황을 바로 알리고 난민들을 돕는 단체가 있다. 2013년 6월 출범한 '헬프시리아(Help Syria)'는 시리아 난민들을 구호하고 이들이 타국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한다.

헬프시리아 기획국장 압둘 와합(Abdul Wahab Al Mohammad Agha)은 시리아인이다. 다마스커스대학을 졸업하고 2009년 한국으로 유학 와 현재 동국대학교에서 법학 박사 학위 과정을 밟고 있다. 2011년 고향에서 전쟁이 일어난 후, 계속해서 시리아 상황을 바로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와합 국장의 고향은 IS의 근거지로 알려진 락까(Raqqa)다. 그의 가족은 일부 터키로 탈출했지만 일부는 아직 시리아에 남아 있다.

그는 현재 시리아 전쟁과 난민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시리아인이 바라보는 한국교회는 어떤 모습일까. 5월 17일 동국대학교 앞에서 와합 국장을 만났다. 박사 학위 과정을 하고 있는 만큼 한국어 실력이 뛰어났다. 다음은 와합 국장과의 대화를 정리한 것이다.

Aleppo is burning

- 현재 시리아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해 달라.

4월 23일, 정부군과 러시아군의 비행기가 알레포(Aleppo)를 공습했다. 병원, 교회, 시장, 공원, 유적지 등 모든 지역에 폭격을 가하고 있다. 1,700여 명이 부상을 당하고 130여 명이 죽었다. 의사와 간호사는 물론 일반 시민부터 어린아이까지. 알레포는 시리아에서 수도 다마스커스 다음가는 도시다. 역사도 있고 경제 도시라서 정부군, 반군, IS가 모두 이곳을 탐낸다.

최근에는 비니시(Binnishi) 등 작은 마을까지 폭격이 이어졌다. 5월 5일에는 터키 국경과 가까운 시리아 이들리브 지역 임시 캠프가 공습당했다.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30명이 죽었다. 정부군은 반군뿐 아니라 반군을 지지하는 사람들까지 공격하고 있다.

엊그제까지 터키를 왔다 갔다 했고 거의 매일 시리아에 있는 사람들과 연락을 주고받는다. 이들은 시리아 비행기보다 러시아 비행기가 무섭다고 한다. 정부군 비행기는 조준이 미흡한 반면, 러시아 비행기는 조준이 정확하고 혹시 빗나갈까 주변 건물까지 모두 초토화한다고 한다.

- 전쟁의 참상이라는 게 잘 상상이 안 간다. 한국에서 중동의 상황을 정확하게 알기도 쉽지 않다. 시리아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게 됐나.

나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시리아도 2011년까지는 평화로웠다. 2011년 '아랍의 봄'이 시리아에도 영향을 줬다. 정부에 대항해 민주화를 열망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처음에는 평화로운 시위를 전개했다. 무기가 아니라 올리브 잎이나 장미를 들고 시위했다. 폭력이 아니라 평화를 원한다는 신호였다.

아사드 정부는 시위대를 강경 진압했다. 2012년부터 정부의 대응이 더욱 거세졌고 살상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시위대 쪽에서도 무장투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결국 시민들이 블랙마켓에서 무기를 사들여 반정부군이 되었다. 그중에는 평화 시위를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세력도 있었지만, 둘은 결국 일치점을 찾지 못하고 갈라졌다.

시리아 내전은 기본적으로 정부 탓이 크다. 강경한 태도로 일관해 상황을 악화했다. 암시장에서 시민들에게 무기를 판 것도 정부군이다. 내가 한국에 오기 전에는 시리아에서 작은 권총을 구하려면 한국 돈으로 200~300만 원을 줘야 했다. 그런데 이제는 10만 원 이하로도 원하는 무기를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 4월 23일부터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군의 공습이 재개됐다.

- 이해 수준이 낮은 걸 용서해 달라. 반군과 IS는 어떻게 다른가.

IS는 내전이 한창인 2012년 락까로 들어왔다. 처음에 이들은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시리아 사람들을 도와주려 온 것처럼 행동했다. 원래 락까는 인구 200만의 도시였는데, 전쟁으로 피난 온 사람이 많아 한때 500만 명이 넘었다. 물가가 오르니 돈이 없는 사람은 힘든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이런 곳에 들어와서 돈을 나눠 주고 해서, 처음에는 국민들도 IS를 '착한 외국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점점 행동하는 게 이상해졌다. 전쟁을 도와주겠다며 무기를 사들였는데, 굉장히 좋은 무기들을 구해 왔다. 그러더니 갑자기 반군을 폭격했다.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 정부군을 공격하지 못할망정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 반군을 공격하다니. 그 공격으로 나의 사촌이 죽었다. IS는 실수라고 해명했으나 사실 그게 아니었다. 착한 외국인인 척했지만 실은 고도의 훈련을 받은 조직이었으며, 처음에는 200명에 불과했는데 서너 달 만에 3,000명이 되었다. 반군은 락까에서 쫓겨났다.

현재 시리아는 크게 정부군, 반군, IS로 나눌 수 있다. 마치 아사드 정부가 IS와 싸우고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정부군과 반군이 싸우는 걸 90이라고 치면, 정부군과 IS가 싸우는 건 10 정도다. 반군과 IS가 싸우기도 한다. 반군은 어느 한쪽에 전력을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개인적으로 정부군과 IS가 서로를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휴대폰으로 지도를 보여 주며) 현재 정부군은 다마스커스를 중심으로 시리아 남서쪽을 장악하고 있고, IS는 중앙 북부 락까와 동북쪽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석유와 밀 등은 거의 대부분 IS가 장악한 곳에서 나온다. 정부는 그 지역에서 석유와 밀을 거래한다. IS가 차지한 곳에 시리아 전기 생산 중 80%를 담당하는 댐이 있다. 그런데 다마스커스는 이때까지 한 번도 전기가 모자란 적이 없었다.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결과적으로 IS가 하는 행동들은 아사드 정부를 유지하는 명분이 되고 있다. 시리아인들은 정부군과 IS 둘 다 싫어한다. 하지만 미디어는 이런 내용을 자세하게 보도하지 않는다.

- 전쟁이 끝날 기미가 있기는 한가.

정부군 화력이 많이 약해진 상태라고 한다. 아사드 정부는 우방국 병력에 의존하고 있다. 비행기가 있기는 하지만 조종할 사람이 없을 정도다. 러시아, 이란,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북한 등 아사드 정부를 지원했던 나라들이 시리아에서 손을 떼면, 정부군은 순식간에 몰락할 것이다.

하지만 우방국들은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러시아든 이란이든 비지니스적 관점에서, 지금까지 아사드 정부에 투자해 온 게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철수하지 못한다. 미국도 이에 대해 침묵하는 건, 시리아 내전 때문에 전체적으로 자신도 이익을 보기 때문이다.

나는 정부군이나 반군이나 다른 나라가 도와주지 않고 그냥 놔뒀으면 좋겠다. 그러면 정부군은 무너질 것이고, 정부군이 무너지면 IS도 자연스럽게 세가 약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동 정세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를 모르지 않을 텐데, 이렇게 하지 않는다. 답답하다.

   
▲ 시리아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다른 나라로 피난을 가고 있다.

내가 테러리스트라고?

- IS의 테러 때문에 무슬림, 아랍인에 대한 포비아가 심해지고 있다.

무슬림을 테러리스트라고 하는 건 수치상으로 따져도 말이 안 된다. IS가 3만 명이라고 하는데, 세계 이슬람 인구는 16억 명이다. (테이블을 가리키며) 이 전체가 이슬람이라고 하면 IS는 여기 작은 점이다. 이 점만 보고 전체 이슬람을 판단하는 건 문제가 있지 않나. 그리고 IS는 진짜 이슬람이 아니다. 그들이 벌이는 짓은 이슬람의 가르침이 아니다. 물론 자신을 무슬림이라고 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요즘에는 무슬림이 아닌 사람들도 가입하고 있다고 한다.

나도 한국에서 그런 시선을 받아 본 적이 있다. 시리아인이라고 밝히니 얼굴이 굳어 버리는 경우다. 하지만 내가 한국에 왔을 때 IS는 있지도 않았다. IS가 생기기 전에도 무슬림은 한국에 많이 살았다. 그런데 테러가 발생한 적은 없지 않나.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어떤 사람이 나의 무엇 때문에 내가 싫을 수도 있다. 그러면 압둘 와합 개인만 싫어하면 된다. 시리아인 전체나 무슬림 전체를 싫어할 이유는 없다.

시리아인들은 전쟁과 테러를 피해 도망친 사람들이다. 나의 가족 몇 명도 다른 나라로 피난 갔지만, 나머지 가족들은 아직 시리아에 있다. 지금도 계속 폭격 소식을 듣고 있다. 그들을 생각하면 불안하고 초조하다.

   
▲ 압둘 와합 국장은 시리아인이라는 이유로 불편한 시선을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 한국에 있는 교회들은 특히 할랄 식품 단지를 조성한다는 정부의 계획 때문에 더 극렬하게 반대했다. 이슬람을 원색적으로 욕하는 모습이 많았다. 이런 모습을 보면 어떤가.

이해하기가 힘들다. 가령, 이슬람 사원이 많아지는 것을 반대한다면,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 있다. 이슬람 교육 장소가 많아지니 불편할 수도 있겠다 싶다. 그런데 할랄 푸드가 들어오면 이슬람이 확산된다는 논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할랄 식품을 먹는다고 이슬람에 대한 호감을 가지게 되는 건 아니지 않은가.

한국에서 무슬림은 먹는 문제가 참 힘들다. 할랄 식품을 파는 곳도 별로 없고, 팔아도 일반 식품보다 비싸다. 할랄 단지가 들어오면 무슬림들은 좀 더 편하게 먹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면 한국인들 입장에서는 자국에 들어온 외국인들이 생활하기 수월해졌으니 함께 기뻐해야 할 일 아닌가. 한국의 뛰어난 음식들을 브랜드화해 이슬람권에 판매할 수도 있다. 충분히 서로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 익산 할랄 식품 단지 조성을 반대하며 시위하는 기독교인들. ⓒ뉴스앤조이 구권효

한국 같은 나라가 왜

- 시리아인 28명이 인천공항 송환대기실에서 6개월간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이 보도되었다.

왜 그렇게 조치하는지 참 안타깝다. 나는 다른 나라에서 시리아인들을 만나면 항상 한국을 자랑했다. 인터넷도 빠르고, 음식도 맛있고, 서비스도 좋고, 사람들도 성실하고 친절하다. 일부러 칭찬을 하려고 한 게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그런 말이 나왔다.

그런데 '난민' 얘기만 나오면 너무 부끄럽다. 이번에 터키에서도 어떤 사람이 나에게 물었다. "와합 말만 들으면 한국은 아주 살기 좋은 나라인데, 왜 우리나라 사람 28명이 공항에 갇혀 있대?", "28명 받기가 그렇게 어려운 나라인가?" 할 말이 없었다. 말을 하면 한국에 대해서 나쁘게 얘기할 수밖에 없기에, 그냥 "잘 모르겠다. 한국 가서 물어봐야겠다"고 답했다. 자랑할 게 많은 한국인데 난민이나 인권 분야에서는 왜 이렇게 소극적인지 모르겠다.

엊그제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에 들어왔다. 공항이 이렇게 좋은데 보이지 않는 한쪽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슬펐다. 아직 그들을 만나 보지는 못했지만, 그 사람들에게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을 수 없을 것이다. 한국에 거부감을 느낄 것이다. 그게 미안하고 안타깝다.

   
▲ 인천공항 송환대기실. (사진 제공 공익법센터 어필)

- 난민에 대한 혜택이 엄청난 줄로 아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나도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난민이 들어오면 여러 혜택을 줘야 하며 그건 결국 국민 세금으로 충당된다는 말, 난민이 들어오면 일자리를 뺏기게 될 거라는 말도 있다.

한국은 사실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난민에게 해 주는 게 별로 없다. 그냥 쫓아내지 않고 한국에서 일할 수 있게 해 주는 것뿐이다. 요즘처럼 취업하기 어려운 시대에, 언어도 안 되는 사람들이 무슨 재주로 직장을 구하나. 애초에 한국인과 경쟁 자체가 되지 않는다.

공항에 있는 시리아인들은 난민으로 인정해 달라는 게 아니라 난민 심사를 제대로 받게 해 달라고 요구한다. 뭔가 해결책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아니면 아니고 맞으면 맞고, 빨리 결정을 내려야지 그런 곳에서 6개월을 살게 했다는 건 유감이다. 지금이라도 빠른 판단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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