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M / 미주 뉴스앤조이 = 유영 기자] 한인 교회들은 변화를 요청받고 있다. 먼저 시대 상황이 변했다. 이민자 중심으로 성장해 온 한인 교회는 이민자가 줄어 교인이 감소하는 추세다. 미국에서 자란 한인 2세들은 기존 한인 교회에서 적응하지 못해 계속 떠난다. 어린 시절 이민 온 1.5세도 2세들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젊은 목회자들도 변화의 시기 많은 고민이 있다. 어떠한 목회를 추구해 나가야 할지 고민이 많다. 교회 성장으로 대표되던 지난 1세대 목회자들의 사역만 따라갈 수 없는 시기다. <뉴스 M>은 변화하는 목회를 추구하는 목회자들과 만나 변화하는 시대 변화하는 목회를 주제로 이야기를 들어갈 예정이다.

첫 인터뷰는 지난 4월 뉴욕신학교에서 도시천사상을 수상한 필그림교회 양춘길 목사와 진행했다. 최근 어려가지 이슈로 PCUSA 동부한미노회와 마찰을 빚었으나, 실수한 부분을 인정하고 새로운 이야기의 장을 마련하는 모습을 보여 교계의 인정을 받기도 했다. 그러한 양 목사가 추구해 온 목회 방향과 비전, 후배 목회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다음은 양춘길 목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목회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목회를 시작했을 때, 어떠한 사역자를 꿈꾸었는가.

한인 1세대와 2세대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치고 바로 시카고로 가족이 이민해 미국으로 온 1.5세였기에 필요를 느꼈던 것 같다. 대학에서는 공학을 전공했고, 엔지니어로 취업해 직장생활을 3년가량 했다. 대학을 졸업하니 교회에서 2세 한인 청소년 부서 사역자로 활동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1980년대 초였는데, 벌써 영어 사역이 필요하다고 한인 교회가 느끼고 있었다.

신학 공부도 하지 않았던 터라 고민을 많이 하고 수락했다. 그러면서 목사를 꿈꾸었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사역하면서 1세대와 2세대를 잇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비전도 커졌다. 당시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영향으로 배출됐던 많은 공학자가 은퇴하던 시기였다. 직장에는 매일 같이 은퇴자 명단이 게시판에 붙었다. 명단을 보면서 편안하게 살려고 선택한 직장에서 은퇴할 때,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까 많이 고민했다.

목회자로 살면서 평생 하나님을 위해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내와 3년 동안 이야기하고 기도하며 목회자가 되어야 하는지 고민했다. 결국 아내도 동의하고, 함께 하나님을 위해 살자고 선택해 회사를 나와 프린스턴신학교에 들어가 M.Div를 공부했다.

- 첫 목회의 비전이 발전한 과정도 궁금하다.

졸업 후, 나성영락교회에서 5년 동안 부교역자로 사역했다. 당시 나성영락교회에서 영어 사역을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해 주었다. 내가 청빙된 이유도 성인 2세 영어 목회를 위한 것이었다. 이후 오렌지 카운티에 있는 한인 교회에서 담임으로 청빙했다. 교회가 성장하면서 1세 목회에만 전념하게 됐다. 2세 목회는 다른 목회자에게 맡겨야 하는 상황이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회의가 왔을 때 교회를 사임했다. 이후 칼빈신학교에 석사 과정에 입학해 1년 정도 공부했다.

공부를 마칠때 쯤 뉴저지에서 몇 가정이 교회 개척을 제안했다. 전도사 시절 함께 지냈던 교인들이었다. 1997년의 일이었다. 그분들과 필그림교회를 개척을 했다. 우리 가정을 포함해 11가정이 함께했다. 필그림교회를 개척하면서 다리 역할을 한다는 생각에 평신도를 사역자로 세워야 한다는 비전이 더해졌다. 그동안 1.5세라서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1.4세, 1.6세도 필요한 일이었다. 징검다리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더 많은 사람이 함께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 뉴욕신학교에서 시상하는 도시천사상을 수상했다. 지역 교회로 뿌리내리는 모습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 같은데 어떤 사역을 진행하고 있는가?

흔히 말하는 수평 이동으로 인한 성장이 늘 문제라고 생각한다. 필그림교회도 갑자기 성장하면서 고민하게 된 문제가 있다. 성장이 주로 수평이동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지역 교회 한인 목회자들에게 빚진 마음이 있다. 교회는 하나님 나라 비전을 품고 계속 나가야 하는데, 다른 교회에서 이동한 교인들만 늘어난다면 제대로 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믿지 않는 사람들, 지역 주민들이 하나님께 나아오도록 해야 하는데, 쉬운 문제가 아니다.

결국 지역을 선교지로 보고, 지역 주민과의 관계를 중점에 두어야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교회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보았다. 선교지에 가서 누가 교회부터 세우는가.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고, 필요를 채우고, 사랑으로 관계해야 시작할 수 있다. 현재 한인 교회 이미지는 너무 낙후되어 있다. 싸우고 분열하고, 교회 간에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비기독교인에게 심어준 이미지라고 볼 수 있다.

결국, 교회가 지역 사회에 도움이 되고, 섬기며 필요를 채워주는 사역을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작한 사역이 네이버 플러스 사역이다. 네이버 플러스는 1999년에 설립한 비영리 기관이고, 현재 펠팍에서 지역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청소년, 언어 교실, 호스피스, 상담, 사회복지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역으로 지역 주민들을 섬기고 있다. 평신도 사역자들을 세워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도록 섬기게 한다는 교회의 비전과도 잘 부합한다.

맘스미션은 다민족 교회로 변해야 하는 미래를 준비하는 사역이라고 볼 수 있다. 여성 교인들이 주체가 되어 진행한다.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품을 기증받아 마켓을 열어 판매한다. 수익으로 구제, 장학, 선교 등 다양한 사역을 후원한다. 리틀 페리 지역에 마켓이 있는데, 한인 보다 히스패닉 등 다른 민족이 많이 이용한다. 다민족과 교류하는 좋은 창구 역할을 한다. 현재 다른 민족의 사람들과 교회가 좋은 관계를 맺는 장소가 되어 나가고 있다.

- 지역 교회 목회자들과 기도하면서 교류하는 일도 중요하게 여긴다고 들었다.

'러브 뉴저지' 사역을 지역 목회자들과 함께하고 있다. 교회가 한 마음으로 지역을 섬기고 부흥해 가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연합 사역에 18교회가 동참하고 있다. 선교 사명으로 파송받은 교회들이라는 같은 심정으로 교제하고 함께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먼저 매달 1일 부흥회를 진행한다. 주일 예배와 사역을 마치고 정해진 순번에 따라 교회당을 정해 모인다. 60~80명 정도가 매달 함께 부흥회를 열어 심령을 새롭게 하고, 함께 기도한다. 소속 목회자들의 성장을 위해 함께 훈련하는 시간도 준비하고, 노방 전도나 여러 행사를 연합해서 연다. 전도지에는 연합한 교회들 명단을 넣어 한 교회로 몰리지 않도록 한다.

- 한인 교회와 한국교회가 모두 어려운 시기다. 신학생들과 후배 목회자들이 목회하기 힘든 시기라고 토로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선배 목회자로써 조언해 준다면?

교회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빠르게 쇠퇴기를 맞고 있다. 인구가 늘지 않는 상황이다. 이민자도 없고, 한인 1세대들은 계속해서 노화한다. 한국교회 성장의 발판이었던 기복주의도 경제 성장과 성숙한 교인들의 증가로 힘이 없다.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고,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인격의 변화를 요청하고, 삶이 변하는 성도가 되도록 목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회에서 제자 훈련이 사역을 주도하던 시기가 있었다. 좋은 의도였지만, 결국 제자 훈련은 교회 테두리에 머물렀다. 사람들을 교회로만 더 모으는 도구로 전락했다. 제자 훈련만 받고 흩어지지 못했다. 결국 제자 훈련이 삶의 변화와 열매를 맺지 못했다. 이제 모이는 교회에서 벗어나 흩어지는 교회로 변해야 한다. 하나님 나라를 위해 어떻게 더 잘 흩어지는지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교인들의 요구도 다양해졌다. 이전처럼 설교와 심방만으로 교회가 성장할 수 없다는 의미다. Q.T., 소그룹 성경공부 등 필요한 사역도 많아졌다. 개척 교회에서도 다양한 요구가 있다. 목회자 혼자 감당할 수 없다. 다양한 요구에 모두 따라가면 누구든 번아웃 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누가 삶을 변화 시키는가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예수의 사역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소그룹을 통한 친밀한 관계가 중요하다. 이러한 모습이 진정한 의미에서 교회의 패러다임이랄고 생각한다. 앞으로 지역 사회에 소그룹을 만들어 가야 한다.

- 남은 사역 기간 집중하고 싶은 사역도 궁금하다.

먼저 평신도 사역자 양성에 힘써 선교적 교회가 되도록 계속 노력해 갈 것이다. 교인들이 살아가는 영역에서 선교사라는 소명을 발견해 가도록 돕겠다. 그리고 다민족 교회의 좋은 모델을 한인 교회에 세워가기를 바란다. 한인 울타리를 넘어 다민족을 안고 가는 교회가 되는 초석이라도 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영 / <미주뉴스앤조이> 기자
본보 제휴 <미주뉴스앤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